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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교실쌤들의 마공이야기

나와 닮은 선생님

김유한(행복하니) 2021. 7. 2. 21:44

나와 닮은 선생님 

기말고사가 끝나는 오늘 점심이 없었다.

같은 교무실 선생님들과 점심을 먹기로 약속했다.

성적처리를 담당하시는 영어 선생님이 약속시간에 되어도 자리에 돌아오지 않아 전화를 했다. 휴대 전화가 책상 위에서 울렸다. 시험장이었던 본교무실에 연락을 해도 영어 선생님은 없다고 한다. OMR 카드 리딩을 하느라 성적처리실에 계신 듯해 내가 영어 선생님하고 함께 갈 테니 다른 세 분의 선생님은 먼저 가시라고 했다.

예상대로 영어 선생님은 성적처리실에 OMR 카드 리딩을 하고 있었다. 나는 점심 약속 시간이 되어 지금 가면 된다고 했다. 영어 선생님은 2반 카드 리딩을 마저 한다고 해서 기다렸다가 함께 약속 장소로 걸어갔다. 식당은 후문에서 100m 남짓 거리였다. 영어 선생님은 후문쪽으로 가면서도 나보다 서너 발치 앞서 걷고 있었다. 후문을 돌아서니 같은 교무실 선생님이 50m 정도 앞에서 모퉁이를 돌다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나도 손을 흔들었다. 영어 선생님에게 모퉁이를 돌면 식당이 나온다고 알렸다. 영어 선생님은 걸음이 조금씩 빨라지더니 나보다 앞서 다섯, 여섯, 일곱, 여덟......점점 더 멀어져 열 걸음 더 앞서서 식당으로 가고 계셨다. 그리고 식당에 혼자 먼저 들어갔다.

  어이 없었다.

영어 선생님이 약속 장소를 몰라 성적처리실까지 가서 함께 식당으로 갔던 것이다. 그런 나는 안중에 없고 목적지인 식당을 향해 앞만 보고 가는 것이다.

  살짝 서운했다

함께 갔으면 했고, 가면서 얘기도 주고 받고 싶었다.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하고자 하는 것에 꽂혀 앞만 보고가면서 주변을 살피지 못하는 모습이 나도 옛날에 저런 모습이었었지라고 떠올랐다. 나와 닮은 모습이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안심되었다.

영어 선생님은 약속 시간에 늦어 마음이 급했던 것으로 생각되었다.

  느긋했다.

신발 굽이 높아 뛰고 싶지 않았고, 내가 가고 있는 것을 다른 선생님들이 봤으니 괜찮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경험하면서 영어 선생님에게서 나와 비슷한 모습을 찾게 되었다.

같은 교무실 선생님들이 함께 급식을 먹으러 갔었는데, 영어 선생님은 혼자 급식을 먹고 오셨다. 급식소에 많은 사람이 있는 것이 싫다며 사람이 없을 때 먹고 온다고 하셨다.

6월에 오셔서 이런 영어 선생님 모습이 낮설고 어색했는데 오늘 일을 겪으면서 나도 그랬던 기억이 떠올랐다.

식당에 혼자 가도 괜찮아 했던 내가 있었다. 내가 편하면 되지 주변 사람을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영어 선생님이 이해가 되면서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언젠가 더 편한 사이가 되면 오늘 서운했던 일을 얘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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