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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교실쌤들의 마공이야기

신기하게 다 이해가 된다

곽성호(자유) 2021. 12. 26. 15:18

#어떤 글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모르지만 글을 써야한다는 연락을 받고 적어봅니다.

수업시간이다.

오늘은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첫 시간으로 학생들의 학습태도와 학교 만족도 등을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사최수프(사상 최대의 수업 프로젝트)라고 학교의 문제점을 찾는 활동을 해보려고 한다.

그런데 오늘따라 컴퓨터가 말썽이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화면이 수업이 시작되고 10분이 넘도록 제대로 보이지가 않는다.

그래서 곽**에게 나와서 노래나 불러 보라고 했다. (나는 도서실에서 수업하는데, 일전에 내가 없을 때 마이크로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서 그때 생각이 나 권했다.) 그런데 녀석이 싫다고 했다. 한 번 더 권했는데, 다시 싫다고 해서 그럼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잠시 후 녀석이 노래를 부르겠다고 했다. 나는 기회는 끝났다고 했다. 그런데 다시 노래를 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이미 마음을 접었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질 때 잡아야지 지나고 나서 잡으려고 하면 늦는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었다.) 안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녀석이 '신발'(순화하여 적었음.)이라고 욕을 했다.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그때부터 나의 목소리는 커졌다. 처음에는 흥분해서 커졌고, 잠시 후에는 일부러 그랬다.

녀석을 앞으로 불러서 녀석의 잘못을 따졌다. 5분 정도는 화가 많이 났다. 그래서 큰 목소리로 나의 어이없음을 녀석과 다른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어떻게 선생님에게 그런 욕설을 할 수 있냐고. 지금까지 교사로 살아오면서 수업시간에 학생에게 직접 욕을 들은 적은 처음이라고.

그래서 상당히 실망하고 어이없고 화가 난다고.

처음에 녀석은 친구에게 한 말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 말이 더 화가 났다. 아이들은 항상 그런 식이다. 

그래서 그것까지 핑계대지 말라고 한 번 더 다그쳤다.

그리고 잠시 뒤에 나가 앉아 있으라고 했다. 나는 흥분했고, 계속 이야기 하면 나쁜 감정만 계속 쏟아낼 것을 아니까.

2시간 연강 수업에서 1시간 수업이 끝나고 녀석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녀석은 잘못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생각없이 평소 잘 쓰던 욕이 나왔다고 죄송하다고 했다.

그래, 나는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질나쁜 학생이라도 수업시간에 교사에게 마음먹고 욕을 하기란 (그것도 '신발' 이라고) 쉽지 않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는 이 아이가 이해가 되었다. 평소 욕설을 일상어처럼 사용하는 아이. 수업에는 관심이 없는 아이.

하지만 학교는 나와야 하는 아이. 평소에 나와 성씨가 같아서 복도에서 만나면 일부러 이름을 불러 주던 아이였다.

나도 그렇고 아이도 그렇고 서로 나쁜 감정을 가질 일이 없었기에 더 이상 관계가 나빠지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는 아이가 학교를 그냥 다니고 있으며 공부에는 관심도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도 잘못한 것은 알아야 하고, 학교 생활을 대충하게 둘 수는 없기에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성적을 잘 받지는 않더라도 인간에 대한 예의는 다 할 수 있도록 수업에 참여해 보라고 말해주었다. 

이야기를 끝내고 나는 홀가분했다. 아이가 이해되었고, 그 '신발'이 나에게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마 십 년 전이었으면 나는 엄청 흥분하여 한 시간이 다 가다록 학생을 닦아 세우고 엄청 화를 내고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나를 이렇게 바꾸었는지, 경험이 나를 그리 하였는지 모르겠지만, 공감교실이나 본심코칭(교사리더십훈련)의 영향도 분명 있었을 터이다.

요즘 나는 이렇게 아이들이 이해가 된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에게 측은한 마음이 든다. 안타깝다.

이렇게 밖에 말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앞으로 얼마나 또 욕을 먹고 상처를 받을지는 모르지만, 이런 아이들을 이해하고,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는 욕심을 부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