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공감교실

따뜻한 협력, 성장의 다살림 공동체

교실 속 관계가 자라는 연수, 배움회원 모집 자세히보기

공감교실쌤들의 마공이야기

두려움을 넘어 상대 만나기

김영미(하나) 2021. 12. 23. 12:54

2021년 나에게 가장 인상깊은 만남을 나누고 싶다.

금요일 오후, 퇴근하고 나서 내가 두려워하는 상담자로부터 카톡 메시지가 왔다.

[상대: 영미쌤~요즘 제가 신경이 매우 날카로와 작은일에 예민해지고, 섭섭해지고 그래서 늘 따뜻하고 맘씨 착한 영미쌤에게도 다소 예민하게 굴기도 하는데 미안하네요~
주말 잘 보내시고 담주에 뵈어요~요즘 제가 마음의 병을 꽤 앓고 있답니다 양해해 주세요~~너무 쓸쓸하고 우울해요~]

미안하다고 하시지만, 괘씸하고, 불쾌하고, 고소하고, 귀찮다. 괜찮다고 말해주기 싫었다. 오히려 '당신이 그 따위로 사니까 사람들이 다 피하고, 싫어하지. 외로워도 싸다. 싸.' 생각하면 할수록 억울하고 분하고 화가 났다. 이전에도 2번 정도 이렇게 나에게 화풀이를 하듯 화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필요한 것은 내 마음을 돌보고 안정시키는 것이라 여기고, 일요일 오후까지 이틀동안 마음 비우기를 했다. 느껴지는 감정들을 찾고, 그 안에 내 생각들을 정리하고, 내가 정말 바라는 본심을 찾아보았다. 내가 정말 바라는 것이 분명해지자 마음이 편안해지고, 상대에게 내 마음을 진솔하게 전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래처럼 메시지를 보냈다.

[나: 쉬고 계실 듯 해서 답을 드리기가 좀 주저되네요.^^;; 늦을 수록 마음 쓰실까봐 고민하다 메시지 드려요.
아무쪼록 지금은 편한 마음이시길 바라며..
사실 금요일은 좀 많이 섭섭하고, 속상했어요..제가 화내는 음성에 많이 위축되고, 놀라거든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듣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 초라하고 수치스러웠어요.
근데 선생님이 미안하다고 하시니 누그러지고  따뜻하네요..선생님이 저를 챙겨주시고 마음써주셔서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많이 염려가 되네요. 
마음의 병이 있다니 정말 힘드시겠어요..쓸쓸하고 우울하다는 말씀도 안타깝구요..마음 괴로운 상태에서 일하시려니 더욱 예민해지시겠어요..더군다나 관계가 편하지 않은 상태이시니 더욱 예민하시구요..쌓일수록 많이 답답하고 괴로우실텐데, 속시원히 털어내고 가벼워지시길 바래요..
남은 주일 잘 보내시고, 평온한 월요일 맞으시길 바래요..마음으로 지지합니다. ^^& 
참 제가 많이 맞고 혼나며 자라서 소리치거나 굳은 상대를 보면 마음이 힘들어지고, 타인의식을 많이 해서 수치심을 느껴요..그래서 가능하시다면 아쉬운 점은 따로 불러서 알려주시길 바래요..알게 되면 잘못된 점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편이기도 하고, 그게 선생님 마음을 편하게 하실 수 있는 방법 같기도 해서요..^^;;]

그러자 상대방으로부터 다음과 같이 응답이 왔다.

[상대: 금욜 난 크게 소리지르거나 혼내지는 않았고, 단지 도구가 망가진것과 놀치실 청소건에대해서 내담자에게 주의를 주라고 했을뿐인데, 영미쌤이 크게 받아들인것 같네요~
그래도 신경이 쓰여서 위로의 메세지를 보냈는데, 이런 반응에 다소 놀랍네요~
요즘 내가 예민한 이유는 사무실에 대부분 사람들이 너무 자기들 편한되로 규정을 무시하고 하는 행동에 화가 났답니다~그러나 영미쌤은 내게 항상 따뜻하고 공감 잘 하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제가 오히려 좀 섭섭하네요~
암튼 남은 주말 잘 보내세요~ ]

다시 머리가 하얗게 변했고,  월요일 아침 상대를 마주한다는 것이 공포로 다가왔다. 이 일로 그 상대가 나를 다시 공격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두려워졌다. 답장은 엄두가 안났고, 다음날 마주할 것에 대한 시나리오를 머리 속으로 굴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월요일 출근길이 저승길가는 듯 암담하고 두렵고 버거웠다.

하지만 정작 상대와 마주했을 때는 상대가 먼저 안부인사를 건네었고, 평온한 목소리로 일정에 대해 말을 걸어왔다. 순간 천만금되는 마음의 무게가 뚝 떨어지는 경험을 하고, 온세상이 밝고 희망차게 느껴졌다. 정말 살았구나,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용기내어 따로 자리를 옮겨 30여분 정도 서로의 마음에 대해 나누었다. 그결과 상대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아주 좋아하는 듯했다. 나는 충분히 내 마음을 이해받은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쁘고 만족스러웠다.

우선 내가 두려워하는 대상에게 내 마음을 전달했다는 것이 큰 변화이기에 기쁘고, 대견하다. 그리고 내가 상대에 대해 생각한 이미지는 허상이며, 실제의 상대를 좀더 알게 되었다는 것이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가장 만족스럽고 기쁜 것은 두려움을 넘어 나도 너도 살리는 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지금 이순간에 깨어 모두의 마음을 살리고 행복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걸 해가는데 가장 어려운 걸림돌, 내가 만든 두려움을 마주하고 넘어서는 일!  참으로 멋지다. 상대가 두려운 존재여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두려워하는 것이라는 것을 또렷하게 보게 된 경험이라 의미있고, 소중하다. 그리고 이런 깨달음을 준 그 상대가 너무 고맙고 소중하다. 지금은 그분을 향해 따뜻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느낀다. 그래서 참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