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우리)
지난 주는 학부모 상담주간이었다.
평화님이 지난번 『교사 공감교실』워크숍 때 부모님이 직접 방문하여 상담하도록 한다는 말씀을 듣고나도 이번에 꼭 그렇게 해 봐야겠다고 다짐했었다.
학부모들에게 간곡히 안내를 잘 해서인지 직장 다니는 분들도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방문하는 정성을 보여주시는 등 세 명만 전화로 상담하고 22명의 학부모를 만나 뵙게 되었다.
지난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쉴 틈 없이 상담하느라 목도 아프고 고단했지만 기쁨도 크다. 학생과 부모님에 대한 믿음이 훨씬 커졌다.
처음 2-3일은 열심히 이야기 나누고 몸도 피곤했지만 뭔가 아쉬움이 생겼다.
사실적인 정보를 세세하게 기억해내어 주고받는 것은 나에게 벅차다. 이번에 마음먹고 아이들을 관찰해서 기록해 두었지만 몇 가지 말하고 나면 할 말이 없어져서 이 얘기 저 얘기 횡설수설 하고나면 맥 빠지곤 했다.
내가 뭔가 이야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던 것 같다.
특히 끝낼 때가 어렵다. 시간은 다되어 가는데 엄마들은 선생님이 뭔가를 더 얘기해 줬으면 하는 눈치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내는 고통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그러다 시간이 다되었거나 밖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을 때, 시계를 보며 엉덩이를 떼면 그제서야 일어나신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도입멘트와 마무리 멘트를 준비하는 거다.
도입멘트는
“학교에 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이렇게 어려운 발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직접 오시라고 한 건 제 경험상 직접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누면 1년 동안 더 잘 이해하게 되어 부모님과 편하게 소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반응들이 멋쩍어하며 ‘아닙니다. 선생님 오지 말라고 해도 왔을 거예요.’ 라든가 ‘당연히 선생님 얼굴 한번 뵈어야죠.’ 라며 웃으신다.
그리고
‘한 달 동안 제가 관심을 갖고 지켜봐서 어머님께 드릴 말씀도 있지만 아무래도 짧은 기간이다 보니 어머님이 ○○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시면 제가 1년 동안 지도하는데 많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이는 집에서 어떤가요?’
라고 했다.
대부분의 어머니들이 줄줄이 이야기하는 반면 어떤 분은 막막해 하신다. 그럴 때 다시 구체적으로 물어 본다.
○○이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고쳤으면 하는 점은? 이렇게 물어보다 보니 내가 학교생활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입장보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얘기도 전하게 되어 훨씬 편했다.
마무리 멘트는 문제가 많은 아이의 경우는 ‘어머님을 만나서 훨씬 편안하고 안심되며 아이에 대해 믿고 기다릴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긴다’ 라고 했다 또 ‘혹시 저한테 미처 하지 못한 말이나 1년 동안 담임이 신경써주셨으면 하는 부분이 있으면 말해주세요.’라고 했다.
그다음 헤어지기 직전 꼭 물어볼 멘트는 우리나라 어법이 아닌 듯하여 망설여지고 입떼기가 힘들 듯 했지만 준비했다.
“ 어머님, 오늘 상담이 만족스러우셨는지 모르겠어요.”
이 멘트를 준비한 까닭은 상담과정에서 어머님의 표정을 보고 상담에 만족하시는 것이 느껴지긴 하지만 표현이 안 되니 짐작만 할 뿐 찜찜한 기분을 떨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들께 피드백을 받고 싶었다. 나는 나름 최선을 다했으니 좋다면 다행이고 만족스럽지 않다면 다시 확인하여 풀어 드림 되겠다 싶었다.
다행스럽게도 이 멘트를 준비하고 말했을 때 모든 어머님들이 활짝 웃으며 ‘걱정 많이 했는데 정말 좋아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멘트를 준비하고 나서 나의 상담자세가 많이 달라지기도 한 것 같다. 내가 할 이야기에 대한 부담감이 줄다보니 좀 더 마음 편하게 상대방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며 듣을 수 있었다.
<글을 올리며>
조금 부끄럽기도 해요. 다른 분들은 이미 하고 계신 일일지라도 제 개인적으로는 의미있는 일이었던 것 같아요. 부족함을 느낄 때 이런 멘트를 만들어 보겠다고 의욕을 낸 건 저한테 참 드문 일이거든요. 또 게으름인지, 천성인지 저는 뭔가 조직화하는 일에 서툴고 준비하는 것보다는 그냥 부딪히는 쪽을 선택하여 좌충우돌하는 스타일인데 이렇게 말을 미리 준비한 것은 처음이었네요. 작은 실천이 이런 성공감을 가져 올 수 있다는 것이 저한테 소중한 체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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