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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교실쌤들의 마공이야기

어렵지만 점점 가까워지는 자기사랑의 길

서옥주(진심) 2021. 11. 24. 16:02

Do you want to know what my secret is? You see, I don’t mind what happens.
제 비결이 뭔지 알고 싶으세요? 당신도 알다시피, 무슨 일이 일어나도 꺼려하지 않는 것입니다. - 크리슈나무르티
이 글귀가 마음에 들어 캡쳐해 두었었는데, 얼마 전에 휴대폰 기능이 알아서 보여주었다. 아, 그랬었지! 하며 요즘의 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물론 아직도 많이 마음 쓰고, 꺼려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예전만큼은 아닌 것같다.
몇 주 전에 친한 언니와 통화를 하며 집에 왔다. “언니, 나 좀 외로운가봐.” “그래? 외롭지? 외로움을 올곧이 느껴봐. 그리고 버텨보렴. 나는 예전에 아파트에 불켜진 집만 봐도 눈물이 났었어.” 그 언니는 잠깐 울먹거렸다. 힘들었던 어린시절을 겪어서였던지, 또 힘든 삶을 버텨내던 시기에 불켜져있는 집을 보면 언니집만 썰렁하게 불이 꺼져있는 것처럼 외로웠었다고 했다. “그 땐 그랬어. 불꺼져있는 집이 다 외로운 사람들은 아니었을텐데 그렇게 느껴졌었어.” “그랬었구나”
그 언니는 국어교사로 일을 하며 책을 몇 권 펴내었다. 그 중 2006년에 냈던 책 중에 내 이야기가 한 꼭지 실려있었는데, 그 당시의 몇 가지 일들을 그 언니의 시각으로 ‘미화’해서 쓴 글이었고, ‘그래도 책에 내 얘기가 실리다니!’ 하며 기분좋아했었다. 통화하고 나서 이틀 후에 언니가 그 책이 오디오북으로 나온다고 하며, 감수하던 중에 내 이야기가 실린 글을 한 꼭지 보내주었다. “아름다운 눈을 갖고 있는 사람한테는 평범한 일들도 아름답게 둔갑하는가봐!” 하면서도 또 기분이 좋긴했다. 지금의 나는 그 때의 내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좋아서, 가족들 톡방과 친구 톡방에 보냈다. 살짝 부끄러웠다. 그래도 또 ‘이런 나도 있다우!’ 하며 자랑하고 싶었나보다.
며칠 후 꿈을 꾸었다. 나는 요즘 하던 말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요즘에는 마음에 걸리는 게 별로 없어서 참 좋아. 살만해.” 갑자기 누군가 내 몸을 꽉 누르며 귀에 속삭인다. “너, 잊었니? 사람 죽였잖아!” “뭐라고? 아,, 내가 사람을 죽였다고? 사람 죽인 걸 잊고 내가 이렇게 행복해하고 있다고? 요즘 자주 깜빡깜빡 잊는데, 그런 걸 잊다니.. 아, 나는 끝났구나.. 감옥가야 되나봐..“
그러면서 내가 잊은 기억이 뭔지 생각해보다 꿈에서 깨었다. 왼쪽으로 누워 자고 있었는지, 눌려있던 왼쪽 다리와 옆구리가 아팠다. 꿈에서 깨어 한참 생각했다. 다행이다..와 더불어 “뭘까?”살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상처를 주고받을 수도 있는데,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나를 더 힘들게 만드는 이 구조는?나를 평안하게 놓아두지 못하는 내 슈퍼에고는? 나는 행복하면 안된다는 무의식? 이거 뭘까?
그 꿈을 통해 나를 좀더 들여다보며 교사공감교실에서 또 친구들과 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의 느낌.. 아련함, 안타까움, 속상함, 슬픔.. 요구사항을 말하지 못했던 시절, 사랑받고 인정받기 위해 나도 모르게 가면을 쓰고 착한아이로 살아가던 시절, 교회에 다니며 하나님을 찾던 시절, 내 욕심과 욕구에 충실해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스스로를 용납하지 못하고 가차없이 비판하던 시절이 흐르고 흘러갔다.
이번 월요일 자기사랑 교사공감교실에서 나는 그 시절을 보상하듯이 자기자랑(?) 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맡고 있던 난타동아리 마지막 회기 짧은 영상을 학교선생님들 단톡방에 두 개 올린 것. 강사를 채용해서 한 동아리였지만, 아이들을 20회기 동안 꾸준히 나오게 하는 것은 정말 힘빠지는 일 중 하나였는데, 멤버교체 및 담임 선생님들 협조로 무사히 마친 것은 자랑할만했고 뿌듯했다. 예전같으면 “내가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뭐 잘했다고 자랑하니?”하며 스스로를 비난했을텐데, 이제는 뒷일은 생각을 안하기로.. 그냥 “열심히 하는 아이들 모습 보아주세요, 이쁘죠?” 이 마음이다. 16명의 선생님들이 폭풍 감동 메시지를 보내주셔서 기쁘고 행복했다.
때로 인정받고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하지만, 못받고 안받아도 실은 상관없다. 크리슈나무르티가 아닌 나는 무슨일이 일어나면 때로 화나고 꺼려하지만, 내 감정과 본심을 알아채고는 (조금 시간이 걸려도) 다시 평화로워지고는 한다. 올 해 내가 가장 잘 한 일 하나는 여기 자기사랑 교사공감교실에 참여해서 감정을 알아채는 연수를 받고 촉진하는 경험도 하고, 교사공감교실 모임을 하며 선생님들의 열정과 나눔에 “와~~”하며 배운 것이다. 더불어 상담교사이면서 공감하는 것이 참 어려웠는데 이제 걸음마를 뗀 느낌? 이번 8차에는 촉진자 샘들이 모여 2단계 연수를 다시 받았는데 ‘그 때 일어난 일을 지켜보는 지금의 나’를 보면서 더 깊은 성찰을 하게 된 것같다. 함께 하신 선생님들의 마음의 깊이도 느끼고, 촉진의 부담도 없이 참여한 회기가 정말 내게 가을의 축복같았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좀더 즐겁고 가치있는 삶을 살고 싶은 내게 교사공감교실 활동은 큰 힘이 되어준다.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