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곤 (보리)
내 감정을 얘기하고 상대에게 이해받는 말을 듣다보니 시원함을 느꼈다. 생각이 아니라 실제로 느낀 건 처음인 것 같다. 아주 반갑다.
입시를 앞둔 고3 우리 반 녀석들이 마지막 한 시간을 못 참고 도망쳤다. 다음날 몇 명을 교무실로 불러서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주욱 쏟아냈다.
"실망하고, 짜증나고, 괘씸하고, 자존심 상하고, 무기력하고, 원망스럽고, 좌절감 들고....."
얘기하다보니 아이들이 그냥 가만히 있는 거 아닌가. 나는 답답해져서 내가 어떤 심정일지 얘기해보라고 했다. 이해받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은 당황한 것 같았지만 조금 힌트를 주자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화가 나셨을 것 같아요."
"그럼. 화가 조금 났지."
"선생님이 남으라 했는데 그냥 가서 실망하고 서운하셨을 것 같아요."
"그래. 내가 서운했지. 실망도 했지. 또 해 봐."
이런 식으로 한 3분 진행되었나? 좀 웃기기도 하고 신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목 밑 어디에선가 쑤욱 하고 뭔가가 내려가는 느낌이 났다. 그리고 시원했다.
공부하면서 말로는 시원하다고 했지만 실제로 시원한 게 뭔지는 잘 몰라서 답답했었는데 시원한 느낌을 처음으로 경험해보니 정말 좋았다. 그리고 제대로 된(?) 또는 실제로 비워낸 것 같은 '마음비우기'는 무척 파워풀하다는 걸 알았다. 일상생활에서 이런 마음 비우기를 자주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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