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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교실쌤들의 마공이야기

가정통신문 너무 쓰기 싫어.

홍석연(봄) 2021. 7. 8. 18:51

학기말, 학생부 작성이 너무 하기 싫다. 특히 가정통신문을 쓰기 싫다.
너무 쓰기 싫다. 진짜 쓰기 싫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젠 정말 써야 한다. 아, 진짜 쓰기 싫다!

내 마음을 비워야 가정통신문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가정통신문을 떠올리면, 나는 “반발심이 든다. 귀찮다. 하기 싫다. 버겁다. 부담스럽다. 답답하다. 위축된다. 후회된다. 미안하다. 휑하다. 거리감이 느껴진다. 아련하다. 고맙다. 든든하다.”

4년 동안 안 했던 걸 하라고 하니 반발심이 들고, 4년 동안 안했던 걸 하려니 귀찮고 하기 싫다. 뭘 써야할 지 모르겠어서 버겁고 아이들 삶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할 것 같아서 부담스럽다. 아이들 개개인에 대해 떠오르는 게 별로 없어서 답답하고, 1학기가 지났는데 아이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위축된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생활하지 않았던 것이 후회가 되고, 아이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주지 않았던 게 미안하다. 아이들과의 추억이 없어서 휑하고 허전하다. 아이들에게 친밀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거리감이 느껴지고, 과거 내가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았고 에너지를 많이 쏟았던 모습이 떠올라 아련해진다. 그래서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더 미안하고 나는 더 무기력해진다. 과거 가정통신문에 아이들의 성품과 이유를 썼는데, 아이들도 행복해했고 나도 만족스러웠다. 그것을 떠올리니 마음리더십이 있어서 든든하고 다행스럽고 고맙다.

나를 다시 수용해본다.
반발심이 드는구나. 귀찮구나. 하기 싫구나. 버겁구나. 부담스럽구나. 답답하구나. 위축되는구나. 후회되는구나. 미안하구나. 휑하구나. 거리감이 느껴지는구나. 아련해졌구나. 고맙구나. 든든하구나. 다행스럽구나.

이렇게 많은 감정을 담고 있으려니 힘들었겠다. 나를 토닥여주고 싶어진다. 그러면서 내가 정말 바랬던 것이 알아차려진다.

내가 정말 바라는 것은 구체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글을 써주는 거였다. 그러면 나는 뿌듯하고 보람이 느껴질 것 같다. 
또 내가 정말 바라는 것은 아이들과 친밀하게 지내는 거구나. 그러면 나는 생기가 나고 행복할 것 같다. 

본심이 알아차려지니 반갑고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본심을 만난 게 반갑고,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도 반갑다. 내가 쓸 수 있을지 궁금해지고, 뭐라고 써줄지 기대가 된다.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싶은 마음도 커졌다.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성품단어를 출력하고, 1학기에 상담했던 자료와 학생이 찾은 자신의 성품단어를 펼쳤다.
1번 학생을 떠올리며 성품을 세 개 적었다. 관련된 모습을 적었다.
재미있고 신이 나다. 생기가 난다.

‘나는 정말 아이를 살리는, 북돋는 말을 적어주고 싶었구나. 그게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이었구나. 의미가 있다면 난 즐겁게 일할 수 있구나.’ 

내 마음을 움직이는 힘, 마음리더십 덕에 이번 학기는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아, 20년 교직 생활도 어찌어찌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