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주연 (단풍나무)
민지 : 선생님 지금 학습지 없는데, 이따 집에 가서 가지고 오면 감점 안되는 거죠?
나 : 아쉬운가보다. 늘 잘 챙겨오다 오늘 없어서 아쉽겠어.
민지 : 네. 공부하려고 가져갔다가 깜빡했어요.
나 : 그랬구나. 더 아쉽겠어. 그런데 그건 선생님이랑 전체가 한 약속이잖아. 감점은 어쩔 수가 없어.
민지 : 아~
조금 후 민지가 혼잣말처럼 ‘아이씨~’ 라고 말하는 걸 들었지만 아는 척을 하기엔 애매했다. 수업 시간 내내 민지의 표정이 많이 어두워 보여서 나도 신경 쓰이고 찝찝했다.
수업이 끝나고 민지가 따라 나왔다.
민지 : 선생님, 제 이야기를 들어보고 맞으면 점수 안 깎아 주실 수 있으세요?
나 : 나한테 이야기 하고 싶은 게 있나 보네?
민지 : 네, 한번 들어봐 주세요. 제 생각에는요. 학습지 검사가 태도 점수잖아요. 저는 학습지가 다 채워져 있거든요. 수업시간에 태도가 안 좋은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학습지가 있어도 채워져 있지 않은 애들은 태도가 안 좋았던 거니까 감점이 돼야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잖아요.
나 : 그러니까 너는 학습지가 채워져 있으니 학습지가 없다고 해서 태도 점수에서 감점을 받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말이지?
민지 : 네. 그렇죠.
나 : 그래, 네가 그동안 수업 시간에 잘 참여하려고 노력했으니까 그렇게 생각할 만하겠어. 오늘 학습지 없어서 감점된 게 많이 속상했던 모양이야?
민지 : 아, 네. 걱정돼요.
나 : 걱정돼?
민지 : 네. 저 지금 마이스터 준비하거든요. 이번 시험이 엄청 중요한데 태도에서 감점되니까 걱정돼요.
나 : 그래? 마이스터 준비하는구나? 그럼 걱정되고 불안하기도 하겠다.
민지 : 네.
나 : 감점되는 게 억울하기도 했어?
민지 : 네. 조금이요.
나 : 그래. 걱정되고 불안하고, 감점된 건 억울하기도 했겠다. 그런데 선생님한테 이렇게 정중하게 이야기하고 네 생각을 말하는 건 기특하다. 선생님을 존중해 주는 것 같아서 고맙구.
민지 : 아~ 네. (민지 표정이 좀 밝아진다.)
나 : 그런데 네가 알고 있는 것과 좀 다른 것이 있는데, 학습지 검사는 평가 항목에서 수업 준비 및 태도 영역이거든. 그러니 너는 오늘 수업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걸로 감점이 된 거지.
민지 : 아, 그래요?
나 : 응, 그리고 지금까지 학습지가 없는 경우 모든 아이들에게 감점을 해왔는데 너의 경우에만 감점하지 않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 거라... 선생님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선생님 입장을 이해받고 싶어.
민지 : 네.
나 : 선생님 입장이 이해된다는 거야?
민지 : 네.
나 : 그래, 안심된다. 선생님은 네 상황 알게 돼서 반가워. 공부하다 어려우면 언제든 가지고 오고. 선생님 도움이 필요하면 돕고 싶어. 마이스터 준비하는 거 잘 되길 바라구.
민지 : 네. 감사합니다.
평가의 계절이면 흔히 볼 수 있는 장면. 그 속에서 민지의 마음을 알아주고 나도 민지에게 이해받을 수 있어 다행스럽다. 민지의 상황을 알게 되어 반갑고 민지의 진학 준비를 돕고 싶다. 마음리더십을 배우는 것이 큰 힘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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