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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나누기 저항 설득 경험 몇 가지 (소망)

김정석(소망) 2021. 10. 6. 21:04
마음나누기 저항 설득 경험

글쓴이: 소망
 
중학생 대상 대안교육기관에서 국어교사 겸 마음나누기 진행자 역할을 5학기째 하고 있다. 학기 단위 위탁교육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약 15주 기간 동안 아이들을 만난다. 40분씩 주2회 정도 운영하고, 체험학습 동안 저녁 시간에 경험나누기 형태로 진행한다. 마음나누기는 교육과정 안에 대안교과 중의 하나로 편성되어 있다.
 
마음나누기를 진행하다 보면 여러 가지 일들이 생긴다. 지금 생각나는 것을 떠오르는 대로 적어보면 분위기가 완전 다운되어 끝나는 날도 있고, 구성원들끼리 싸움이 나기도 하고, 구성원들 간에 갈등이 은근슬쩍 드러나서 분위기가 묘하게 되는 날도 있고, 마음나누기 시작하면 화장실 간다고 나갔던 아이들이 안 들어오기도 한다. 또 옆에 있는 친구랑 속닥속닥해서 전체 진행에 어려움을 주기도 하고, ‘피곤해요.’, ‘졸려요.’, ‘그저 그래요.’ 3종 세트 표현들로 뭔가 밋밋한 분위기의 날들도 있다. 무엇보다도 최악은 마음나누기가 있는 날에는 일부러 늦게 온다는 피드백이 들려올 때이다.
 
첫학기, 두학기 때는 마음나누기를 싫어하는 것 같은 저항들이 느껴지면 자극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지금은 저항들이 느껴져도 그냥 한다. 하다보면 좋아질 것이라고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끝까지 마음나누기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최소한 나는 마음나누기 시간에 내 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나를 학교에서 인간적으로 존재하게 하는 것 같다.
 
서론이 길었다. 저항을 다루었던 경험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혹시 마음나누기를 학급이나 어떤 집단에서 진행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기 나오는 이름은 가명이다.
 
(1)
상호: 마음나누기 그거 안 하면 안 돼요?
: 마음나누기 하는 게 싫은가 보네.
상호: . 지루해요.
: 저런 지루하구나. 그동안 참고 있느라 힘들었겠네.
상호: .
: 지금 그거 말하고는 기분 어떠니?
상호: 시원해요.
: 시원하구나. 반가워. 마음나누기 시간에는 이런 걸 하자는 거야. 거창하고 어마무시한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때그때 느끼는 마음들을 서로 나누자는 거야. 그럼 시원할 수도 있고, 따뜻할 수도 있거든. 어때? 같이 해 볼래?
상호: .. 해 보죠.. (흔쾌하지는 않았고 뭔가 좀 찜찜해하기도 했다.)
 
(2)
수영: , 마음나누기 그거 안 하면 안 돼요?
: 마음나누기 그거 하기 싫은가 보네.
수영: . 부담스러워요.
: 부담스럽구나. 사람들이 많은 데서 뭔가 말하기가 어려운가봐.
수영: . 그래서 하기 싫은 거예요.
: 아이고. 저런. 많이 부담스럽지. 부담을 표현해줘서 반가워. 그런데, 우리가 진행하는 마음나누기 인원 정도 앞에서 짧게라도 자기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데, 어떠니? 그래야 너도 부담스러움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수영: 그렇기는 하죠.
: 그래서 샘은 너에게 마음나누기 시간은 더 필요한 시간인 것 같아. 너에게 필요한 것을 연습하고 익힐 수 있잖아. 힘들지만 함께 해 나갔으면 좋겠어. 그 부담스러운 걸 연습하기에 딱 좋은 환경이잖아. 어때? 한번 해 볼래?
수영: 노력해 봐야겠어요.
: 그래. 기특하네. 그리고 노력하다 오늘처럼 부담스럽거나 힘들면 오늘처럼 이야기해줘. 나한테 이야기해도 되고, 마음나누기 시간에 전체에게 그 마음을 이야기해 주면 더 좋고.
 
(3)
도현: (평소에 마음나누기 시간이 지루하다는 반응을 많이 보였다. 알고살고 활동에서 자신에 대해서 야망이 있고, 소신이 있는 사람이라고 적었고, 듣고 싶은 말로 네가 필요해.’라는 적어 놓았던 녀석이다.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데에 어려움은 없어 보이고, 사람들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 도현아, 마음나누기 시간이 지루하고 답답하지?
도현: 조금 그런 편이에요.
: 지루하고 답답할 텐데 샘이 하자니까 참여하느라 고생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도현: , 괜찮아요.
: 도현이 너는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도 관심있지만 그건 별 어려움은 없지? (도현: ) 대신이 너에게 대해서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큰 사람인 것 같아. 어때?
도현: 그런 것 같아요.
: 마음나누기 시간에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드는 기분이나 생각을 잘 느껴봐. 그게 너를 알아가는 통로가 될 수 있단다.
도현: 그래 보려고요.
: 이미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 보네. 그럼, 한 가지 더. 기분이나 생각을 느끼는 것에 멈추지 말고 표현해봐. 그러면 아리까리한 것들이 더 분명해질 수 있거든. 그리고 상대의 반응도 잘 살펴야 해. 그게 나와 다른 상대, 상대와 다른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거든. 샘 말 듣고 어때?
도현: 한번 해 봐야겠네요.
 
(4)
상현: (아이들 사이에 있는 게 두렵고 불안하다고 호소했었다. 그 녀석이 갑자기 추가 위탁학생 면접에 면접위원으로 들어오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 ? 갑자기?
상현: 그냥요?
: 낯선 사람들이 두렵고 불안하다고 하던 녀석이 낯선 학생들을 면접보겠다고?
상현: .
: (이상하게도, 자기 입맛에 맞는 아이들을 뽑고 싶다는 욕구가 느껴졌다.) 니 입맛에 맞는 아이들을 뽑고 싶은 거야?
상현: .
: 사람들 사이에서 불안이나 긴장을 느끼기도 하지만, 니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갑갑하고 무력감 같은 것도 느끼나 보네.
상현: 그랬던 것 같아요.
: 그랬구나. 내 시나리오대로만 움직여주려고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니. 지들 마음대로 움직이면 멘붕이지. 네가 생각한 대로 행동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큰가 보다.
상현: .
: 사람들이 니 마음처럼 안 움직여주더라도 불안하거나 긴장하거나 갑갑해하지 않는 니가 되면 어떻겠니?
상현: 좋겠지요.
: 그래. 니가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마음나누기 시간에 피드백 카드 배웠지? ‘네 말 듣고 나는 ~~.’ 했던 카드 말이야. 그걸 자꾸 연습시키는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그중 하나가 변화된 상황에서 내 마음을 알아차리게 하려고 하는 거야. 상대 말을 듣고 그 순간 든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표현할 수 있으면 어떤 상황이 와도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어때?
상현: 그럴 듯해요.
: 그럼, 이제 마음나누기 시간에 피드백 카드 좀 써 봐.
 
마음나누기를 진행해 보면 할수록 마음나누기에 대해서 저항을 표현하는 아이들은 힘겹기는 하지만 다행스럽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제일 어려운 케이스는 불만이나 불편함을 은폐시키는 아이들이다. 물어도 불만이나 불편이 없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이런 아이들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는 가능성이나 희망이 느껴진다. 그건 해 보고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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