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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교실쌤들의 마공이야기

딸의 고민, 경청의 말문을 틔운 함마비

알 수 없는 사용자 2022. 1. 19. 10:31

 방학 전 어느 날, 딸아이 표정이 우울하고 무척이나 안 좋아 보여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습니다. 학급 친구 관계나 학교생활에 무척 만족하면서 잘 다니던 중이라 의아했지요. 그런데 들어보니 한 친구로 인해, 단짝이던 친구와 서먹해진 상태고 그것 때문에 몹시나 괴로워하더군요.

 딸 아이와 얘기할 때 자꾸 조언해주는 습관이 튀어나와서 또 대화를 망칠까봐 함마비로 딸아이의 힘든 마음을 비우게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종종 딸아이는 그냥 들어만 주면 된다고 제게 얘기하곤 했거든요.

 복사해 두었던 마음 그릇종이를 가져와서 딸아이에게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느껴지는 너의 감정에 체크를 해 보라고 했지요. 아주 좋아라하며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6개 정도 표시를 한 것 같아요. 그리고 하나씩 함마비를 딸과 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딸아이는 학교에서 제 학생들과 함마비 할 때보다 더 쫑알거리면서 마지 못해 했지만, 그런 감정이 든 이유를 물어볼 때는 구체적이면서도 자세하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표현하더군요.

 물론 응하는 제 반응에 대해 진심이 안 담겨 있다는 둥, 인위적이라는 둥 계속 쫑알 쫑알.(물론 저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 학교에서 아이들이 말한 것처럼 오그라들 것 같은 함마비의 루틴을 딸아이도 어색해하는 것이었지요.

 길게 하진 못했어요. 딸아이가 4개 정도가 넘어갈 때 그만 하겠다고 하더라구요. 불편했나봐요. 그 뒤에는 함마비를 접고, 단짝이던 그 친구에게 진심을 다해 문자를 보내보라고 했어요. 함마비가 중간에 끝나 저는 많이 아쉬웠지만, 딸아이는 그래도 어느 정도 마음이 풀어지게 된 계기는 되었는지 제 말을 경청하더군요. 늘 하는 엄마의 잔소리로서가 아니라 인생을 먼저 경험한 어른의 조언으로서 경청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친구와는 서로 모르는 오해가 쌓여 있을 수도 있고, 마음은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거라고 했지요. 혼자 끙끙거리지 말고, 함께 얘기를 나누어야 관계가 달라진다고요. 네 마음을 진심으로 표현한 후에도 그 친구가 변화가 없다면, 넌 최선을 다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고. 손 내미는 네 마음을 읽지 못하는 친구라면 네가 그렇게 마음 아파할 가치가 있는 친구일까라며, 그 친구도 지금 힘들어하고 있을 테니 네 마음을 보내보라고 간곡하게 얘기했던 것 같아요. 딸은 조용히 경청하더니, 문자 보내라는 제 말에 그러더군요.

아냐, 이따가 전화할거야. 그게 훨씬 나아.”

 

그 뒤 얼마 되지 않아 딸아이는 친구와 관계를 회복했다는 기쁜 소식과 함께 서로 간에 오해했던 대화 내용도 들려주었습니다. 둘 사이는 이전보다 더 단단하게 여물어진 것처럼 보여 무척이나 기뻤었죠.

함마비를 하면서 조금씩, 나와 타인의 감정에 대해 보다 예민해지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으로 상대를 설득시키는 것이 감정 앞에서 얼마나 무력하고 의미가 없을 수도 있는지를 깨닫고 있는 중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더 여유로워지고 느긋해지는 제 모습도 기대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