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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호. 충고하는 마음을 놓고 싶어진다

홍석연(봄) 2021. 5. 11. 15:10

김진우(황토집)


우리 반에 아주 친하게 몰려다니는 6명의 아이들이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거의 이 아이들이 연루되어 있다. 문제가 발생할 때 마다 다 불러서 이야기를 했는데 결국 끝에는 나의 일방적 충고로 끝나는 거 같아서 개운치도 않고 미진하고 답답했었다. 얼마 전 교외 흡연으로 이 녀석들이 걸렸고 나는 한 달간 벌 청소를 시켰다. 벌 청소를 한지 2주쯤 지났다.

벌청소가 끝나고...

아이들 : 샘 ~ 청소 다 끝났어요

나 : 어 그래. 야 깨끗하게 잘했네. 너희들은 완전히 청소의 달인이 됐구나 십분 만에 이렇게 깨끗하게 하다니

아이들 : 그럼요 여태까지 얼마나 청소를 많이 했는데요.

나 : 그래 1학년 때부터 청소를 너무 많이 해서 지겹고 귀찮고 그만 하고 싶기도 하겠다.

아이들 : 예. 맞아요. 샘 저희 청소 다음 주까지만 하면 안돼요?(아이들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에게 한달 벌 청소를 줄여 달라고 요구한다.)

나 : 벌 청소 빨리 끝내고 싶구나. 참 청소라는게 꼭 필요하지만 힘들고 귀찮지...

아이들 : 예. 한달은 너무 길어요....

나 : 나도 그러고 싶다 너희들이 너무 열심히 해서. 그런데 약간의 걱정이 있는데 뭐냐면 반 아이들 앞에서 너희들 잘못에 대한 벌로 한달 청소를 하라고 했는데 갑자기 청소를 중단하면 선생님 입장에서는 내 말이 중단된거 같이 느껴지고 반 아이들도 잘못에 대해 대충 끝내도 된다는 생각이 들거 같아서 말이야..

아이들 : 그럼 안되는 건가요.(실망한 빛이 역력하다)

나 : 이러면 어때? 너희들이 지금은 수업 끝나고 청소하잖아. 쉬는 시간에 교실 바닥이나. 책상 서랍에 있는 쓰레기를 치우는 거야 그러면 우리반 아이들이 분명히 너희들 열심히 한다는 소리 할 거고 그때는 선생님이 청소를 줄여줘도 다른 아이들이 좋게 생각할거 같은데..

아이들 : 좋아요. 언제까지요.(‘언제까지요’라는 말을 듣는 순간 아차 싶었다. 아이들에게 편법을 가르치는 거 같아서 당황스럽고 혼란해지고 떨리고..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나 : 음 ~ 선생님은 방금 그 말 들으니 좀 당황스럽고 혼란스럽고 후회도 되는데 왜냐하면 너희들이 그냥 단순히 벌 청소를 빨리 끝내기위해 마음에도 없는 연극을 하는거고 나는 너희들에게 편법을 가르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물론 청소가 지겨우니 어떤 방법으로든 빨리 끝내고 싶겠지 아마 선생님도 그랬을지 몰라...

아이들 : 아니예요. 저희들 정말 열심히 해볼게요...정말이예요.

나 : 그래 그말 들으니 안심된다. 혹시 선생님 말 듣고는 좀 서운하지는 않았어?

아이들 : 아니요..(이게 정말일까? 궁금해졌다. 딱히 묻기도 그래서 넘어가기로 했다.)

나 : 그리고 선생님이 너희들에게 꼭 부탁하고 싶은 건, 청소 하는 동안은 힘들고 짜증나고 지치겠지만 너희들의 수고로 교실이 깨끗해지고 누군가는 편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어 그럼 조금은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힘든 거 알지만 그렇게 시도해 볼 수 있잖아 어때?

아이들 : 예 그렇게 해볼게요...저희 진짜 열심히 할게요...(해맑게 웃는다.)

나 : 그래 기대된다. 그리고 선생님 말 들어줘서 고맙고, 오늘 정말 수고했어.. 잘 가라...

아이들 : 예 안녕히 계세요...

아이들이 가고 나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언제까지요’라고 한 말은 아이들 입장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말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순간 그 말에 걸려 아이들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빨리 끝내려고 한다고 만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편법을 가르친다는 생각으로까지 확대된 것 같다. 교사로 15년을 살면서 이런식으로 생각을하고 비슷한 상황에서 아이들을 괘씸해하고 원칙을 가르쳐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행동했던 것 같다. 물론 아이들에게 책임에 대한 부분을 가르쳐주고 잘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었겠지만 아이들은 과연 내 마음을 느낄 수 있었을까? 그나마 이제라도 내가 아이들의 말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너무나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이다. 아이들을 보는 눈과 마음을 더욱 넓히는 일을 시작한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