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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교실쌤들의 마공이야기

백신 사건

알 수 없는 사용자 2021. 7. 19. 22:28

1-2학년 코로나 백신을 맞아야 해서 오후에 공가를 내고 다음 날 연가를 냈다.

아이들에게 나의 부재를 알릴까 고민하다가

아침에 느닷없이 낯선 선생님과 조우하게 하는 것 보다는 

미리 마음의 준비라도 할 시간을 주는 게 좋겠다

그게 아이들의 권리이겠다

그게 아이들을 존중하는 것이겠다

싶어서 내일은 선생님이 코로나 백신 맞고 하루 쉰다 했다.

갑자기 저기 창문 쪽에 앉아 있던 이ㅇㅇ가 와~~~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지른다

그러자 맨앞줄에 앉은 김ㅇㅇ가 오~예~라며 따라한다.

선생님, 너무 서운하고 섭섭하고 속상해

내 기분을 솔직하게 말했다.

내가 속상하다고 말했는데도 이 ㅇㅇ는 자기의 기쁨에 들떠서

남선생님이면 좋겠다, 우리 선생님 1주일 안온다고? 하면서 자기 바람을 넣어 친구에게 묻는다.

 

백신 맞고 집에 와서도 서운함과 속상함이 가시질 않는다

철모르는 아이가 순간적으로 새로운 선생님에 대한 기대로 한 말이다 생각하려해도

서운하고 괘씸한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담임으로서 얼마나 진심으로 너희를 대했는데 싶었다.

내 진심을 알아달라고! 내가 애쓴 것을 인정해 달라고!

넌 네가 환호해 맞이한 그 샘이랑 앞으로 계속 공부해. 우리 반에 지 말아 줄래?

뭐? 이런 비난의 말들이 속에서 올라왔다.

다음 날 아침까지도 나의 이 속상함을 덮을지? 아이들에게 표현할지?

표현한다면 어떤 식으로 해야 그 아이가 내 속상함과 연결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했다.

 

다음 날 아침

아이들과 아침 기분 인사를 나누는데

한 명의 아이가 반가워요. 왜? 선생님을 다시 만나서요 하면서 나를 꼬옥 안아준다.

내가 너무 격하게 고맙고 기쁘다고 반응을 했나?

그 뒤 따라쟁이 우리 반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걱정했어요. 왜? 선생님이 백신 맞고 괜찮은가? 하구요.

안심이 되고 기대가 되요. 왜? 선생님 다시 만나니 안심되고 오늘 또 무슨 신나는 공부할지 기대되요.

행복해요. 왜? 선생님이 건강하게 다시 우리랑 공부하게 되어서요.

.....

요런 사랑둥이들! 

나의 고민은 쓸데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심지어 이ㅇㅇ도, 김ㅇㅇ도 반가워요 라며 따라 인사한다. 그리고 조금 내 눈치를 본다.

내가 이 녀석들을 힘들게 했나 보다.

아마도 지나치게 내 테두리 안에 가두었거나 기준을 강요를 했거나 자유를 뺏었거나 하는 식으로.

그래서 눈치보지 않고 자기 꼴난대로 자유롭고 편안하고 싶었나 보다. 

부모님 없이 자기들끼리  있어야 할 때, 약간 두렵기도 하지만 한편 신나고 기대되는 것처럼.

 

나에게도 그에게도 지키고 싶은 중요한 본심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