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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호. 지적을 주거니 받거니

홍석연(봄) 2021. 5. 18. 12:50

추주연 (단풍나무)

 

오늘은 내가 급식지도 담당이다.

반 순서대로 입장해야 하는데 7반 차례에서 10반인 우리 반 영민이가 보인다.

 

: 영민아, 지금은 7반 순서야. 순서대로 들어가야지.

 

영민 : 왜 나한테만 그래요? 쟤도 들어가는데...

 

영민이는 계속 걸어 들어가며 말한다.

 

: 영민아, 이리 나와 봐.

 

영민 : 아 왜요? 다른 애들은 다 들어가는데!

 

영민이는 마지못한 표정으로, 아니 매우 짜증스러워 보이는 표정으로 다시 입구로 나와 내 앞에 섰다.

 

: 다른 애들은 다 들어가는데 왜 너한테만 그러냐는 말이지? 그래. 네 입장에서는 그랬을 것 같다. 그런데 네가 왜 나한테만 그래요?” 라고 말하는 걸 듣고는 선생님이 와, 많이 속상하다. 그래서 너랑 이야기 하고 싶은데 지금은 일단 밥 먹고. 밥 먹고 나서 선생님한테 와라. 알겠어?

 

영민 : .

 

점심시간이 끝나도록 영민이는 오지 않았다.

 

영민이가 안 올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은 어이없고 맘 상하고 실망스럽고 서운하고 화가 났다. 마음을 계속 보고 있으니 비교적 차분했다. 영민이와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기대되는 맘이 생겼다.

 

청소시간.

 

: 영민아~ 아까 점심 먹고 선생님이 오라고 했는데 왜 안왔어? 잊어버린 거야?

 

영민이가 말이 없다.

 

: 기억은 했는데 오고 싶지 않아서 안온 거야?

 

영민 : .

 

: 그래 ? 너 되게 오기 싫었나 보다. 그런데 선생님은 너 오길 기다렸거든. 너랑 이야기하고 싶어서. 너는 나랑 말하기 싫었구나. 그럼 네가 언제 올 수 있는지 들어 보고 선택해봐. 1번 지금. 2번 청소 끝나고. 3번 방과후 끝나고... 어때?

 

영민 : 지금은 축제 준비 때문에 가봐야 되구요. 방과후 끝나고는 싫구, 청소 끝나고 갈게요.

 

: 알겠어. 청소 끝나고 올라와.

 

청소가 끝나고 영민이가 교무실로 왔다.

 

: 어때 지금 기분은? 청소 시간에 선생님이랑 이야기 할 때 많이 짜증나 보였어. 지금도 좀 그렇지?

 

영민 : . 별로 안좋아요.

 

: 그래, 그런데도 선생님이랑 말한 거 지키고 와줘서 고마워. 점심시간엔 오기 싫어서 아예 안왔는데 말야.

 

영민 : . (표정이 살짝 누그러져 보인다.)

 

: 아까 점심시간엔 선생님이 너한테만 뭐라고 하는 거 같아서 되게 짜증났겠어. 서운하고 억울하고 화도 났을 것 같아.

 

영민 : .

 

: 그랬겠다. 선생님도 시간이 지날수록 네가 서운하고 짜증하고 억울했을 것 같더라구. 다른 애들도 다들 순서 어기고 들어가는데 너만 콕 집어서 순서 지키라고 했으니 짜증났겠어. 화도 나고..

 

영민 : . 아까는 그랬어요.

 

: 그래, 그랬겠어. 지금은 좀 어때?

 

영민 : 지금은 좀 괜찮아졌어요.

 

: 그래? 그럼 선생님 이야기 들을 여유가 좀 있어?

 

영민 : .

 

: 실은 선생님도 급식 지도 하는 거 되게 싫거든. 밥 먹으러 온 너희들한테 반 순서대로 들어가라, 순서 아니니까 들어가지 마라.’ 그런 말 하기 싫거든. 그런데 그렇게 급식 지도하는 이유가 있잖아. 공평하게 먼저 먹을 기회를 주고 너희가 안전하게 급식 먹게 도우려는 거잖아. 그래서 샘 역할을 열심히 하는 거거든. 그런데 우르르 너희가 순서 없이 들어가는 걸 보고 걱정도 되고 가만있을 수는 없었어. 듣고 어때?

 

영민 : 그랬을 거 같아요.

 

: 그래? 샘 입장을 알아주는 것 같아 좋다. 그런데 한꺼번에 섞여 있는 애들 반 구분하기가 어려웠구.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는 우리 반이니까. 그래서 네 이름을 부르면서 아이들 전체에게 순서를 지키라고 말하고 싶었어. 근데 너는 참 억울했겠어. 담임샘이라고 너만 딱 불러서 순서 지키라고 했으니...

 

영민이는 쑥스러운 듯이 웃는다.

 

: 근데 니가 왜 나한테만 그래요?” 라고 말하는 걸 듣고는 되게 당황스럽고 속상하고... 우리 반인 너도 샘 말을 안듣는데 누가 내말을 들을까 뭐 이런 생각이 들면서 자존심도 상하고 그러더라구. 그러면서 순간 너는 참 억울하고 짜증나겠다 싶어서 점심 먹고 다시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야. 미안한 맘이 들더라구.

 

영민 : .

 

: 샘 말 듣고는 어때?

 

영민 : . 지금은 괜찮아졌어요. 저도 선생님께 죄송해요.

 

: 그래, 여유가 생기니까 금방 이렇게 선생님 입장도 알아주고 그러네? 그런데 선생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요즘 영민이가 샘한테 못마땅하거나 불만이 있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 어때?

 

영민 : . 쫌 있어요.

 

: 그랬구나. 어떤 생각이나 기분이 드는지 말해 줄 수 있어?

 

영민 : 지난번에 수민이 필통 잃어버렸을 때 선생님 말씀하시는 거 듣고 좀 그랬어요. 같이 찾아주면 좋은데...

 

: 수민이 필통 잃어버렸을 때 선생님이 같이 찾아주는 거 같지 않았단 말이지? 그래서 선생님이 못마땅했나 보네?

 

영민 : .

 

: 네가 바라는 건 샘이 수민이 마음도 알아주고 필통도 같이 찾아주고 그랬으면 좋겠단 말이지?

 

영민 : ~ .

 

: 그래, 필통 잃어버린 수민이가 걱정되고 도와주고 싶었겠다. 그런데 샘이 그 때 왜 그랬는지는 알아? 샘이 무슨 말 했는지 기억나?

 

영민 : 아니요.

 

: 난 좀 억울하네. 왜냐하면 내 맘도 네 맘이랑 똑같았거든. 그런데 찾아보자고 했을 때 종례 늦어진다고 왜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어서 샘이 난감하고 화가 나고 그랬거든.

 

영민 : ~~~

 

: 이야기 듣고는 어때?

 

영민 : 알겠어요.

 

: 그래, 샘이 네 말 듣고 너희들은 어떤 생각이 있는지 좀 더 여유를 갖고 들어볼 걸 하는 아쉬움이 있어. 그럼 선생님이 영민이한테 좀 아쉬운 게 있는데 들을 수 있겠어?

 

영민 : .

 

: 수민이가 필통을 잃어버렸을 때 네가 같이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잖아. 그런 마음을 표현하면 좋을 것 같아. 네가 바라는 걸 표현하고 바라는 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거지. 그랬다면 샘도 네 말에 안심되고 든든했을 것 같아. 너희들이 모두 집에 일찍 가고 싶어서 수민이 필통 찾는 걸 싫어한다고 샘은 생각했거든. 듣고 어때?

 

영민 : 그러네요.

 

: 그래? 해 볼 맘이 생겼어?

 

영민 : .

 

: ~ 반가워. 영민이는 맘 먹으면 하잖아? 아까 오기 싫어서 안왔던 것처럼 말야. 샘 아직 그건 서운한데...

 

영민 : ~ 아깐 진짜 오기 싫었어요.

 

: 그래~ 하기 싫은 거 진짜 안하는 영민이니까. 하고 싶은 건 또 하잖아. ~ 그래도 그렇지 내가 서운하다고 해도 영향 안받는 거야?

 

영민 : , 쪼금 죄송해요.

 

: 아이고, 쪼금 죄송하구나. 솔직하다야. 하하. 지금 이렇게 이야기 나누고 선생님은 시원하고 니가 더 친근해. 나랑 생각이 비슷하다 싶어서 든든하고. 너는 어때?

 

영민 : 좋아졌어요.

 

: 샘한테는 어때?

 

영민 : . 좋아요.

 

학년 초에 나에 대한 호감과 지지가 크게 느껴졌던 영민이는 1학기 말 쯤부터 뭔지 모르게 불만스러워 보였다. 주거니 받거니 하며 영민이를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내 맘도 전한 것 같아 좋다. 솔직하게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이는 영민이가 신뢰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