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영(산)
새로 옮긴 학교에서 거점영어교육센터 업무를 맡아 수업이 적고 담임도 하지 않는다. 센터 업무를 주로 하고 강사, 아이들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아이들을 가까이 만나고 삶을 나누는 것이 내게 큰 에너지가 되는데, 그럴 수 없는 형편이 아쉽고, 여기 올릴 사례도 마땅치 않을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지내다 보니 갈등을 중재할 일이 참 많이 생긴다. 다음은 그 중 간단한 한 사례이다.
강사가 샘 ! 부르러 왔다.
수업 시작 전
강사: 애들 싸우는데..
교사: 네 알겠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ㅈㅇ이는 울고 있고, 초등학교 3학년 ㅇㅊ이도 표정이 안좋다.
무학년제 수준별로 나눠진 반이라 한반에 학생이 14~17명, 학년과 학교가 섞여있다.
교사: 왜? (라고 했는지 무슨일로?했는지 모르겠다.)
교사: 그랬구나. 화가 많이 났구나. 그래서 너도 화나서 때리게 된거야?
교사: ㅈㅇ아. 니도 발로 찬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ㅈㅇ: (훌쩍이며) 저는 혼자 편하게 있고 싶은데 자꾸 따라오잖아요.
교사: 그렇구나. 미안하겠어. 그런데 니가 ㅈㅇ이 따라다닐때는 ㅈㅇ이가 싫어하는 지 몰랐지?
교사: 넌 ㅈㅇ이가 좋고 친하고 싶어서 그런거 아니야?
교사: 그래도 ㅈㅇ이가 불편했다고 하니까 미안한 맘이 드는거야?
했더니 누가먼저랄 것도 없이 미안하다고 하고 수업 갈수 있겠냐 했더니 네. ㅈㅇ이는 더 울고 갈래? 괜찮아. 했더니 괜찮아요 하면서 갔다.
갈등이 일어나면 철저히 판단을 배제하고 더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담임이 아니라 수업이나 시간, 통제의 압박이 없으니 대하기 더 편하다.
그런데 계속해서 매일 적게는 한둘, 많게는 네 다섯 건들을 이렇게 처리하고 있는데 전화 한통도 오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맘이 풀어지면 집에 가서 안 좋게 얘기할 리가 없고, 그럼 괜찮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사실 확인이 아니라 아프냐, 화가 났었냐고 묻는 방식은 지난 번 「교사의 마음리더십: 아이들 문제해결을 돕는 상담편」원격 연수의 교사 팀코칭하는 프로그램에서 얻은 것이다.
평소에 판단자 역할을 할 땐, 빨리 처리하고 싶은 맘으로 했었는데, 오히려 맘 들어주니
아이들이 방어적이지 않아 진행이 빠르고, 회복도 빠른걸로 느껴진다. 갈등 중재 후 나를 대하는 태도도 좀 달라진다. 좀 더 공손하거나 친근감 있게 대한다.
아이들을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해 허전했던 맘이 많이 달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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