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공감교실

따뜻한 협력, 성장의 다살림 공동체

교실 속 관계가 자라는 연수, 배움회원 모집 자세히보기

마리로 가꾸는 공감교실이야기

제13호. 선생님이 미워요

홍석연(봄) 2021. 5. 11. 15:13

김정석(소망)


재환이는 장난을 치다가도 반 아이들이 자기 것을 가져가거나, 자기를 괴롭힌다고 나에게 잘 이른다. 반장을 비롯한 한 두 녀석이 재환이가 반에서 따돌림 당할 것 같다는 신호를 보내오기도 했다. 걱정하고 있던 터였는데, 불러 물어보면 정말 편안하다고 말한다. 아무 문제 없단다. 근데 그게 거짓말 같지는 않아서 뭔가 이상해 하던 차였다. 그저 혼자인게 편하고 좋다고 말한다.

어제도 나에게 다른 아이들이 자기를 괴롭히거나 놀린다고 두 번 찾아왔다. 그래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서 하교 후에 남으라고 했다.

교사 : 재환아, 샘은 너랑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어서 불렀어. 선생님 보기도 그렇고, 반 아이들 한 둘도 그렇고 너가 아이들하고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거든.

학생 : 누가 그렇게 말했는데요?

교사 : 누가 그리 말한게 뭐 그리 중요하냐? 니가 어찌 생각하는가가 중요하지.

학생 : 저 괜찮은데요.

교사 : 그러니까.. 사람들은 잘 못 어울린다고 하는데, 너는 괜찮다고 하고. 너는 나한테 이를 것만 딱 이르고 가버리더라고. 근데, 그게 심각한 것 같지도 않은데, 선생님이나 반 아이들 심정을 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학생 : ....

교사 : 샘이 이리 말하니 어떠냐? 속상하냐? (아니요) 미안하냐?(아니요) 밉냐? (네) 엥? 미워? 왜?

학생 : 학교에 남겨서요.

교사 : 남기는 게 그렇게 싫어?

학생 : 네. 공부방 늦게 가면 그만큼 늦게까지 공부방에 있어야 해요.

교사 : 그렇구나. 집에 가면 얼마나 쉬다 공부방 가는데?

학생 : 30분 정도 쉬고 가서 12시에 와요.

교사 : 아이고. 그래? 정말 힘들겠다. 지치겠는데.

학생 : 네.

교사 : 그렇게 바쁘고 힘들구나.

학생 : 네.

교사 : 넌 뭐가 제일 좋아?

학생 : 집에서 쉬는 거요. 아무 것도 안 하고.

교사 : 그래. 그렇게 바빠서 학교에서 여유가 없고, 다른 사람들하고 어울릴 시간이 없는 거구나.

학생 : 네. 관심 없어요.

교사 : 그래. 그랬구나. 너한테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구나. 샘에게 미리 말해줬더라면 좋았을 걸.

학생 : ....

교사 : 샘한테 서운하지는 않냐?

학생 : ...

교사 : 난 너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어서 좋고, 니가 많이 힘들겠다 싶어. 넌 어떠냐?

학생 : 시원해요.

교사 : 그래.. 다행이다. 너 오래 붙잡아두면 안 되겠다. 얼른 가라. 푹 좀 쉬고 공부방 가라. 힘들어도 기운 내고.

학생 : 네. 안녕히 계세요.

그래도 상대에게 관심을 가지고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해야지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는데, 참았다. 자신이 스스로 깨우쳐 가겠지 싶어서. 안쓰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아이를 이해할 수 있게 된 점은 반갑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