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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교실쌤들의 마공이야기

마리와 함께 한 4년

김영숙(들꽃) 2021. 6. 20. 15:30

'릴레이 마공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지금 내 마음은, 막막하고, 긴장되고, 조바심 나고, 떨린다.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할지 떠오르지 않아 막막하고, 내가 쓴, 대단할 것 없는 글이 티스토리 블로그에 올라가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읽게 될 것이란 생각에 긴장이 되고, 떨린다. 그리고 한편 빨리 처리해야할 어떤 일이 떠올라 이 글을 얼른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조바심이 난다. 뭘 써야 하지?......... 지금 우선 드는 생각은, 마리를 만난 이후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그리고 요즘의 마리와 나의 관계에 대해 솔직하게 써보면 어떨까 싶다.
마음리더십을 알게된 지 4년 남짓 되었고, 그동안 마리는 내 삶에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처음 마리를 접했을 때 느꼈던 감정은 '신기함과 놀라움, 안심'이었던 것 같다. 3년 전 담임을 할 때, 중학교 때부터 갈등이 있었던 아이 두 명이 우리반에 배정되어 서로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커지게 되면서 문제상황이 발생했을 때, 두 아이의 오래 묵은 감정들을 풀어낼 수 있게 도와준 것이 마리였고, 남편과 큰딸 사이의 일촉즉발, 위태로운 상황을 진정시켜 주고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면서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준 것도 마리였다.
몇 년 전부터 업무부장(교육연구평가부장)을 맡게 되면서 학급 운영에 마리를 적용할 수는 없게 되었지만, 3년째 선생님들과 함께해 오고 있는 학교 내 교사학습공동체에서 '감정 자각하기'와 '함께 마음 비우기'를 중심으로 교사 간에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나누면서 학생교육에도 적용해 볼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인문계 고등학교의 빠듯한 일정 속에서 어렵게 시간을 내어 갖는 시간인 만큼 더욱 소중하고, 귀하게 느껴진다. 또 그렇게 힘들게 마련된 시간인만큼 선생님들께 도움이 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따른다. 얼마 전, 1학기 마지막 모임 후 몇몇의 회원 선생님들께 받은 피드백은 이러한 활동들이 선생님들께 분명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내용이어서 나를 안심하게 했고, 다시 2학기에 모임을 꾸려갈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어 주었다.
지난 금요일에는 전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1학기말 고사 관련 연수를 실시하면서 평가 관련 연수물과 함께 마음그릇(한국마음리더십연구소 제작)을 모든 선생님들께 제공해 드렸다. 내신성적에 민감한 인문계 고등학교라서 정기고사 시기만 되면 모든 선생님들이 초긴장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게다가 지난 중간고사 때 굵직굵직한, 여러 건의 민원으로 곤욕을 치른 후에 실시되는 시험이라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자칫 연수가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어 선생님들이 부담과 불편함을 느끼실까봐 걱정이 되었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여러 입장에 있는 선생님들의 마음을 알아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음그릇으로 감정 자각하기 활동을 교사학습공동체 회원 선생님들과는 종종 해보았지만, 전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연수에서 활용해 보는 것은 처음이어서 연수 시작 한참 전부터 선생님들의 반응이 걱정되었다.
연수를 시작한 후 선생님들께 지금 이 순간 느끼는 감정들을 최대한 많이 찾아서 표시해 달라고 요청을 드렸다. 대다수의 선생님들께서 진지하게 자각되는 감정을 찾아 동그라미를 치셨고, 어떤 선생님은 스무 개가 훨씬 넘는 감정을 찾아 주셔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감정 자각하기 활동 후 감정을 개방해 주시는 선생님들 덕분에 연수의 분위기가 한결 부드럽고 유쾌해졌다. 평가 담당 선생님의 시험을 앞둔 부담과 걱정에 대한 개방에 이어서, 얼마 전에 이사를 가신 실무사 님께서 느껴지는 감정과 이유를 솔직하게 말씀하셨고, 자연스럽게 많은 선생님들께서 공감과 이해의 피드백을 해주셨다. 이 작은 활동 하나만으로도 교직원 사이에 촘촘한 그물망이 생겨서 서로가 연결되는 느낌이 들어 따뜻하고 안심이 되었다. 선생님들의 마음이 열리고 편안해진 덕분인지 이후에 진행된 평가 연수도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경청과 함께 질문이 활발하게 오가는 분위기 속에 잘 마무리되었다.
다양한 성격과 취향을 가진 50명이 훌쩍 넘는 다수의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할 때마다 긴장을 하게 된다. 이번엔 특히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어서 떨림이 더 심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 마음 속에 마리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동안 내가 직접 체험해 본 마리의 놀라운 힘, 그리고 설령 그것을 거부하는 선생님이 계시더라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넘길 수 있을 거라는(비록 가볍게는 아닐지라도) 나에 대한 신뢰가, 새로운 시도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을 이기게 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이번 일을 두고 '공감교무실'을 만들고 싶은 나의 바람을 실현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나 자신도 지금, 여기에 깨어있지 못한 순간이 많고, 상대방이나 다양한 집단과 진정으로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지만, 편안 선생님을 비롯한 공감교실 회원님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면서 배운 것을 토대로 나누고 실천해 갈 때 '공감교실'과 '공감교무실'도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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