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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로 가꾸는 공감교실이야기

제53호. 선생님, 저 상담해주세요!

홍석연(봄) 2021. 5. 12. 10:54

김아영 (산)

시험문제 출제하느라 교실에 남아있는데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내 이름을 불렀다. 내려다보니 우리 반과 다른 반 아이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상은이가 울고 있다. 상은이는 평소 따뜻하고 선생님 심부름도 하고 싶어 하는 살가운 아이다.

"상은이 왜 울어?" 했더니, 줄줄이 교실로 올라온다.

"선생님, 저 상담해야 될 것 같아요." 하고 상은이가 눈물을 뚝뚝 흘린다.

나는 기뻤다. 왜냐면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나를 대하는 것 같아서.

"응. 무슨 일이야?"

"음... 그게요."

"응. 걱정돼? "

"네. 학원 샘이요. 제가 공부 못할 때 마다 자꾸 욕을 퍼부어요. "

"아이구. 그렇구나. 뭐라고~ ? "(무섭겠다 할 걸. 놀라서 다른 말이 안 나왔던 거 같다. )

"저희 엄마가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일하러 갔는데요. 학원 샘이 공부 못 할 때마다 엄마 회사 다 관두시라 해라고, 니 이것도 못하는데, 하면서 엄마 얘길 해요. 샘은 엄마가 그런 것 모르니까요. 그런데 말 할 수도 없고. "

"저런, 많이 속상하고 엄마한테 미안했겠다. "

"네."

안아주니 좀 울었다.

"많이 속상하고 아팠구나. 그런 말 들을 때 마다 어땠어?"

"진짜 속상했어요." 하고 조금 밝아진다.

"그래. 그랬겠다."

"울고 나니 어때?"

"시원해요."

뭐라고 얘길 좀 더 나누고

"아, 후련해요. 이제."

‘친구들에게 어떻게 얘기할 맘을 냈냐’고 물으며 저번에는 말 못했던 맘, 이번에 할 수 있었던 맘을 알아주고 나서 물었다.

"니가 진짜 바라는 건 뭐야?"

"엄마한테 얘기하고 학원 바꾸고 싶어요."

"응. 그래. 엄마한테 얘기하기 어려울 텐데 말하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샘한테 말해서 샘이 또 나 혼낼 것 같아요."

"응. 그럼 말하기 두렵겠다. 그것까지 말하면 어때?"

"음. 괜찮을 것 같아요."

"그래, 그런데 니가 그렇게 말했을 때 엄마가 ‘너 학원 가기 싫어서 그러지?’ 하면 어떻게 할래?"

"어..."

"어때? 평소의 엄마라면 이런 말 하실 것 같아?"

"네. 그럴 것 같아요."

"그럼 우짤래?"

"... 모르겠어요."

"니가 진짜 바라는 건 뭐야? 어떻게 하고 싶어?"

"엄마한테 말해서 학원 바꿔서~ 어 저한테 모를 때 알려주고... 도움 되는 선생님하고 공부하고 싶어요."

"그래. 좋으네. 니가 진짜 바라는 건 지금 그 선생님한테 혼나면서 배우는 게 아니라 모를 때 너에게 알려주는, 도움 되는 선생님 하고 공부하고 싶다는 거지?"

"네."

‘내가 진짜 원하는 건 ~ ’ 하며 따라하게 했다.

"그러면 어떨 것 같아?"

"좋을 것 같아요. 사실 학원 가면 혼날까봐 그런 게 신경이 많이 쓰이고 집중이 안돼요."

"그래 더 마음 편하게 집중해서 공부하고 싶은 거구나?"

"네. 공부도 더 잘 될 것 같아요. "

"그래. 이렇게 얘기하면 엄마한테 설득력 있을 것 같은데.”

따라하게 연습 한 번 시키고,

“오늘 얘기 할 거야?"

"음. 아니요. 엄마 시간 있을 때. 근데 빨리 말하고 싶어요."

"그래. 그렇겠다. 엄마도 편안하고 여유 있을 때 말하면 더 잘 받아들여질 것 같아."

"네. "

"나한테는 어때?"

"고마워요. "

“좋지?"

"네."

꼭 안아주고 보냈다. 상담에 걸린 시간은 십분 정도. 상은이는 그 날 밴드에 고맙다고 댓글을 올리고 음료수를 가져와 ‘쌤 야근이 잦으시잖아요.’ 하면서 날 챙겨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