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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호. 놀이중재

홍석연(봄) 2021. 5. 11. 14:49

이선희(평화)

 

아이들에게 놀이는 밥이다. 아이들은 놀면서 몸도 정신도 건강하게 성장하기 때문이다. 특히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잘 노는 것이 건강한 생활의 바탕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공부도 놀이처럼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고 두 시간 마치고 갖는 20분간은 실컷 놀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그러다보니 3교시를 시작할 무렵에는 담임이 늘 바쁘다. 왜냐하면 놀면서 즐겁기만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지내다 보니 갈등이 생긴다. 아이들끼리 소소한 부딪침은 해결하는 것 같은데 아직은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는 힘은 부족한 것 같다. 담임에게 도움요청이나 이르는 일이 많아 아이들을 마음으로 만나는 가장 분주한 시간이다.

오늘은 비가 와서 실내놀이를 하게 했다. 그랬더니 태현이가 손을 든다. 우리 반은 전체 아이들과 생활할 때 선생님께 말할 거리가 있으면 손을 들어 말할 기회를 얻어 말하게 한다. 그래야 나도 아이들도 집중해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다 싶어서 그렇게 하고 있다.

: 태현아, 할 이야기 있는 거야?

태현 : . 점심 먹고 돌아와서 교실에서 놀 때 남자아이들 몇 명만 거의 체스를 해요.

: 네 말은 점심을 일찍 먹는 아이들이 주로 체스를 해서 너처럼 점심을 천천히 먹는 사람은 체스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는 말이구나. 많이 속상하고 짜증도 났겠는걸.

태현 : . 그리고 일찍 와서 체스를 하려고 점심을 너무 급하게 먹어요.

: 몇 명이 점심을 너무 급하게 먹어 걱정도 되고 너는 그렇게 밥을 빨리 먹을 수 없어서 약오르기도 했겠다.

태현 : 그렇죠.

: 태현아, 네가 이렇게 말하는 건 체스를 가지고 노는 것을 공평하게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겠구나. 너는 어떤 방법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것 있어?

태현 : 돌아가며 체스를 가지고 놀 수 있는 날을 정하면 좋을 것 같아요.

: 참 좋은 생각이구나. 너희들은 태현이가 말한 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해?

여러 명이 : 저희도 억울했어요. 맨날 승호와 상혁이만 가지고 노는 날이 많았어요.

: 그랬구나. 많이 속상하고 기분 나빴었구나. 승호와 상혁이는 어떻게 생각해?

승호 : 미안해져요.

: 미안하다고 표현하니 아이들 마음이 좀 풀리고 기대도 되겠다. 상혁은?

상혁 : . 저도 미안해요.

: 둘 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니 반갑다. 그리고 너희가 친구들을 존중해주는 같아 기특하구나. 그리고 문제도 수월하게 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안심된다.

승호 상혁은 선생님 이야기 듣고 어때?

승호 상혁 :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씩 웃는다.)

: 자 그러면 이 문제 다 같이 풀어볼까? 근데 체스를 가지고 노는 사람들이 주로 남자들 인 것 같은데, 여자들은 어떤 기분이야?

채원 : 남자들이 체스를 가지고 다투는 일이 많으니 해결되면 좋겠어요.

: 채원이가 배려를 참 잘 해주는 구나. 말해줘서 고마워. 채원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이 문제가 심각했었구나. 다른 여학생들도 채원이와 같은 생각이니?

아이들 : .

: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준호 : 가지고 노는 순서를 정하면 좋겠어요.

: 좋은 생각이구나. 그 순서를 어떻게 정하면 좋을까?

동훈 : 가위바위보로 정하면 좋을 것 같아요.

: 동훈이가 말한 방법이 어때?

아이들 : 괜찮아요.

: 좋아. 그러면 체스를 가지고 놀고 싶은 사람 일어나봐.

 

남자아이들 18명 중 14명이 일어났다. 가위바위보로 두 명씩 짝을 지워주고 순서를 칠판에 적어 놓았다.

 

: 이렇게 결정 되었는데 하고 싶은 말 있는 사람 있니?

호준 : 못하는 사람과 잘하는 사람이 짝이 되어 있는데 그러면 놀이가 재미가 없어요.

: 실력이 비슷하게 짝이 지워져야 더 재미있게 놀 수 있다는 말이지?

호준 : .

: 호준아. 네 말도 맞아. 근데 선생님 생각은 우선 짝이 지워진 대로 순서대로 놀아본 후 다시 협의하면 어떨까 싶은데..... 너는 어때?

호준 : 좋아요.

: 다른 사람들은 어떠니?

아이들 : 좋아요. 선생님

: 선생님은 너희들이 참 사랑스럽고 기특해. 남자들은 서로 공평하게 사이좋게 놀려고 방법을 생각하고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여자들은 남자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들어주고 기다려주잖아. 서로 아끼고 존중하기 때문에 이렇게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 너희는 어쩜 그렇게 서로를 위해주며 지낼 수 있어?

아이들 : 배시시 웃는다.

: 너희가 교실의 놀이감을 가지고 참 잘 놀아 기뻐. 혹시 놀다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생기면 지금처럼 풀어 가면 어떨까?

아이들 :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 선생님

 

우리 반은 남자가 18명 여자가 13명이다. 여자 아이들은 끼리끼리 모여 별 문제없이 사이좋게 잘 노는데 남자들은 놀고 나서 시끄러울 때가 많다. 자기주장도 많고 놀이에서는 꼭 이기고 싶어 한다.

3교시를 수업을 시작하며 우리 반은 선생님과 아이들이 이렇게 마음으로 만나고 문제해결 방법도 찾아가며 해결하고 서로 우정을 쌓아가며 사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