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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교실쌤들의 마공이야기

두려움 속으로 풍덩!

알 수 없는 사용자 2022. 2. 18. 01:21

미뤄뒀다 쓰는 글이라 디테일이 가물가물하다. 

학년말에 있었던 일이다. 축제때 열릴 학급부스 주제에 대해 반톡에서 의논 중이었다. 우리반(중1)은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전통놀이들을 진행하기로 오프라인 학급회의 떼 이미 결정했었다. 그런데 3학년 어떤 반이 달고나 뽑기를 하기로 해서 학생회에서 교통정리를 했단다. 우리반은 달고나를 할 수가 없게되었다고 회장이 전했다.

그러자 실망한 아이들이 다른 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평소에 지독히도 떠들고 게임만 한다(고 내가 지각하는!) 우리반 까불이 남학생이 우리 사격장 하자!라고 동을 떴다. 몇몇 아이들이 급 반색하더니 믿었던 아이들마저 사격장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오징어게임에 꽂혀있었고, 사격장은 비교육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나는 위태로움을 느꼈다. 이 흐름을 지금 끊어야할 것 같았다.

'총게임을 즐기는거 자체가 평화에 대한 위협~' '쌤이 사회쌤이라서 사격장은 더욱 불편한 선택입니다ㅠㅠ' 등의 톡을 급 날렸다. '오징어 게임도 잔인하게 사람 막 죽이는데요?' 반격이 시작되었다. 그 남학생으로부터 시작해서 '스포츠입니다' '스트레스 해소일 뿐입니다' 등등의 지원사격이 이루어졌다. 한 해 동안 담임의 의견에 이렇게 여러 반박이 이어지긴 처음이었다. 당황스러웠고 난감했고 못마땅했고 그동안 쌓았던 영향력이 훼손될까 걱정됐다. 수업부터 하라고 단도리하고 이틀 후 학교에 오는 날 결정하자며 일단 마무리를 지었다.

이런저런 일을 하며 계속 내 마음을 살폈다. 거대한 두려움이 자각되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겁이 났다. 사회선생이고 인권을 가르치면서 축제 때 사격장을 열게하다니 이율배반아니야? 만약 내가 강압적으로 막아서 오징어게임 부스를 열기로 했는데 애들이 기분이 나빠서 아무도 자발적으로 나서서 준비를 안하면 어떡하지? 두 상황 다 견딜수 없는 괴로움일 것이었다. 지금 당장은 두려움 때문에 괴로웠다. 

그래서 나의 두려움을 정면으로 직면하고 수용해주기로 작정하고 두려움 속으로 풍덩 뛰어드는 듯한 느낌으로 마음을 활짝 열어 받아들여보았다. 마치 쨍한 하늘이 갑자기 나타나듯 순식간에 마음이 개운해졌다. 그리고 편안했다. 나스스로도 이런 식의 급전환이 신기했다. 그러더니 좋은 생각들이 막 샘솟는것 같았다.

그렇지, 축제의 주체는 아이들이지. 아이들의 뜻대로 결정하는게 맞지. 사격장을 창의적으로 교육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을거야. 표적들에 우리사회에서 사라져야할 부정적인 것들을 적어 넣고 쏘게 하는 것은 어떨까? 최초로 제안한 고녀석 이름(혹은 얼굴)도 크게 하나 걸게 해야지ㅋㅋㅋ

이틀 후 학생들이 등교한 날 조회시간에 '축제는 여러분들이 만드는 것이니 여러분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게 맞는것 같다. 잘 의논해서 사격장을 창의적, 교육적으로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 여러분을 믿는다'고 말했다. 아이들도 흐뭇했고 나도 흐뭇했다. 이어지는 다양한 논의에서 어떤 아이가 우리들의 꿈을 하나씩 적어 표적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와~ 역시 멋진 녀석들! 아이들이 감탄스러웠다. 나도 퍽 잘했다. 한 편의 다살림 드라마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