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새 병이 또 도졌다.
'학교가기시러병'
매일 그런 건 아니지만 종종 이런 마음이 올라온다.
우리 반 수업 시간에 이런 나를 편하게 개방했다.
"요즘 내가 병이 도져서 좀 힘든데, 혹시 무슨 병인지 아는 사람?"
걱정스런 눈빛도 있고, 그냥 사실을 궁금해 하는 눈빛도 느껴진다.
누군가 "시러병?"이라고 말해 놀랐다. '오 어떻게 알았지?'
"응 맞아, 그 병이야. 학교가기시러병. 너희는 학교 가기 싫을 때 어떻게 하니? 팁 공유 좀 해줘."
그랬더니 동시다발적으로 자신의 경험이 담긴 이러저러한 방법들을 말하기 바쁘다.
'내 기분이 어떨 것 같니?' 같은 질문을 하거나 '나를 좀 공감해 줄래?' 같은 말은 전혀 하지 않았지만,
그냥 나의 상태를 아이들 앞에서 개방하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좀 트이는 기분이었다.
그후로 학교가기시러병이 좀 진정되었다.
2
"선생님이 9반 싫어하는 게 티가 난다던데요?"
순수함이 매력인, 우리 반(11반) 아이 하나가 이런 말을 한다.
"아 그래? 티가 났나보네?"
"하하하~~"
"농담이고.. 싫어하는 게 아니라 9반이 힘들 때가 있긴 해. 싫어하는 거랑 힘들어하는 거는 좀 다르니까."
위 대화는 가볍고 편하게 나누었지만, 9반 아이들한테 이 이야기를 할까 말까를 생각하니 조금 갈등이 된다.
같은 날, 9반 수업에 들어가 이렇게 말했다.
"혹시 이런 소문 들어봤니? 내가 9반을 싫어한다던데?"
그랬더니 '그게 뭔 소리야' 하는 표정으로 "아닌데요?"라고 말하는 아이가 있고,
"아니야, 나 누구한테 (문학 선생님이 우리 반 싫어한다고) 들어본 것 같은데?”
"그래, 누군가는 내가 9반 싫어한다고 느낄 수 있지. 근데 나는 9반이 힘들 때가 있는 거지 싫어하는 건 아니야.
내가 여러분이 어떨 때 힘들다고 예전에 말한 적 있는데, 기억나나?"
“네, 저희들끼리 말할 때요.”
“맞아, 내가 한 말을 듣고서 나는 쳐다보지 않으면서 너희끼리만 이야기하면 난 외롭고 고립감을 느껴.”
이후 서로 가볍고 편하게 대화를 좀 더 나누었고
이 대화 이후 나는 9반 들어가는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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