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단기수업지원 배정을 받지 않았다. 교육지원청에서 근무하며 최고의 휴식 시간을 보내고 있다. 편안한 공간에서 나에게 집중하며 글을 쓸 수 있는 지금이 참 좋다.
요즘처럼 내가 행복해 하는 날이 있었을까? 지금이 충분하고 자유롭고 편안하고 느긋하고 따뜻하고 푸근하다.
내가 나를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늘 아침 이른 시각에 잠에서 깨어 곁에서 잠들어 있는 남편을 바라보았다. 머리의 반 정도만 머리카락으로 덮여 있고, 굵은 주름에 잔주름까지 많아진 얼굴은 손주만 있으면 딱 할아버지다. 가만히 쓰다듬으니 눈을 떴다.
"사랑해요! 쪽!" 남편이 배시시 웃으며 나를 안아주었다.
"어제는 내가 투덜거리며 갓김치를 담가 마음 상했죠!"
"늦은 시간에 김치 담그느라 수고했어요. 내가 싱싱한 청갓을 보고 당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던 기억이 떠올라 사와서 당신이 황당해하며 투덜댈만 했죠. 몸도 편치 않은 상황이니 더욱. "
"수고 했다 해주고 내 마음도 알아주는 당신이 나는 참 좋고 든든해요. 당신이 참 따뜻한 사람이라 요즘은 내가 결혼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 지내요. 그러면서 당신에게 정말 많이 미안해요."
"그랬어!!!" 배시시 웃었다.
"청각은 동치미 담지 말라해서 필요없고, 청갓은 필요하다고 말한 적도 없어요. 장구경 가면 뭔가를 자꾸 사오니 이젠 그만 갔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해서 정말 서운하고 속상하고 존심 상하고 내가 얄미웠겠어요."
"그랬지."
"자기 말 듣고, 내가 필요로 했다는 걸 기억하고 청각을 청갓으로 알고 사왔단 말이죠? 이왕 사온 거 같이 갓김치를 담가 맛있게 먹어요."라고 내가 말했으면 자기도 안심하며 같이 담그자고 했을텐데 많이 아쉽고 미안해요."
"당신 밤새 뭐 했어? 어찌 그리 이쁘게 말을 해!!" 한 번 더 안아주었다.
나는 어떤 상황을 보고 기분이 나빠져 감정이 올라오면 불쑥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상대가 기분 나빠지지 않게 말하면 참 좋을텐데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질러 놓고 배운대로 말을 해서 주워 담는다. 아쉽지만 주워담을 수 있는 도구를 가지고 있는 건 든든하다.
나는 나를 대하는 원칙이나 기대의 잣대가 자주 작동한다. 기준에 어긋난다 싶으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표현해서 바뀌게 하기 보다는 관계가 서원해져 내 주변에 사람이 없게 된다. 외로워하는 나를 보며 허전하고 슬프다. 못나고 가치없는 존재라는 생각에 머물면 위축되고 무기력에 빠지고 심하면 우울로 넘어간다. 못마땅한 게 뭐 그리 많았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나에 대한 부족감의 투사였지 싶다. 또한 기질적으로 이상을 추구하고 있어 기대하는 만큼 되어지지 않을 때 올라오는 화가 잦다는 것도 알아차리는게 재미있다. 그런 나와 지냈던, 지내는 사람들은 얼마나 불편하고 힘들었을까? 나와 이야기 나누는 것이 두렵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사람은 그럴만 했겠다. 미안하다. 그렇지만 나의 이런 기질은 나를 성장하게 하는 동력이기도 했다.
내가 그런 나도 수용하고 토닥이고 아껴주고 인정하니 세상이 밝게 보인다. 사람이 소중해서 존중하게 된다. 신기하다. 다 내마음 작용임이 알아차려진다.
그렇다고 못하는 것을 잘 할 수 있게 되거나 능력이 더 생겨서 일처리를 잘하게 되거나 사람들과 잘 지내서 곁에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어떠하든 그런 나를 품고 깨우는 내가 되어가고 있어 행복하다. 삶이 아름답다고 표현 할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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