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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자기이행성 (소망)

김정석(소망) 2021. 7. 28. 11:04
말의 자기이행성 (작성자: 소망(김정석))
 
지난 학기 만났던 성현이와의 일이다.
선생님, 다른 아이들이 저에 대해서 수군거리는 것 같아요.”
? 그래? 아이고, 저런 불안하겠다.”
불안하겠다고 마음은 알아주기는 했지만, 나는 난감해졌다. 학교폭력 사안이 생기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신을 차려본다. 전학오기 전의 학교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도 다른 아이들이 자신에 대해서 수군거리는 것 같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던 일을 떠올려 낸다. 성현이는 사람이 무섭고 그래서 불안하다고 했었다.
 
많이 불안하고 무섭기도 하겠다.”
.”
네 기분을 너의 말로 표현해 볼래?”
뭔가 불안하고 무서워요.”
뭔가 불안하고 무섭구나.”
 
뒤에서 수군대는 것 같다는 아이들은 소위 좀 노는 아이들이었다. 거친 말을 많이 쓰기도 하는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을 불러서 상현이에 대해서 다시는 수군대지 못하게 지도(지도라고 쓰고 혼내키는 거라고 읽는다.)하려다 상현이에게 좀더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선생님이 뭘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
“...?”
그 녀석들 불러서 혼 좀 내줄까?”
사실, 이런 질문을 하는 데에는 나의 불안과 조급증이 발동했음을 고백한다. 학교폭력 사안을 은폐했다는 비난을 면하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 돌아보니 이런 질문은 나중에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아니요.” 이런다.
그렇게 하는 건 싫은가보네. ?”
그러면 걔네들이 저한테 뭐라고 할 것 같아요. 예전 학교에서 선생님께 말씀드렸다가 일이 더 커졌어요. 그 후로 계속 수군대는 것 같았어요.”
이 이야기를 듣는데, 안쓰러움, 미안함, 반가움이 밀려왔다. 안쓰러운 건 불안이나 두려움이 많은 상현이가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상현이가 더 큰 어려움을 겪게 했다는 생각 때문이고, 미안한 것은 같은 교사로서 그런 일을 학생에게 겪게 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반가운 건 상현이가 지난 일을 성찰하고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말 한대로 된다.’ 어디선가 이런 의미를 가리켜 말의 자기이행성이라고 명명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긍정적인 말이든 부정적인 말이든 한번 한 말은 자기 스스로 이행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 학교에서 상현이가 겪었던 어려움은 자기에 대해서 수군대는 것 같다.’는 상현이의 말이 자기이행해 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상현이의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교사의 상대편 학생들에 대한 일방적 지도가 화학 작용을 일으켜 정말 수군거림을 당하는 아이를 만들어 버린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성현이와 이 일에 대해서 한참을 이야기 나눈 뒤 상현이에게 물었다.
어떻게 되고 싶으니
남의 눈치를 덜 보고 불안해하지 않고 싶어요.”
남의 눈치를 덜 보고 불안해하지 않고 싶구나. 반가워! 근데, 이 말을 긍정적으로 바꿔서 다시 말해 볼래?”
(마음리더십 식의로 이야기하자면) 본심을 말해보라고 요청했다.
 
걔네들 앞에서 당당해지고 싶고, 편안하게 지내고 싶어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말의 자기이행성을 간절히 소망하는 마음이 내 안에 자리잡았다.
꼭 그렇게 되기를 빌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