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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호. 잠자는 아이에 대한 일방적인 훈계

홍석연(봄) 2021. 5. 11. 15:17

김학선(별)


오늘 5교시 (고) 2학년 남자반 문학시간이었다. 이 반에서 내 인식에는 늘 잠을 자는 00가 있다. 역시 오늘도 자고 있었다. 남학생반에서 내가 하는 방법 중 하나는 교과서를 읽을 때 한 명을 지목하면 그 아이가 5문장이상 읽고 나서 다음에 읽을 친구를 지명한다. 이때 바로 읽지 못할 경우에는 벌칙이 있다. 노래 1절 부르기와 팔굽혀펴기 20회.. 남자반 아이들이 특히 국어시간에 집중하기 어려워해서 자구책으로 마련한 것이었다.

그런데 00가 자고 있는데 다른 친구가 00를 시켰다. 당연히 어떤 부분을 읽는지 몰라서 팔굽혀펴기 20회를 했다. 그리고 다른 부분을 읽고 있는데 다른 아이가 00를 또 시켰다. 00가 못 읽었다. 그 반 아이들이 벌칙을 수행하라고 00에게 말했다. 00은 책상에 엎드렸다. 내가 큰소리로 일어나서 벌칙을 수행하라고 하니까, 억지로 일어나서 팔굽혀펴기를 했다.

팔굽혀펴기를 다 하고 나서 나는 복도로 나가라고 했다. 나머지 아이들에게 책을 읽고 있으라고 했다.

나:(격앙된 목소리로) 00, 왜 이렇게 잠을 자니?

00: (짜증스러운 어투로) 피곤해서요.

(순간 난 짜증스러운 말투에 화가 올라왔다. 이게 뭘 잘 했다고 나에게 짜증을 내는가 싶었
다.)

나: 너, 수업시간에 자는 게 지금 잘했다고 짜증을 내고 있는 거야.

00: 벌도 다 받았는데 선생님이 이렇게 불러서 얘기하고 있쟎아.

나: 너는 벌을 다 받았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자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니?
정말 선생님 화난다. 지금 니 태도는 수업시간에 니가 한 태도가 정당하다는 걸로 보여.

00: (내가 보기에는 불만에 가득 찬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나: 지금까지 니가 얼마나 수업시간에 많이 잤는데 내가 너를 이렇게 불러서 얘기한 거 처음이잖아. 맞아, 아니야.

00: 맞아요.

나: 그래도 너를 이해해보려고 내가 얼마나 애썼는데 이게 피곤해서 잠을 자겠지. 몸이 안 좋아서 자겠지 하고 말이야. 그리고 니가 내가 수업시간에 일어나라고 하면 그래도 깨어 있으려고 애쓰는 태도 때문에 이때까지는 그냥 넘어갔는데 오늘은 해도해도 너무하잖아. 첫번째는 그럴 수 있어. 두번째도 어떻게 그럴 수 있니?

00: (볼멘 목소리로) 첫번째는 벌 받아서 두번째는 찾고 있는데 친구가 시키잖아. 그래서 짜증나서 엎드려버렸어요.

나: 니 말은 두번째 시켰을때는 찾으려는 중에서 친구가 시키는 바람에 짜증이 났다는 말이네. 짜증났구나.

00: 네.

나: 내 인식에는 니가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잠을 자고 있는지 책을 보고 있는지 인식이 안 되어서 자고 있다고 생각했어.

니 말대로 하자면 짜증이 많이 났겠다. 니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는데..

00: 첫번째 벌 섰을 때에는 괜찮았는데 두번째는 짜증났어요.

나: 그래 짜증날만하다. 이렇게 니가 말하니깐 나도 오해를 풀리잖아. 니가 설명해주니깐..니가 자고 있었던 게 아니라 읽을 부분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00: 예.

나: 00야, 선생님이 너에게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되겠니? 니가 자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말까?

00: 아뇨. 최대한 깨어있으려고 노력할게요.

나: 그렇게 노력해보겠다고...그렇게 해줄 수 있겠나?

00: 예.

나: 니가 너무 힘들거나 몸이 안 좋으면 나에게 메모를 남기렴. 니가 말을 해야지 나도 너를 이해할 수 있으니까. 그러면 나도 너를 최대한 편하게 해줄게. 우리 서로 노력해보자.

00: 예

(종이 쳤다. 내가 뒤돌아서려는데 00가 작은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라고 말을 한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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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그 때 말을 되살려서 적어보려고 했는데 녹음된 게 아니라서 정확성은 떨어질 수 있다. 일방적으로 내 위주로 대화를 주도한 것 같아서 아쉽다. 한 학기동안 수업 시간 대부분을 잠을 잤던 아이에 대한 화가 내 속에 있었다. 참았던 화가 터져나오니, 내 여유가 사라졌다. 그래도 그 아이가 내가 참아준 걸 인정한 게 기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