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주 (테야)
지난 호에 이어, 따돌림 당했던 A와 마음을 풀고 싶다는 여학생들이 함께 진행한 집단상담입니다.
이야기를 누구부터 시작할까 하다 다들 쭈뼛쭈뼛하길래 A에게 너부터 해보겠냐고 하니, 아무 말도 못한다. 그래서
- 얘들아 좀 도와줄 수 있겠나? 지금 A가 말을 못하는 것 같은데, 왜 말을 못하는 것 같은지 혹시 알려줄 수 있을까? 선생님은 좀 답답하거든.
- 당황했을 것 같아요
- 어떤 점에서?
- 갑자기 이런 자리에 데리고 와서 얘기하라고 하니까.
- 아~ 갑작스런 자리라 당황했을 거란 얘기네.
- 또 왜 그런 것 같아?
- 무서울 것 같아요
- 긴장될 것 같아요
- 걱정될 것 같아요
- A는 듣고 어떻노?
- 두려워요.
- 두려운 모양이네? 뭐가 두려운 것 같노?
- 애들이 뭐라 할지 몰라서...
- 뭐라 할지 몰라서 궁금하기도 할 것 같고... 너를 비난하거나 탓할까봐 두려운거가? 그래 두렵고 무섭지. 긴장되기도 할 거야. 그런데 잘 들었는지 모르겠다. 여기는 니가 왜 그랬는지 궁금한 친구도 있고, 니한테 사과하고 싶은 친구도 있다. 이 일이 잘 안풀릴까봐 걱정하는 친구도 있고 너한테 화가 난 친구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다들 바라는 건 ‘잘 풀렸으면~’ 한다는 거다. 그러려면 니가 여기서 뭘 해야 할지 잘 생각해봐라. 마음 열어주는 친구들을 떠올려보고.
자, 그럼 혹시 얘기하고 싶은 친구들이 있는 것 같은데 한 번 들어볼래? 들을 수는 있겠나?
그랬더니 아이들이 그동안 무시당한 것 같은 상황 장면들을 이야기한다. 들으면서 아이들이 이미 A를 작정하고 따돌렸고 못마땅해 하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애들의 이야기에 듣기 반응을 해주었고 A는 고개만 끄덕인다. 그렇게 6~7명의 아이들의 이야기가 끝나고 나니 열기가 식고 차분해진다.
묵혀놓은 사건들, 사건들...
아이들의 심정을 다시 한 번 묶어서 듣기 반응을 해주고 ‘이에 대해 풀어가기 위해서 하나하나 사실 확인을 하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A도 너무 버거울 것 같은데, 그냥 전체적으로 뭉뚱거려서 이야기를 해도 되겠는지’ 물었다. 아이들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A에게 듣고 어떤지 하고 싶은 얘기를 해보라 했다. A는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자꾸 실룩실룩 웃으며 미안하다 말했다. 걱정이 되었다. 전혀 마음이 느껴지지 않아서 아이들이 빈정상해 할까봐 염려되었다.
- A야. 이 문제를 풀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제? 그것도 누구보다 절실할 것 같아.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누가 가장 힘을 많이 쓰고 있는 것 같노?
- 애들이요.
- 그러게. 니가 제일 절실할텐데, 그 절실함이 잘 느껴지지가 않아.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데...
그래서 배에 힘을 넣고 말해보라고 일어서서 말하게 했다. 목소리가 작아서 크게 하도록 요청도 여러 번 했다. 사과하는 말도 상대가 들리도록 친구 하나를 일부러 멀리 세웠다. 그래도 감정은 실리지 않고 아이들의 표정도 심드렁하고 주의가 흐트러졌다.
A의 눈을 감기고
-니가 하고 싶은 말이 있을텐데... 그리고 아이들은 니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도 궁금해하는 것 같아. 너 역시 설명하고 싶기도 할테고 그런데 무작정 미안하다고만 하면 니 말이 아이들 마음에 전해질까 싶다.
아이들도 눈을 감게 하고
-오늘 이 자리에 온 것이 A와 잘 지내고 싶어서 온 것이 맞는지 스스로 점검해보고, 그렇다면 A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주고 어떤 마음인지 느껴보려 애쓰기를 바란다. 그래서 A의 마음이 느껴지고 받아들여지면 눈을 뜨면 돼.
-A는 친구들에게 내 절실함을 담아서 하고 싶은 얘기를 해봐라.
A는 좀 전에 들었던 상황 상황에 대해 사과했다. 그리고 사실은 느그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발버둥친 거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이때 상당수가 흔들렸다. A는 그리고 정말 미안하고 그럴 의도가 아니었노라고 말했다.
그러는 동안 아이들은 모두 눈을 떴다
A를 앉혔다. 아까 그 아이가 박수를 친다.
- 박수쳐주고 싶은 모양이구나. 고맙다.
아이의 눈이 벌겋게 충혈 되어 있다. 땀이 흘렀는지 휴지들이 너덜너덜하다. 아이들에게 듣고 어떤지 A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음 해보라고 하였다. 처음 입을 뗀 아이는 혼자 지내도 괜찮다고 했고, A에 대해 ‘질린다, 억울하다’는 감정을 가진 아이였다.
- 용기내어줘서 고맙다. 많이 힘들었을 건데...말해줘서 고맙다.
라며 말끝도 맺지 못하고 운다. A도 참았던 눈물을 흘린다.
아이들은 고맙다고 말하고 용기 있다고 칭찬해준다.
- 자 그럼 마무리를 해야할 것 같구나.
지금 기분은 어떠냐고 물으니 시원하고 좋다고 한다.
‘그래 그럼 마지막 활동을 하고 싶은데 해도 되겠나?’ 물으니 ‘예’한다.
나는 아이들을 칭찬했다.
-이런 경우는 오랜 교직생활에서 처음 보는 일이다. 너희가 나서서 요청하고 해결하려 했다는 것이 나는 너무 놀랍다. 그리고 이렇게 너희들은 해내었다. 정말 멋지다!
그런 우리를 서로서로 응원해주고 북돋아주었으면 좋겠는데... 해보겠냐고 물었다. 좋다 한다. 원안에 한 사람씩 들어가게 하고 그 사람에게 ‘사랑해. 고마워. 안아주기’ 중 한 가지를 해주라고 하였다. 아이들은 제일 먼저 누가 들어가면 좋겠냐는 내 물음에 ‘A요’ 한다. 이렇게 작업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A를 안아주며 놀랍게도 ‘고맙다고, 고생했다’고 말해주기도 한다. 용기내어줘서 고맙다고 말하기도 한다.
A는 울음을 그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서 울었다. 아이들은 어깨도 도닥여주고 안아주기도 한다. 안아주는 게 부끄러운 몇 명의 아이들은 손만 어깨에 얹기도 한다.
이렇게 12명의 아들이 서로서로 안아주고 마음을 나누었다.
그리고 나도 안아주었다. 아이들에게 덧붙여 부탁을 했다
- 내 보기에 A는 관계를 맺는데 참 미숙하다. 너희들도 들었겠지만 A가 너희와 친해지고 싶어서 발버둥친 건데, 오히려 너희를 방해하고 화나게 한 꼴이 되었거든... 그러니 지내다가 혹 불편하거든 어떤 기분이 드는지 알려주렴. 그리 해 줄 수 있겠나?
- 네~~~~ ^^*
그리고 아이들은 시끌벅적 위클래스를 떠났다.
어떤 아이 하나가 A 어깨에 손을 얹고 토닥이며 나간다.
마음이 뜨겁고 고맙고 행복하고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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