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공감교실

따뜻한 협력, 성장의 다살림 공동체

교실 속 관계가 자라는 연수, 배움회원 모집 자세히보기

공감교실쌤들의 마공이야기

여학생들 간의 갈등을 함께 겪어내며

김정석(소망) 2022. 5. 21. 13:42
작성자: 소망 


기쁜 마음에 몇자 적어 보련다
.

 
* 만난 지 4일차 (목요일)
학급 내 여학생 10명 중 6명이 두개 그룹으로 나뉘어 갈등을 했다. 4명(희연, 미지, 소정, 윤지)과 2(다연, 수연)이 서로 대립을 했다. 사실 그들은 같은 학급이 된 지 며칠 안 되었던 상태였다. 만난 첫날부터 2명 그룹에 속해 있는 다연이가 4명 그룹에 속해 있는 희연이에 대해 가지고 있던 불만과 불안 때문에 생겨난 갈등이었다. 현재는 중3인데, 1 시절 각자 다른 학교를 다니면서 얽혔던 악연(?)이 있다고 다연이는 나에게 들려주었고, 희연이는 다연이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들려주었다. 서로 만난지 4일째 되던 날 수업 시간 중에 손가락 욕을 다연이가 했고, 희연이는 다연이에게 험한 말을 했다.
 
그날 밤에는 우려했던 대로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희연이가 고등학생 아는 오빠와 함께 수연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천만 다행스럽게도 고등학생 아는 오빠는 둘 사이를 중재하는 말만 했고 오히려 희연에게 험한 말을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말을 구사했다.
 
* 만난지 5일차 (금요일)
다음날 학교에 등교한 수연이는 대화 캡처를 보여주며 분노와 흥분, 희연이를 보낼 수 있겠다는 일말의 기대감 같은 것을 풍기며 희연를 학폭으로 신고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여학생들이 벌이는 이런 갈등은 참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참 난감했다.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아이들의 갈등을 어떻게 중재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말이다. 우선 수연의 이야기와 감정을 들어준 후 공간 분리를 원하는지 물었다. 그럴 필요 없단다. 학폭으로 신고하고 싶은지 물었다. 생각을 좀 해야겠단다. 아마 이때 수연이는 자신도 학폭으로 볼 수 있는 행동을 이미 했다는 것을 떠올렸던 것 같다. 그리고 내면 깊숙이에는 새로운 학급에 잘 적응하고 싶은 생각과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학폭으로 처리하지 않는 이상, 학기 초에 약속했던 대로 다살림공동체위원회(갈등 조정 회의)’를 열자고 약간 압박을 했다. 수연이가 그러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희연 vs. 수연-다연이 셋이서 한자리에 모였다. 내가 의식하지는 못했는데, 서로 눈총을 쏘고 있었던 모양이다. 다연이가 불쾌한 목소리로 뭘 쳐다봐!” 말했고, 희연이는 “**중학교 찐따 년이!!”라고 맞받아쳤다. 나는 그들의 참여 태도에 화가 났고, 이들의 언쟁을 제지했다. 서로를 이해하는 말을 주고받게 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쪽 입장을 듣고 희연에게 페이스북 메신저 건에 대해서 묻자 다행히 사과를 했다. 사과가 잘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희연이가 좀더 여유가 있는 듯 하여 앞으로 어떻게 지내고 싶냐고 묻자 희연이는 잘 지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수연이와 다연이의 마음은 전혀 풀리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이렇게 갈등 중재를 위한 대화 자리를 만든 것을 돌아보면 후회스럽기도 하고, 스스로 아쉽기도 하고, 그래도 노력한 내가 기특하기도 하다. 후회스러운 것은 서로 준비가 안 되었는데, 만나게 한 것 같기 때문이다. 아쉬운 것은 이 갈등(문제)를 해결하여 학급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라는 것은 내 문제였고, 그 문제를 아이들은 문제 삼고 있지 않다는 것을 지금 알았기 때문이다.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내 욕구가 크게 작용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상황이 온다면 나는 또 그렇게 했을 것 같다. 이런 시도라도 하는 것이 기특하고 다행스럽다

아이들에게 대화를 통해 각자 원하는 것을 얻고 싶은지 묻고 그런 동기를 좀더 불러일으킨 후에 만나게 했으면 좋았겠다. 이 지점이 조금 아쉽다. (아쉽다고 적으려니 억울해진다. 학교에서 그렇게 사전 작업을 할 시간적 여유도 많은 상황 속에서 사전에 최선을 다한 나도 있기 때문이다.)

 
갈등 중재가 원활하지는 않았다. 주말 동안 서로 연락해서 문제를 키우는 일만은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다. ‘너희한테 내가 지금 서로 친하게 지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야. 물론 내가 정말 바라는 것은 너희들이 서로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그렇지만 그건 내 바람이고, 일단은 각자 교실에서 지내는 것이 불편할테니 교실이 편안해질 수 있도록 서로 입장을 이해하고 서로를 인정해 줬으면 좋겠는거야.’ 그러고는 하교를 시켰다.
 
2월에 동료 선생님들과 상의하기로 학생 갈등에 대해서 다살림공동체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협의가 되었고, 갈등 상황에 대해서 깔끔하게 해결은 안 되더라도 개입은 하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하자.’라는 이야기를 주고받았었는데 그래도 그게 지켜진 것 같아 반가웠다. 한편, 갈등으로 인해 교실 생활이 불편할 아이들이 안쓰럽고 안타깝고 아쉬웠다.

(지금 돌이켜 보니 그 아이들이 이 일을 겪으면서 교실 생활이 불편할 거라는 나의 인식이 작용한 것이 보인다. 그 아이들은 갈등 과정에서 교실에서 불편하게 지내는 것을 문제 삼았을까? 물론 불편하기는 했겠지만, 그 아이들의 특성 상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상대에게 밀리지 않아야 한다, 상대를 제압하고 싶다는 바람이 더 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순간의 더 큰 욕구(상대를 내 밑으로 들어오게 하고 싶은 욕구)를 놔두고 교실에서 불편할 것만 부각시켰으니 양쪽 다에게 안 받아들여졌을 것 같다.)
 

*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처럼 지내기 (만난지 2주차 3주차)

이 기간 동안 소소한 갈등들이 있었으며, 두 그룹은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처럼 지냈다.
 
* 3주차 캠핑 활동 중
- 희연는 그 그룹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근데, 희연이가 코로나에 걸려 캠핑에 오지 않았다. 희연이가 불참하게 되어 많이 아쉬웠다. 캠핑이 계기가 되어 주면 하고 바랐기 때문이다.
- 희연에 그룹에 속해 있던 미지와 소정이가 와서 , 어제 수연이 다연이랑 말 했어요. 불멍하는데, 수연이가 먼저 말 걸더라구요.”
나는 참 반가웠다. “우와, 그랬어? 참 좋은 일이네. 그래서 너네는 어땠는데?”
저희도 좋죠!”

사실, 이 장면이 더 반가웠던 이유는 나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먼저 들려주는 미지와 소정이의 행동 때문이었다. 내가 아이들의 갈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해소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는 걸 알고,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와서 들려주었다고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서로의 마음에 신경쓰는 관계가 되어가는 것으로 지각되었다.
 
- : “수연이 다연이 어제 미지랑 소정이한테 말 걸고 대화했다면서?”
- 수연: “어떻게 알았어요?”
- : “미지가 와서 이야기하더라.”
- 수연: “그래서 뭐래요?”
- : “? 좋아하던데.. 잘 했다.”
- 수연: “제가 어제 먼저 말 걸었거든요. 근데 막 좋아하는 거예요.”
- : “그래서 너는 어떤데?”
- 수연: “,, 저희도 편하게 지내고 싶기는 해요.”
- : “미지랑 소정이도 그러고 싶어해. 쟤네들도 너희들이랑 잘 지내고 싶어하는 마음이야.”

사랑의 메신저도 아니고, 참.. 이쪽저쪽을 왔다갔다 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전하고 각자의 마음을 확인하는 일을 했다. 
 
* 4주차 수요일 아침 (희연이 격리 해제 하루 전날)
- 미지: 저희랑 수연이네랑 풀려가고 있어요. 근데, 내일 희연이가 학교를 오니까 걱정돼요.
- : 걱정되겠다.
- 미지: 사실, 희연이가 걔네랑 갈등이 있는 거지 저희는 이제 그렇지 않거든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미지는 왕따를 당한 경험 때문에 친구 관계가 좋지 않았다. 이전 학교에서 2학년 때 상담실에 머무르면서 교실에 들어가기를 거부했던 적도 있다고 들었다. 여자 아이들의 갈등 상황에서 어느 한쪽 편을 강하게 드는 것 같은 행동을 보였는데, 나는 이전의 경험이 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추측하고 있었다. 아이들 그룹에서 버림받지 않으려면 어느 한쪽에 강하게 붙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런 관점과 생각으로 지켜봐온 미지가 이런 말을 해서 무척 반가웠다. 나도 사실 희연이의 등교를 앞두고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 우와! 너 그런 걱정을 다했어? 엄청 멋있다.
미지: 에이, 뭘요!
: 그래서 너는 어떻게 되길 바라는데?
미지: 다 잘 지냈으면 좋겠죠!
: 우와! 너 그렇게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었어? 하하 모두가 잘 지내길 바라는 거네.
미지: .
: 뭘 어떻게 하긴. 그런 마음을 서로 전하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 보는 거지.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 보자.
미지: .
: 너 지금 태도 엄청 멋있고, 든든해.

* 4주차 수요일 오후 (마음나누기 시간)
- 나: 우리 우리가 만난지 한달 정도 되었네. 중간 점검 차원에서 칭찬할만한 사람을 찾아서 칭찬하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 다연: 저는 미지를 칭찬해요. ~~ (내용은 기억이 안남)

그러자 주변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아이들도 여자 아이들 간에 갈등을 알고 있었다. 전체 마음나누기 시간에 이들의 갈등을 지켜보는 것이 힘들다고 내가 이야기한 적이 있었고, 소정이도 갈등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차례가 지나 미주 차례가 되자
- 미주: 저는 다연이를 칭찬해요. ~~ (내용은 기억이 안남)
많이 안심되는 시간이었다. 

 
* 4주차 목요일 아침 시간
- 미주: 샘, 저 어제 원래 다연이가 저 칭찬 안 했어도, 제가 다연이 칭찬하려고 했어요. 칭찬할 사람 두명 적어놨었는데, 자주 이야기하는 소정이보다는 다연이를 칭찬하려고 했어요. 
- 나: 그래^^ 
- 미주: 지내보니까 다연이 정말 착하더라구요. 
 

* 4주차 목요일 점심 시간
수연: , 요즘 힘들어 보여요.
: ? 요즘 힘들긴 하지.
수연: 저희 때문에 죄송해요.
: 너희들 갈등 때문에 내가 힘들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구나. 내 힘든 걸 알아주니 좋네. 근데, 너희들 갈등을 바라보며 힘들어하는 건 샘의 역할인 것 같아. 그래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 난 힘들기는 하지만 이러면서 우리가 많이 배우고 성장하는 것 같아서 좋아. 수지 너는 한번 싸우면 관계를 끊어버렸잖아. 이전에는. 맞아?
수연: .
: 근데, 지금은 관계를 회복해 가는 것을 경험하고 있잖아. 이전 같았으면 안 했을 일을 지금은 해 가고 있으니 힘들지만 얼마나 좋은 일이니? 나는 그래서 지금 이 과정이 의미있어서 좋아.
 
* 정리
아이들 갈등이 있을 때 나는 참 힘들어한다. 갈등 조정회의를 통해 한방에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초능력이 있으면 좋겠고, 그걸 못해내는 나를 보며 아쉽기도 했다.
그래도 아이들 사이의 갈등에 뛰어들고 그 속에 잠재되어 있을 아이들의 상처와 패턴을 바라보며 치유와 성장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관점을 가진 내가 좋다.
특히
이번에 겪은(혹은 겪고 있는)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아이들이 화해되어 가고 있는 과정을 먼저 와서 들려주고, 그것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은 나를 걱정해주는 아이들의 말을 들으면서 아이들이 그런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서 기뻤다.
또, 갈등이 주변 사람의 관계망 혹은 관심 때문에 서서히 풀려가는 모습을 조급하지 않게(사실 많이 조급했음, 잘 안 풀리니 조급하지 않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면도 있었음을 고백한다.) 바라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