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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호. 준영이와의 상담

홍석연(봄) 2021. 5. 11. 14:45

김후남(나무)

 

어제 피곤해서 집에 있다가 학교에 오겠다고 문자를 보낸 아이다. 안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어제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집에도 없다고 한다.

어머님과 통화하니 피곤해한다고 한다. 어머님의 말씀으로는 1학년때는 한번 무단결석을 했는데 2학년 되어 몇번 이런일이 있고, 말을 걸어도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냥 그런 자기를 이해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많이 답답하고, 걱정되시겠어요.라고 마음 알아드리니 어머니 음성이 좀 더 높아지시고, 이런 저런 얘기를 좀 더 하신다. 나는 들을 여유가 많지 않아서 입으로 듣기를 조금 하다가...

어머님께서 집에서 준영이의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들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저도 준영이와 만나서 준영이 마음을 들어보고 얘기하겠다고 말씀드렸다. 협심해서 준영이를 지도하자고 하며 마무리를 지었다.

 

(대화가 기억이 잘 안난다. 아쉽다.)

 

그리고 오늘, 준영이가 왔다. 일찍 왔고 오자마자 자리에 앉더니 엎드린다.

1교시 수업이 있어서 1교시 후 준영이에게 다가가 얘기를 하자고 했다.

상담실이 잠겨있어서 교무실 내 자리에서 상담(?)을 하였다.

 

: 준영아, 오늘은 학교에 왔네!

 

준영:

 

: 어제 학교에 안와서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되었어. 니 얘기 들어보고 싶어서 불렀어. 네 마음이 어떤지, 네 상태가 어떤지 네 얘기를 들어보고 싶어.

 

준영 : (정확하게 기억이 안난다. .) 아침에 너무 피곤해요. 제가 늦게 잘 때도 있는데 늦게 안자도 피곤해요.

 

: 늦게 안자도 많이 피곤하구나. 좀 무기력감도 느끼나봐.

 

준영 : (약간 생각하며 동의(?)하는 듯) . 제가 피곤함을 잘 느껴요. 공부 조금만 해도 피곤하고, 운동도 조금만 해도 피곤하고.

 

: 피곤함을 잘 느낀다는 말이지? 공부나 운동을 조금만 해도 피곤한가보구나. 스스로가 좀 걱정되겠어.

 

준영 : , 몸이 말을 안들어요. (정확한 단어가 기억이 안난다.)

 

: 답답하겠어. 마음은 활기있게 하고 싶은데 네 뜻과 다르게 몸이 움직이지 않으니 답답할 것 같아. 속상하기도 하고.

 

준영 : , 집에 있을때도 피곤하고, 학교에 오면 수업들을 때 지루해요. 그런데 친구들이랑 밥먹고 얘기하고 그럴때는 그냥 해요.

 

: ~ 친구들이랑 밥먹거나 놀때는 재미있지만 집에 있을 때 피곤하고, 수업들을 때는 지루한가보네.

 

준영 :

 

 

: (마음비우기는 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런데 오늘은 학교에 왔네? 어떤 마음이야?

 

준영 : 학교는 다녀야지요. 제가 중1때까지는 공부를 했는데, 2, 3때 공부를 안했어요.

 

: 아 중 1때는 공부를 했는데 중2,3때는 공부를 안했다는 얘기구나.

 

준영 : 작년에도 학교 안나온 적 있고 한데... 2, 3학년 때 열심히 해야지요.

 

: ~ 준영이 너는 학교가 싫은게 아니네?

 

준영 : . 솔직히 공부를 해야 할 것을 찾지요.

 

: 응 맞어. 너 보면 무기력하거나 한게 아니고 하고 싶은게 있는거네!

 

준영 : , 해야죠. (?)

 

: 놀라운게, 그냥 무기력한 아이들도 있는데 너는 하고 싶은게 있고, 게다가 미래를 위해서 네 자신을 위해서 생각하는 마음이 참 크네. 멋있다.

 

준영 : (좀 밝아짐)

 

: 그런데 준영아, 너가 정말 원하는건 뭐야?

 

준영 : 공부 잘하는거죠. 잘하면 기분도 좋고.

 

: 공부를 잘하고 싶다는 말이지?

 

준영 :

 

: 그러면 기분이 어떨꺼 같아?

 

준영 : 잘하면 기분도 좋고...

 

: 기분도 좋고, 뿌듯할 것 같단 말이지? 부모님은 너를 보고 어떨 것 같아?

 

준영 : 좋아하시겠죠.

 

: 아 부모님도 좋아하실 것 같단 말이지? 친구들은 어떨거 같아?

 

준영 : 아직 정신 못차리고 그런 애들 있잖아요. 제가 먼저 공부하면 아이들도 바뀔 거 같아요.

 

: 오잉? (준영이 무릎을 탁 치며) ~ 니 대단하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니 얘기는 네가 공부하면, 너와 어울리는 아이들도 하나 둘 바뀔 것 같단 말이지? 놀라운데.

 

준영 : (밝아짐)

 

: 샘 좀 놀라운데. 너 정말 긍정적인 힘이 크다. (이말이 아닌데;;;; 기억이;;;;아무튼 뭔가 칭찬을 한 듯;;;;)

 

준영 : (밝아짐)

 

 

: 준영아 니가 정말 원하는 것은 공부를 잘하고 싶다는 거잖아. 그렇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 왔어? 또 어떻게 할 계획이야?

 

준영 : 계획은 제가 세워서 하지 않고...그냥 하고 싶을 때 해요. 잘하는 애들은 차근차근히 해 나가면 되는데 저는 많이 몰라서....

 

: ~ 계획은 세워서 하지 않고 하고 싶을 때 하는구나. 잘하는 애들은 차근히 해가면 되는데 너는 모르는게 많아서 버겁다는 얘기구나.

 

준영 : 두려워요.

 

: 아 두렵구나.

 

준영 : 이만큼 하려면...

 

: 부담되고 버겁고 그런가보다.

 

준영 : . 제가 공부를 하면 잘해요. 그런데 하다가 흥미를 잃고 또 그러면 안하다가 그래요.

 

: ~ 공부를 하면 잘 하는데. 하다가 흥미를 잃고 그럴 때가 있나보다. 그리고 다시 하려면 힘들고 더 부담되고 그러겠다.

 

준영 : . (좀 시원해 하는 듯)

 

: 혹시 준영아, 어떨 때 흥미를 잃게 돼?

 

준영 : 하다가 모르거나 하면 안하고...

 

: ... 모르거나 하면 흥미를 잃게 되는구나. (순간 당황. 그 다음 뭐하지? 어떻게 이야기를 이어가지?) 흥미를 잃게 될 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준영 : 극복이요? 그냥 하면 되요.(해요.??)

 

: 그냥 하면 될 것 같다는 말이구나. 보통은 흥미를 잃고 하면 안하고 그러는데....

 

준영 : 저는 포기는 안해요.

 

: (놀라며) 아 진짜? 놀랍다. 보통 애들은 흥미 잃고 하면 그냥 안하고 그러는데 너는 포기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단 말이구나. 집념과 의지가 대단한데.

 

준영 : (씩 웃음) 저는 포기 안해요. 하면 되죠.

 

: 니 맘속에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하면 될 것 같다는 얘기구나. 반가워. 그 마음을 키워나갔으면 좋겠어.

 

준영 : .

 

: 니 마음을 잘 키워가길 정말 바래. 그리고 샘도 옆에서 응원하고 지지할께. 지금 네 얘기하면서 너에 대해서 새롭게 이해하거나 깨달은 것이 있니?

 

준영 : (웃으며) 저도 제가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줄 몰랐어요.

 

: 스스로가 반갑고 기특한가봐? 니도 니가 기특하지.

 

준영 : (웃으며) 네 기특해요. 말을 먼저 걸어오길 바라는 사람이 있고, 먼저 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제가 작년까지는 기다리는 편이었는데 올해는 친구들한테 말 먼저 걸고 그래요.

 

: 아 진짜? 반갑다. 니 진짜 대단하다. 사람이 습관을 바꾸는게 진짜 어렵잖아. 근데 너는 평소에 말 잘안하는 습관을 바꾼거 아니야? 먼저 말 걸고 친해지려고 했던거 아니가?

 

준영 : (좋아하는 듯)

 

: 습관을 바꾸는 힘이 참 크네. 게다가 관계를 맺는데 적극적이고. 무엇보다 더 놀라운것은 너가 너를 돌아보는 자기 성찰하는 힘이 참 크네. 너가 이렇게 변해왔구나 하는 것을 보고 있잖아?! 그게 네 힘이다!!

 

준영 : (웃음) .

 

: 그게 니 힘이네~ 그 힘을 키워가봐. (이건 좀 에러다. 가르칠려는 듯 ;;;;) 얘기 나누고 지금 기분은 어때?

 

준영 : 좋아요. (?)

 

: 나도 너에 대해서 알게 된 것 같아. 아 준영이가 이렇게 생각하고 느끼는구나. 알게되서 반갑고, 고마워.

 

준영 : (웃음)

 

 

상담과 비 상담의 경계를 오락가락 하는 듯 하지만

하고 난 후의 내 기분은 너무 좋았다.

특히 준영이가 "제가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줄 몰랐어요"하며 반가워하고 스스로 기뻐할 때

그걸 보는 내가 뿌듯하고 흐뭇하고 기뻤다.

 

아 내가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했나? ^^

영향력 미치고 싶은 내가 싫거나 부담되거나 하지는 않다.

 

다만

 

그 후, 준영이의 상태를 살피지 못한 것 같다. 종례때 얼굴을 한 번 더 볼 걸.... 아쉽다.

나 혼자 마음에 도취하여 지속적으로 살피지 않았구나.

 

한편 준영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것 같다.

아이가 두렵다라는 표현을 썼을 때 깜짝 놀랐다. 감정을 표현하는구나. 비우면 되겠구나. 안심되었다.

말로 표현하면서 자기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된 것 같아. 좋다.

 

재밌는 것은 준영이와 상담(?) 후 내 기분이 좋아졌다. 신이났다.

밀린 일들도 척척하고, 기운이 났다.

연결되어 있구나.

 

준영이에게 고맙다. 우리반 아이들에게 고맙다.

우리반 아이들 나아주신 부모님께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