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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호. 우리 집 대화 패턴이 보인다

홍석연(봄) 2021. 5. 12. 11:28

주혜란 (복숭아)



나: 엄마, 전주 가는 8시51분 차가 생겼다. 그거 타고 가야겠어.

엄마: 8시51분 차가 자리가 있어?

나: (자리가 있으니까 타고 간다는 건데 그걸 물어보니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티내지 않고) 응.

아빠: 거참 뭔 대화를 하는지 모르겠네. 방금 딸이 8시51분 차를 타고 간다했으면 자리가 있으니 간다는 말이지, 8시51분 차 자리가 있냐고 또 물어봐? 거 참 답답하네! 뭔 대화 같지도 않은 말을 하고 있어! 매번 그러네. 그것도 습관이라니까!

나: (아빠와 내가 생각이 같음에 반갑고 날 대변해 소리내주시는 것 같아 속이 시원하나 분명 아빠의 답답해하는 반응에 엄마가 폭발했을 건데 내가 중간에서 더하면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라 그런 상황을 만들긴 싫어 티내지 않고 입 다물고 있었다.)

엄마: 딸이 8시51분 차를 타고 간다니까 자리가 있냐고 물어본 거지!

아빠: 그니까 그게 말이 되냐고! 거참 답답한 소리만 하고 있네!

엄마: (부엌에서 혼잣말로 크게) 갑자기 성질이 팍 나네. 곱게 잠이나 잘 것이지. 자식으로 인해 또 쌈이 나는구만.

나: (자식으로 인해 싸움이 난다는 말을 듣고 언짢아졌다. 내가 뭘 했다고, 짜증이 났다. 뭔 싸움만 터지면 이상하게 그 원인이 내가 되고 엄만 그 때마다 내 탓을 하니 듣기 싫고 거슬리고 못마땅하다. 그래도 티내지 않았다.)

엄마: (아빠가 담배 피러 밖으로 나가자 내게 오며) 아야 딸아 네가 보기에 뭐가 잘못됐냐?

나: 내가 8시51분 차를 타고 간다고 이미 말을 했는데 엄마가 자리가 있냐고 물어보니 아빠는 듣고 있자니 답답한 거겠지.

엄마: 나도 알어! 니가 그 말을 했는데 내가 또 그 말을 했다는 거 아냐!

나: (안다면서 왜 또 물어봤을까 답답해졌다.)

엄마: 나는 너랑 대화하고 있는데 괜히 자다 말고 아빠가 끼냔 말이여! 곱게 잠이나 잘 것이지! 안 그냐 딸아?

나: (엄마도 중간에 잘 끼어들면서 이건 또 무슨 논리인가 싶어 갑갑해진다.) 아빠는 엄마의 대화방식이 안타깝고 걱정되는 거겠지.

엄마: 뭐가 안타깝고 걱정돼! 니가 그렇게 말하니까 아빠가 더 그러는 거 아냐! 그럴 땐 니가 옆에서 '아빠! 엄마랑 말하고 있는데 왜 중간에서 그렇게 말해?'라고 했어야지!

나: (이건 또 뭔 소린가 싶어 갑갑하고 엄마 편 들어달라는 억지로 들려 거부감 들고 짜증난다. 난 안타깝고 걱정됐을 거란 내 생각을 말한 건데 아빠한테 이런 내 생각을 말해 아빠가 더 심하게 말씀하셨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 같아 억울하고 짜증나고 답답해졌다.)

엄마, 난 엄마가 안타깝다고 아빠한테 말한 적이 없어. 그냥 조용히 있었어.

엄마: 그럴 땐 조용히 있는 게 아니라 옆에서 엄마가 그렇게 말할 수도 있는 거라고 말을 했었어야지!

나: (아 짜증난다. 도대체 왜 내가 그렇게 말해줘야한다고 생각하실까? 내 책임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부담되고 갑갑하고 짜증났다. 나보고 어쩌라고!)

엄마: 니가 생각해도 안그냐? 잠자고 있던 사람이 왜 끼어드냐고!!!

나: 아빠 깨어있었어.

엄마: 일어났더라도 너랑 내가 대화하는데 왜 자기가 말을 하냐고! 성질나게!

나: (난 도대체 엄마의 화가 어디서 온 건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단지 아빠가 엄마랑 나 사이의 말에 끼어들어서 화가 난거야? 성질내봤자 엄마만 손해지.

엄마: 성질나면 나만 손해인 거는 아는데 내 말 좀 들어봐라. 아니 나도 안다고! 그럴 땐 '그래? 그럼 잘됐네!' 이렇게 말했어야된다고 좋게 알려주면 되잖아!

나: (성질난 이유를 알겠어서 반갑고 시원해짐) 그럼 아빠가 엄마보고 갑갑하다 말해서 성질 난 거야?

엄마: 어! 좋게 말해주면 누가 모르냐? 나도 모르게 말이 그렇게 나와! 나도 안다고! 그럼 좋게 가르쳐줘야지 자기가 배웠으면 얼마나 잘 안다고!

나: (엄마도 엄마의 대화에 뭐가 잘못됐는지를 안다는 것은 반갑고 아빠가 엄마에게 좀 더 친절하지 못했던 건 아쉬웠다. 엄마도 아까 나보고 갑갑하다 말했던 게 떠오르며 엄마부터 잘하라 따지고 싶고 반발감도 들었지만 ‘우리 엄마, 아빠에게 존중받고 싶구나.’ 느껴지며 툴툴대는 게 귀여워 보여 엄마를 새삼 쳐다보았다.)

엄마: 왜 보냐?

나: (엄마가 날 보는 눈빛은 이런 내 마음을 안 좋게 봤나 싶게 언짢아 보여서 미소만 짓고 딴 데를 보았다.) 응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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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이런 패턴이 반복됐었다.

내가 엄마에게 말을 걸면, 엄마는 대답을 했고, 아빤 그 대화를 듣고 흠을 찾아 엄마의 심기를 건드렸고 엄마는 성질이 났고 그 화살은 늘 나에게 돌아왔었다. 난 그 때마다 엄마에게 성질을 내고 아빠 말을 옹호하여 엄마의 화를 더 부추겼었다.

그런데 오늘 예전과 다른 게 있다면 내가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지켜본 것, 내 감정의 크기도 크지 않았다는 것, 또 엄마에 대한 부정감정을 표현하진 않았다는 것, 그리고 엄마의 본심을 내 나름대로 찾아보려 했다는 것이다.

이런 내가 반갑고 칭찬해주고 싶다.

엄마 아빠의 대화는 아쉽지만 남을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니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나만의 날개짓에 집중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