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전순 (동그라미)
어제는 닭고기를 먹는 ‘구구데이’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25년 전 9월 9일 남편과 부부의 인연을 맺은 날이기도 했다. 그가 기억해서 알려주지 않음에 섭섭해하지 말고 내가 먼저 알리자. 누가 먼저가 뭐 그리 중요한가. ‘지금 이 순간 기억하고 알리고 싶은 사람이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톡으로
나는 고맙고 든든하네. 당신은 수고 많았고 고생 많았어.
내가 당신과 만나 부부의 인연을 맺은 지 25년이 되었어.
25년 전 오늘 우리가 결혼!
라고 보냈더니
단 한 번의 선택으로 반평생을 함께 한 세월 속에서 나로 인해 깊은 상처만 남겨지진 않았는지? 그 상처도 세월 속 그 어딘가에서 날려버리길 바라며...... 오늘 밥한 끼 사려하는데 같이 하겠소?
라는 답톡이 왔다.
이 톡을 보는 순간 뭉클하고 이해받는 거 같아 눈물이 글썽여졌다. 지금 이글을 쓰면서도 뭉클함으로 눈이 촉촉해진다. 상처가 남겨져 있다면 나만 있겠는가. 남편 또한 같이 겪지 않았겠나. 그리고 함께 한 세월동안 상처만 있었겠나.
돌아보니 좋은 기억, 외면하고 없애버리고 싶은 기억들 속에 많은 것이 스쳐지나간다. 상담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남편을 이해할 수 있어서 일단 내 맘이 편했고 남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말을 하고 조언을 원할 때는 조언을 하면서 점차점차 그도 나도 성장하면서 관계개선을 경험하며 살고 있다. 때로는 이제 알게 된 게 아쉽기도 하지만 이제라도 알게 됨을 반가워하며 기쁘고 즐겁고 행복을 느끼는 삶을 영위하고 있다. 감사하다.
나의 본심은 ‘행복하게 살고 싶다.’이고 현재 누리고 있는 듯하여 감사하다. 때때로 복닥거릴 때도 있지만 이제는 복닥임조차 감사하며 살고자 한다. 그로 인해 평온함의 느낌을 더 기쁘게 누리는 보상도 있으니 말이다. 고맙고 든든하고 짠하고 뭉클하고 미안하고 감사하고 기쁘고 반갑고 흐뭇하고 기특하고 대견하고 뿌듯하다. 지금은 담담하고 편안하다. 여기는 고맙고 든든하고 감사하다.
이 공부를 함께 하는 벗들
나의 성장, 우리 부부의 성장에 도와주시고 함께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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