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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로 가꾸는 공감교실이야기

제1호. 있는 그대로 수용하니 내 마음이 가볍다!

홍석연(봄) 2021. 5. 11. 14:20

홍석연(봄)

1. 호랑이와 곶감 색칠하기

학생: (짜증내며) 안해요.~~

교사: 한 번 해보자.~~

학생: (얼굴을 찌푸리고) 색칠하는 거 귀찮아요.

교사: 색칠하는 거 귀찮구나. 그래도 샘은 네가 이거 다 했으면 좋겠는데..친구들 것 보면서 하고 싶을 때 해.

(잠시 후)

학생: (전체 중 한 부분만 여러 가지 색을 쓰고, 나머지는 한가지 색으로 대충..다 색칠해버렸다.) 다 했어요~~

교사: 와~ 다 했구나. 특히 요부분(여러 색을 사용한 곳을 가리키며)은 참 잘했다... 더 채우고 싶진 않고?


학생: 그만 하고 싶어요.

교사: 그래. 다음엔 다른 부분도 요부분처럼 여러 가지 색을 쓰면 좋겠다.

 

2. 색종이 목걸이 만들기

학생: 싫어요. 안할래요.

교사: 하기 싫구나.

학생: 하기 싫어요~~ 안할래요.

교사: 그럼 좀 쉬었다 할까?

학생: 싫어요. 못해요.

교사: 못한다고 생각하는구나. 그럼 정말 하기 싫겠다. 선생님이 도와줄까?

학생: 네.

교사: 학생의 자리로 가서 오려준다.

학생: 이것(3개)만 하고 안할래요.

교사: 이렇게 잘하는데?

학생: (짜증내며) 못하겠어요~~

교사: 그래. 그만해도 돼. 그런데 하고 싶으면 해. 목걸이를 만들고 싶어지면 만들고.

(시간이 지남)

학생: (웃으면서 자신이 만든 30cm정도의 색종이 연결고리를 보여줌) 이거봐요.

교사: 와~~ 이만큼이나 했어? 대단하네.

학생: (갑자기 얼굴을 찌푸리며) 힘들어요~~

교사: 힘들었구나. 그런데 하고 싶었어?

학생: 아니~~ 그게 아니라~~어~~하고 싶었는데! 힘들었어요.

교사: 그랬구나. 힘들었구나.

학생: 네.

교사: 그런데도 했구나? 대단하네. 하고 나니 좋기도 하지?

학생: 네. (웃으며 간다.)

 

3. 병아리 만들기

그리기, 만들기에 자신이 없어하는 위의 학생을 생각하며 내 마음을 개방했다.

교사: (시범을 보여주면서 얼굴을 찌푸리고) 아이~ 마음에 안들어. 이거 마음에 안든다. 다시 만들어야겠다. (다시 만든다.)

학생: 샘도 맘에 안들어요?

교사: 어. 맘에 안들어. 맘에 안들고 우리 친구들한테 보여주기 창피해. 다시 해볼게. 너희들도 마음에 안들 때가 있어?

학생들: 네.

교사: 그렇구나. 그러면 샘처럼 다시 해. 그래도 마음에 안들면 또 다시하고. 그러면 언젠간 마음에 드는 모양이 나오더라. 그럼 기분 좋아지더라고~


학생: (만들다가 나온다. 찡얼거린다.) 못하겠어요~~

교사: 마음에 안드는구나.

학생: 네. 마음에 안들어요. (얼굴을 찌푸리며) 저는 못한다고 했잖아요~~

교사: 아까 샘도 마음에 안들어서 다시 했는데.. 00도 다시 해볼까?

학생: 못하겠어요.

교사: 혹시 어려워서 그래?

학생: (찡얼거리며) 병아리 발을 못그리겠어요.

교사: 00가 더 해보고 싶은데, 발 그리는 거에서 막혔었구나. 샘이 큰 틀만 그려줄까?

학생: 네.

교사: 샘은 00가 해보려고 하는 마음이 참 좋다. 그런데, 샘이 한 게 00마음에 안들면 어쩌지? 마음에 안들면 이야기해. (발 형태를 그려준다.) 어때?

학생: 너무 커요.

교사: 그래? 좀 작게 다시 그려볼까? 이건 어때?


학생: 괜찮아요. (가지고 들어가서 만들기를 한다.)

 

쓰다 보니 내가 왜 이 일을 뿌듯해하는지 분명해진다. 이건 내가 정말 바라던 거다. 그걸 한거다. 나는 말로만 “00했구나..” 라며 수용하는 척 하는 내 모습이 정말 싫었다. 거북하고 눈치보이고 못마땅했다. 그런데 위의 상황에서는 아이의 말을 듣고, 내 인식에 쌓여 위축되거나 자존심 상해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입으로 듣기가 되었다. 그 아이의 감정과 생각,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리 됨이 참 좋다.

'진짜' 입으로 듣기를 하고 나니!

나는 아이가 수용이 되고, 돕고 싶어졌다. 아이가 귀엽다. 많이 걱정되지 않는다. 괜찮은 면도 보인다. 괜찮은 다른 면이 보인다는 것이 안심되고 참 좋다.

아이는 나를 싫어하진 않는 것 같다. 내 말을 꽤 따르려고 한다. 엄마가 학원 가서 먹으라고 싸주신 오후 간식을 나 먹으라고 주었다. 장난감 분필도 가져다주었다.

나와 아이의 이런 마음, 경험은 또 다른 불편한 사건이 생겼을 때, 나는 아이를 믿고 아이는 나를 믿는 힘이 되어 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