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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로 가꾸는 공감교실이야기

제70호. 묻고 표현하며 만들어가는 재미

홍석연(봄) 2021. 5. 12. 11:24

이선희 (평화)

어제 가을열매 중 석류를 관찰한 후 맛을 보았다. 새콤달콤 맛있게 먹고 그동안 가을에 대하여 공부한 것을 도전 골든벨로 단원 마무리를 했다. 한살림 과자 한 접시씩 모둠별로 나누어 먹으며 농부님께 감사하는 마음 표현도 했다. 그러면서 작은 운동회로 더하고 싶은 운동을 물으니 피구를 하고 싶단다.

오늘 4교시에 피구방법을 가르치고 시합을 했다. 실력이 비슷한 아이들끼리 가위바위보를 해서 팀을 짰는데 이상하게 키로 두 팀이 나뉘었다. 작은 아이들 팀이 3승으로 이기자 우리 반에서 가장 키가 큰 민이가 ‘졌는데 뭘 더하냐’며 툴툴거려서 한 경기를 남겨놓고 분단별로 줄을 서게 했다.

“선생님이 시합을 덜 마쳤는데 줄을 서게 한 이유를 아는 사람? 효원이 말해봐라”

“민이와 몇몇 남자애들이 졌다고 더해서 뮈하냐고 투덜대서 그래요.”

“그 때 효원이는 다른 말을 한 것 같은데, 뭐라 말했는지 다시 말해볼 수 있겠니?”

“선생님, 한 판 더 남았는데 왜 안 해요?’ 라고 했어요.”

“효원이는 더 하고 싶었구나. 효원이는 피구 그 자체가 재미있었구나.”

“효원이처럼 피구가 재미있어서 즐거웠던 사람 손들어볼까?”

대부분의 아이들이 손을 든다.

“그렇지. 나도 그래서 피구를 시켜줬지. 처음엔 너희도 그 마음 때문에 피구를 하자고 했어, 그런데 피구를 하다보니까 이기고 싶은 마음이 생겼지? 진 팀은 기분이 나빠져서 하기 싫어지기까지 한 사람 손들어봐라.”

남자들 몇 명과 여자들 두어 명이 손을 든다.

“아유 솔직하네. 그럴 수 있지. 시합을 하면 이기고 싶지. 너희에게 물어볼게. 시합을 하면 이기고 싶은 사람 솔직히 손들어봐라.”

아이들이 대부분 다 손을 든다.

“맞아. 시합을 하면 누구나 다 이기고 싶지. 근데 두 팀이 시합을 하면 비기지 않는 한 어떨까?”

“이기고 져요.”

“근데 시합은 왜 할까?”

“운동을 재미있게 하려고요.”

“은서가 대답을 잘하네. 다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해?”

“네.”

“그럼 오늘 피구하면서 운동 재밌게 한 사람 손들어 볼까?”

모두 손을 든다.

“얘들아, 피구가 재미있었구나. 아! 그럼 좋다. 또 할 말 있나?

“이긴 팀이 잘난 척 하며 놀려서 기분 나빠요.”

“진짜? 져서 기분도 언짢은데 놀림까지 받는다면 진짜 약 오르겠다. 근데 누가 그리 속 좁은 짓을 하노?”

“예전에 ~~~”

“가만가만 오늘이 아니고 예전에 누군가 그랬었단 말이지? 어디보자 오늘도 누가 그런 말을 할 것 같은가~~ 관상을 한 번 볼까? 넌가 넌가? 너구나 너구나. 우히히히히. 속 좁은 사람 손 들어봐라. 아무도 없구나. 그럼 속 넓은 사람 손들어 봐. 어, 다 드네.

그럼 너희는 3판 진 친구들한테 무슨 말 해주면 좋을까?”

“3판 다 져서 엄청 속상하겠다.”

“한판이라도 이기길 정말 바랐겠다.”

“이긴 팀이 가만히 있길 바랐겠다.”

“이말 들으니 진 팀은 기분 어때?”

“기분 쫌 괜찮아요.”

“얘들아, 우리 팀을 다시 짜서 한 판 더 해 보면 어떨까? 너희 생각은 어때?”

"싫어요."

"오~이긴 팀은 질까봐?"

"예"

"아니 팀을 완전히 다시 짜서 한다고"

“좋아요.”

“그럼 어떻게 팀을 짜면 좋겠어?”

“뽑아가기로 해요”

“그래? 그러면 남자 여자 중 가장 잘하는 사람 네 명만 뽑아봐.”

아이들이 그동안 놀면서 봐 온 깐으로 네 명을 뽑아서 가위바위보를 하더니 팀을 짜기 시작한다. 그리고 피구 전략까지 짠다.

피구 시합은 2:0으로 마쳤는데 아이들은 만족스러워한다. 기특하다.

즐거운 얼굴로 교실로 들어와 이어달리기를 더 하잔다. 4,5교시 중 20분을 남겨 놓아서

가방을 메고 나가 이어달리기 시합을 했다.

너무 재미있나보다. 내일 또 하자는 말을 남기며 인사를 하고 돌아간다. 싱글벙글이다.

9살 우리 반 아이들을 데리고 이런 수업을 해낼 수 있다는 게 뿌듯하고 아이들이 대견스럽다.

나는 아이들에게 자꾸 묻는다.

아이들은 생각을 표현하며 엮어가면서 원하는 것을 만들어간다.

아이들과의 이런 나눔과 배움살이가 참 재밌고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