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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호. 갈등중재하고 생색내기

홍석연(봄) 2021. 5. 11. 15:36

김아영 (산)


E(남)는 P(남)는 5학년 쌍둥이 형제다. 평소 수업시간에 상관없는 질문을 종종하고 태도가 좋지 않은편. 그렇지만 수업에 참여율도 높다. J(여)는 수업시간에는 조용한 편이고 2학기 들어 조금 적극적이어 졌다. (물론 이건 영어 내 시간에..) L은 수업엔 조용한데 순해보이지는 않는 아이다. 뭔가.. 선생님들한테 잘 보이고 싶어하면서도 쉼 없이 틈을 엿보는 듯한 묘한 느낌.

오늘 센터 쉬는 시간에 보조샘이 너네 이리와! 하는 소리가 들리기에 복도에 나가보니 둘이 줄줄 불려오고 있다. 둘 다 내가 수업 들어가는 5학년. 의외였다. E도 수업시간 까불긴 해도 치고 받은 걸 여태 본 적은 없었고, J는 워낙 얌전한 스타일이라 정말 둘 다 내겐 뜬끔 없었다. J는 나랑 라포가 나름 좀 형성되어 있다. 그전에 몇 번 친구들과 티격 거린 일을 와서 도움요청하기도 하고, 학기 초에 기초가 잘 안 되어 있어 따로 불러서 좀 가르쳤었다.

나 : 왜~? 무슨일이고?

E, P : (울먹이며) ...

나 : (맘이 급했다. 좀 귀찮기도 하고..) 누가 먼저 말해볼래?

E, P : ...

나 : 자, 가위 바위보 한다잉, 가위 바위 보!

(귀여운 녀석들 그 와중에 낸다. J가 이겼다.)

나 : 어 그럼 J부터 얘기해봐~

J : 어, 진 사람부터 하는 거 아니에요?

나 : 그렇나? 그럼 E부터 말해봐라.

E : (울면서) 내 모자를 (끅) 던져서 (끅) 열 받아서 (끅) 발로 (끅) 찼어요.

운다고 말을 제대로 못한다.

나 : 그랬구나. 모자를 던져서 열 받았구나. 그래 발로 차니 시원하더나?

E : 아니요. 얘도 다시 때렸어요.

나 : 그랬나. 그럼 한 대 때리고 한 대 맞은 건데 왜?

E : 아. 그럼 끝났어요.

나 : 그래도 맘이 화나고 억울한가봐.

E : (본격 울기 시작하며) 네.

나 : 그래, 그런데 J가 니 모자를 왜 그랬데?

E : 몰라요. 얘가 맨날 놀리고 그래서요.

나 : 그동안 그랬는 거 오늘 빵 터졌구나.

E : 네.

J : 하. 저 억울해요.

나 : 그래. 들으니까 억울하지. 너도 얘기해볼래?

J : 울먹울먹하며 B하고요 둘이 원래 티격태격 놀렸다가 싸우다가 그러는데요.

나 : 그래. 그러며 노는 거야?

J : 네. 서로 놀리니까 됐다고 생각해요. 근데 얘가 와가지고 막 얄밉게 그러잖아요.

나 : 그랬구나. 근데 뭐라고 했기에?

J : 음.. (한참 하더니) 생각이 안나요.

나 : (황당해서) 응? 생각도 안 나는데 모자 던지고 막 그랬어?

J : 음.

나 : 생각은 안 나는데 기분은 많이 나빴구나?

J : 네.

나 : 그렇구나. E야, 넌 듣고 어때?

E : (갑자기 빵, 말을 잘 못할 정도로 겪하게 훌쩍훌쩍 울면서) L이랑 많이 놀리고 그래서. L이 자꾸 영어만 오면 그래서 내가

나 : 그래, 그래서 많이 화나고 열 받았구나. 그래.

L이 E보고 조용히 하라고 막 그런단다. 별로 안 떠들었는데. 그런 사연을 두서없이 울면서 얘기한다.

나 : J야. 니도 L의 행동을 그렇게 느끼나? 어때?

J : 전 그런 말 하는 건 떠들고 시끄러울 때만 조용히 하라고 한 것 같아요. 거의 그럴 때만 들었어요.

나 : 그렇구나. E야, L한테 니가 많이 화났구나.

E : 네. 진짜. 막.

그리고 나서 뭔가 L과 엮인 사연을 몇 가지 더 얘기했다. L이 놀린 일, 함부로 대해진 것 같다는 얘기들을... 그랬더니 J가 아~. 하고 끄덕거린다.

나 : J야. 닌 듣고 어떠노? 뭐 이해되는 부분이 있나봐?

J : 네.

나 : 어떤게 이해되노?

J : 그런 일이 있었긴 있었는데, 기분 나쁠 것 같아요.

나 : E가 기분 나쁠 것 같다고?

J : 네.

그리고 E가 또 사연을 줄줄 중구난방 얘기하서 하나 더 듣고 나서

나 : 그런데 E야. 난 니 얘기를 더 듣고 싶은데 J가 그 얘기 모두를 다 들을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우리 둘 일은 얘기하고 J 보내고 마저 얘기할래? 어떠노?

E : 네. (끄덕끄덕)

나 : 자, 얘기해봐.

E, J : 미안해,

나 : ㅋㅋㅋ 야. 뭐가 미안한지도 얘기해야지.

E : 그전에 놀려서 미안해.

J : 내가 L한테 화났는데 니한테 때려서 미안해.

(나나 J가 말하는 거 듣고 맘이 뭉클했다. 신기하다. 이쪽 감정이 딴데로 튄 걸 고만큼 얘기하고 자각했구나. 이 꼬맹이가...)

나 : J야. 맘 좀 풀리나?

J : 네 전 똑같이 서로 그래서 맘 편해요.

나 : 그래. 들어가 수업해~

그리고 본격 J얘기를 들었다. 휴지를 허옇게 쌓아놓고 그동안 L 한테 얼마나 쌓였었는지 기한다. 요약하면(녹음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흐름을)

L은 교실에서는 쪽도 못 쓰면서 영어센터만 오면 기가 살아가지고 나대면서 자기보고 놀리고 때리고 한다는 거다. 힘센 누구도 없고 누구도 없고, 센터 반에는 자기들보다 어린 애들도 많으니 더 그런다는 거다. 부모님이 때리지 말래서 때리지도 못하는데 봐주니까 까불어서 벼르고 있다가(내가 더 세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기회가 없었는데 J가 마침 기회제공(모자 던지기)을 해 빵 터졌다는 거다. 같이 놀리고 싸웠는데, L이 담임에게 일러서 자기만 혼난적도 있고... ...

나는 중간 중간

그렇게 하는 것 같았으면 진짜 꼴 보기 싫었겠다. 재수 없고,
정말 억울하고 화났겠네. 어떻게 참았노?
그럴 때 기분이 어땠어? - 열 받았어요. 화나고 때리고 싶었어요.
그래, 그만큼 화가 많이 났었구나.

이런 말들을 써가며 알아주었다.
아이가 말하면서 거친 표현들을 내 말을 따라가며 바꿔 말했다. -정확히 뭔지 기억이 안 나네... 아깝다.

그 중 어떻게 참았냐 하니,
부모님이 까불고 때리면 안 된다고 했다고...

그래서 또

그랬구나. 그래서 그걸 지키려고 니가 그렇게 화나는데도 참았구나. 그런데 참아주는지도 모르고 애들이 니 얕잡아보고 무시하는 것 같으니 한번 제대로 때려주면 다시는 못 그럴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다가 오늘 그렇게 됐구나.

대충 이렇게 알아주고,

또 없어? 더 얘기해봐~ 두어번 해서 더 듣고,

나 : 그런데, 혹시 말이야. 니도 반에서 수업 때 보면 좀 까불잖아. 그래서 그것 땜에 지금 니가 L한테
느끼는 것처럼 불편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여기서 너한테 그러는 건 아닐까?

E : 아니예요. 나는 안나데요.

나 : 니 내수업엔 까불잖아.

E : 그냥 조금 그런거지 나대지는 않아요 걔처럼.

나 : 그렇구나. 불러 함 물어볼까?

E : 아니요.

하고 넘어갔다. 뭔가 생각의 변화를 주려했는데 이런... 실패.

나 : 그래, 지금 기분은 어때?

E : 때려주고 싶어요.

나 : 그래, 화나는구나. 그런데 때리는 건 안 돼 어쩌지? 다른 방법 없을까? 어떻게 하고 싶어?

E : 모르겠어요.

나 : 생각해볼래?

E : 선생님이 따끔하게 혼내주세요. 아니면 반을 바꿔 주세요.

나 : 선생님이 따끔하게 혼내면 걔가 다시는 안 그럴까?

E : 네.

나 : 니는 선생님이 혼내면 다시는 안 그러나?

E : 네. 안 그래요.

나 : 그렇구나. 난 장담 못하겠는데. 그래, 니가 L한테 바라는 게 뭐냐?

E : 안 놀리고 안 때리는거요.

나 : 그렇구나. 구체적으로 어떤말?

E : 그냥 말 자체를 안했으면 좋겠어요.

나 : 지금은 그렇단 말이지? 그럼 안 외롭겠어?

E : 다른 남자애들하고는 잘 놀아요.

나 : 그렇구나.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그럼 선생님이 그 말 해주면 되겠어? 너는 뭐할래?

E : 모르겠어요.

나 : 하지말라고, 화난다고 얘기하면 어때?

E : 어쩌라고. 이럴걸요.

(이 말에 답할 말이 없다. 요새 아이들 진짜 저렇다...그냥 참거나 같이 놀리는 것 보다는. 행동이 줄긴 할텐데. 나도 답이 없네...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지?)

나 : 그래, 그렇게 생각되는구나.

지금해본다면 - 그래. 그럼 그 방법을 쓰긴 무리겠구나. 다른 방법은?

내가 말해도 안 고쳐지면 어떻할거야?

E : 멍~하고 있다.

나 : 그건 그때가서 생각해볼까?

E : 네.

나 : 그래. 그럼 니도 내말 하나 들어줘.

E : 네.

나 : 센터 수업 때 확실하게 집중하기. 오케이?

E : 네.

하.. 협상을 하고 끝났네.

E는 무지 화나고, 억울, 서러워가지고 얘기를 한 40분 했는데 내내 울고 또 울고 휴지를 한 통 다쓰는 줄 알았다. 코를 팽팽 풀어가며.
그러고 진정하고 들어가는 게 좋겠제? 하고 진정되길 기다리고 물 한 잔 주고 나서.
갑자기 무슨 맘이 내가 동했는지.

나 : 니 평소에 다른 선생님들한테 이런 요청 잘 하나?

E : 절래절래

나 : 왜?

E : 안 들어주니까

나 : 그럼 나한텐 왜 했는데?

E : ...

나 : 나는 들어줄 것 같더나?

E : 끄덕끄덕 네.

나 : 오늘 얘기하고 나한텐 기분이 어때?

E : 없는데요.

나 : 뭐? 야, 니 이런 얘기 누가 샘처럼 열심히 들어주드나?

E : 아니요. .... 고마워요.

나 : 그래. 고맙제? 나도 고맙다. 믿고 솔직하게 얘기해줘서, 니가 까불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부모님과 말을 잘 지키려고 그렇게 노력하는 것도 놀랍고, L 때문에 J한테 그랬다는 걸 안 것도 참 대단해. 아무나 알 수 있는 건 아니거든~ 새로운 면을 알게 돼서 선생님은 참 좋다. 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