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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호. 피구 경기와 아이들과 나

홍석연(봄) 2021. 5. 11. 15:24

김수진(열음)


금요일 2교시는 피구대회 결승이었다. 아이들이 1교시 영어시간에 연습을 하면서 다쳤나보다. 특히 여학생이 강해서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걱정이 된다. 경기를 시작하면서 아이들에게 가볍고 자유롭게 해보라고 했다. 교실에 있을 때 그 아이들이 아니다. 교실에서 힘들어하며 무기력해 보이던 예원이는 아이들의 말처럼 날아다닌다. 조용하고 그림만 그리는 우리반 1등 정은이는 바람처럼 피한다. 동생이 특수학교에 다니는 마음이 항상 여린 지수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아이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그런데 여학생들이 몇 번 공격을 하다가 경기가 꼬이기 시작하면서 9대 0으로 졌다. 7반이 확실히 경기가 잘 풀리며 하는 것 같다. 처음에 응원을 열심히 하던 남학생들이 경기가 잘 안 풀리자 그때부터는 응원을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남학생들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정말 펄펄 날면서 경기를 한다. 우리반 승하도 공을 열심히 피하고, 아버지가 아파 누워 있는 그래서 수업 시간 내내 무기력한 성훈이도 힘든 공격을 2번이나 막아내어, 나를 펄쩍펄쩍 뛰게 했다. 민혁이, 준호, 혁진이. 요석이,, 그리고 꼭 우승하고 싶다던 영빈이까지 그 아이들의 눈빛을 잊지 못하겠다. 아~ 진짜 아이들이 정성을 다하고 있구나.. 그 자체로 감동이다.

경기가 진행되면서 남학생들이 아웃될 때 마다 여학생들이 “괜찮아.. 멋있어. 든든해.” 하며 응원한다. 경기는 5대 0으로 남학생이 이긴 경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9대 5로 졌다. 남자아이들이 풀이 죽어, 우리 쪽으로 걸어온다. 여학생들 몇몇이 “괜찮아.. 괜찮아..” 하는데 남학생들은 그 말이 들리지 않는 눈치다..

여학생들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나 : 얘들아. 너희 미안한거야.

여자아이들 : (울컥한다.) 네.. 저희가 미안하죠..

나 : 그래.. 많이 미안할 거야.. 너희가 더 경기가 잘 풀렸으면 좋았을거고, 같이 기뻐하고 싶을텐데.. 그런데. 너희가 보니깐 어때.. 남학생들이 너희 말이 들릴 것 같니..

여자아이들 : .....

나 : 그래.. 아직은 아닌 것 같지.. 지금은 남학생들이 속상해할 시간을 좀 줄까..

여자아이들 :... (네...)


그때 체육쌤이 여자아이들에게 다가온다.

체육쌤 : 얘들아. 속상하지.. 너희가 잘 못해서가 아니라, 7반이 오늘 정말 잘해서 그래. 그러니.. 너희들 스스로 자책하지 말아라.. 아.. 그리고 쌤이 남자여서 그런데. 남자들은 여자들에 비해 승부욕이 더 강해.. 그래서 지고 이기는 것에 목숨을 걸지.. 남자아이들이 경기 결과에 더 속상해하고, 더 못마땅해하는 것은 바로 남녀의 차이도 있단다.. 그러니. 기다려 주렴..

나 : 쌤.. 고마워요.. 아이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 같아요.. 얘들아. 잘했어.. 쌤은 2등도 너무 좋아.

그때 영빈이가 와서 말한다.

영빈 : 쌤.. 저희가 이번에는 남자아이들이 꼭 우승하자고 약속했거든요.

나 : 그래.. 그런 약속을 해서 더 열심히 뛰었구나. 그래.. 그래서 오늘 경기 결과가 더 아쉽겠네..

영빈 : 네.(고개를 끄덕인다.)

나 : 아쉬울 것 같아. 그런데 쌤은 너희가 너무 든든하고 고마운데.. 오늘 피구 경기를 보면서 쌤은 정말 감동 받았거든.. 우리반.. 회장..연습도 시키고 오늘 경기도 하느라 애썼어..

영빈 : 예.. 그러셨어요. (웃는다.)

교실로 갔다.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주었다.

나 : 애들아.. 진짜 멋졌어.. 아이스크림 나누어 먹자.

아이들 : 쌤이 사주시는 거예요..

나 : 그래.. 지금까지 나누어준 것 다.. 내가 산거야.. 이거 학교에서 주는 줄 알았구나. 아니야.. 나 쫌 괜찮은 담임같지 않냐.

아이들 : 그래요.. 그래서 더 맛있었고, 지금은 더 맛있어요.

아이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라며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나에게 안 먹느냐고 묻는다.

아이들 : 쌤은 안 드세요..

나 : 고마워.. 걱정되는거야. 응.. 같이 먹고 싶은거구나..아.. 난 안 먹어도 돼.. 니네들 먹는 거만 봐도,, 오늘은 기분 좋아. 그런데 다음번에도 지금처럼 물어봐줘야 돼. 그때는 다를 수도 있거든.. 근데.. 니늘 오늘 경기 쌤이 정말 감동받았다.. 어쩜 너희 그렇게 피구를 잘하냐.. 우와,, 성훈이.. 야~ 진오.. 혁진이 .. 예원, 영빈이, 주영이. 정은이, 지수.. 승하.. 진짜 감동했다. 쌤.. 니네들 뛰는 것만 봐도.. 1년내내 배 안고플 것 같은데.. 진짜 배불러.. 뭉클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