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담쟁이)
우리 반(중3) 남 녀 아이들 사이에 쌈이 났다. 미술시간에 절친 남학생들 대여섯이 미술 쌤께 대들자 여자애 한 명이 ‘시끄러’하고 소리 질렀고 대든 남자애들 중 가장 힘이 쎄고 거친 녀석이 ‘씨발, 왜 나서고 지랄이야“라고 거칠게 욕했단다. 미술 쌤과의 갈등에 드디어 반 아이들 사이의 관계까지 깨치는 순간이었다. 욕한 녀석을 불러내려 면담했고 시를 두편 외우기로 했고, 여자애에게 사과하는 것은 생각보다 감정의 골이 깊어 생각할 시간 하루를 주기로 하고 마무리 지었다.
밤에 아이게게 카톡이 왔다.
** : 선생님. 근데, 제가 욕한거 누가 말했나요?
그것만 말해주세여.
나 : (제보자의 신분을 보호하는 게 나에게는 중요했다.). 누가 말했는지가 여전히 많이 궁 금한 모양이네. 나도 걔가 몇 반인 줄 모르겠네(실제 제보자는 우리 반 여자애들!)...
근데 **아, 혹시 내게 알려진 게 기분 나쁘거나 억울하니?
** : 아니여.
나: 아니란 말이지?.... 근데 왜 알고 싶어졌어?
** ; 다른반이 알았다기에 이상해서요.
그 때 아무도 없었는데 오로지 우리 반만 있었는데 다른 반이 어케 알까요?
나 : 소문이 빠르잖아.(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해 하루를 기다렸다 지도했었다. 다른 반 한테 들은걸로 하고)
** : 입이 굉장히 가벼운 아이들이네요.
근데 쌤은 정말 오늘 아신거예요? 제가 욕한거?
나 : 욕한거는 오늘 아침 출근길에 알았지.(예) 너희들이 사고를 어떻게 쳤는지는 어제 너희 가 얘기해 줬잖아.(네) 우리반 전체가 참 사이좋고 서로 만족스러워했는데 요즘 엉망이 된거같아.
** : 이제는 그런거 같지 않네여.
나 : 나는 속상하고 맥빠지네.
**아, 너는 이 상황이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어?
** : 전 그냥 아무 생각이 없네여. 저희 반 남자애들 말로는 여자애들이 말했다는 소리가 들려서여.
나 : 우리 반 여자애들이 말한 것 같아서 쌤한테 확인해 봤던거야?
** : 아니 누군지 궁금해서여.
나 : 쌤에게 알려졌다는게 영~ 꺼림칙하고 불편하구나. 안 알려지고 너희끼리 해결되길 바 랬었나봐?
** : 네. 선생님한테 말한 애는 누군지 궁금하네요. 어떻게 수업시간인데 알고 말했는지...
이번에도 남자애들이 참다가 화가 나서 그랬어요.
나 : 너희들이 화가 많이 났었단 말이지?
** : 네
나 : 정말 화가 많이 났었나보구나.
** : 네. 저희도 참을만큼 참았어요.
나 : 참을 만큼 참았다가 터뜨린거란 말이지?
** : 네.
나 : 근데 여자애들의 무엇이 그렇게 싫었는지 쌤한테 좀 더 자세히 설명해볼래?
** : 여자애들의 불쾌한 행동이요.
나 : 여자애들이 시끄럽다고 타박주는거?
** : 네. 그리고 &&&의 그 한마디.
나 : 시끄러워?
** : 네. 여자애들도 시끄러운데 여자 회장이 말을 안하더라고요.
나 : 그랬구나. 그 점이 억울했겠다.
** : 짜증났죠.
나 : 짜증이 났구나. 근데 너희랑 똑같은 정도로 시끄러웠다고 여겨졌니?
** : 그 정도는 아닌데 다 들릴만큼 시끄러웠죠.
나 : 다 들릴만큼 시끄러웠단 말이지?
** : 네. 그리고 ###도 굉장히 시끄러워요. 하도 뒤돌아본다고 지적도 많이 받고.
나 : 그랬구나. 여자애들도 굉장히 시끄럽고 지적을 많이 받았단 말이지?
** : 네.
나 : 근데 남자애들이 좀 더 시끄러웠던 건 맞아?
** : 네.
나 : 그럼 정훈아, 남자애들이 좀 더 시끄러워서 그랬던 거라고 난 생각되는데 늬 생각은 어때?
** : 떠들면 다 그러지, 저희한테만 그러는 게 기분 나뻐요.(나는 사실 내내 화가 많이 났었 다. 자기네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여자애들 탓만 하는 것 같아 받아주느라고 힘들었 고 짜증이 났었다. 그러니 나는 스킬로만 대화법을 쓰고 있었던 게 맞다. 이 아이의 본심은 무엇이었을까? 지금 궁금하다)
나 : 그럼 앞으로는 여자애들이 어떻게 대해줬으면 좋겠어?
** : 그냥 소리 지르지 말고 조용히 있으면 좋겠네여. 저희처럼 주의 주는 정도로만 하고.
나 : 그럼 너희도 알아서 조용히 할 거 같니?
** : 네
나 : 그렇구나. 그럼 해결점이 보이네. 여자애들은 너희 타박 안하고 너희는 알아서 조용히 하고.
** : 솔직히 남자애들, 여자애들 너무 싫어해서 화해할 마음도 안 보이는거 같던데.
나 : 지금 상태는 화해할 마음이 안 보이는 거 같단 말이지? 그렇구나. 아쉽네.
근데 **아, 관계는 변하는 거야. 마음도 변하고.
** : 네. 하지만 지금은 아닌 거 같네요.
나 : 지금 바로는 아닌 거 같단 말이지?
** : 네
나 : 그래. 어떤 이유든 함께 사는 사람들이 관계가 안 좋다는 건 속상하고 부끄러운 일이야.
** : 네.
나 : 너가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 기특하고 믿음이 간다. 쌤이랑 함께 노력해서 이 문제를 한 번 해결해보자 정훈아.
** : 네 네.
주말 동안 남자애들에게 화해 쪽으로 영향력을 미쳐보라고 권한 뒤 톡을 끝냈다. 나중에 읽어보니 표정을 볼 수 없어 아이의 마음이 어땠는지 모호한 부분들이 많았지만 톡을 하는 당시에는 만남이 이루어졌다고 느꼈었다.
주말에 리더십상담전문과정 연수를 다녀오고 서로의 마음을 볼 수 만 있다면 관계를 회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고 해보고 싶어졌다. 월요일 점심시간에 대립관계에 있던 남자애 7명과 여자애 2명을 대면시켰고 상황과 행위와 마음만 번갈아가며 설명하도록 했고, 그 과정에서 **이가 먼저 자발적으로 여자애에게 사과했다. 현재 남녀 아이들 사이는 쾌청하다.... 대면시키는 걸 좀 덜 두려워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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