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연 (봄)
며칠 전 밤에 딸아이 윤이가 쉬한 채로 있다가 내가 일어나니 그제야 쉬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나를 너무 겁내는 것 같아 걱정되고 안쓰럽고 미안했다.
조금 전에 윤이가 바지에 오줌을 싼 채 앉아서 tv를 보고 있다.
나: 윤이야, 오줌 쌌어?
윤: (끄덕)
나: 근데 왜 말 안했어? 엄마 무서웠어?
신랑: 창피하니까 그랬겠지~~
나: 윤이야, 창피해서 그랬어, 아니면 엄마한테 혼날까봐 무서웠어?
윤: (작게)엄마한테 혼날까봐 무서웠어.
나: 무서웠구나. 근데 엄마가 윤이 쉬 했다고 혼낸 적 있었나? (혼은 안냈지만 내 행동이나 태도는 아이를 겁나게 했을 것 같다)
윤: 아니..
나: 그래도 무서웠구나. 그러면 다음에 바지에 쉬하면 또 무섭겠네..엄마가 어떻게 하면 좋은지 알려줄까?
윤: 응.
나: 엄마, 나 바지에 쉬했어요. 그런데 혼내지 마세요~ 그렇게. 해볼래? (마음을 안 알려줘서 아쉬웠다. 그래도 다시 알려주자니 복잡해질까봐 그냥 시켰다.)
윤: (작게) 엄마~~그런데.. 나 바지에 쉬 했어요. 그런데..엄마가 혼낼까봐 겁나요. 안 혼내면 좋겠어요.
나: 우와~ 엄마는 알려준 말에다가 윤이가 윤이 마음을 담아서 말했네. 엄마는 기쁘고 기특하다.~~
윤: 엄마, 내일 집에 와서 쉬하면 할머니한테도 그렇게 얘기할건데, 엄마한테도 그렇게 얘기해?
나: 그럼~
윤: 유치원에서는 바지에 쉬 안하는데 집에서는 쉬가 나와.
나: 그래서 어떤데?
윤: 안 좋아.
나: 안 좋구나. 윤이도 바지에 쉬하기 싫구나.
윤: 응.
나: 윤이야. 윤이가 바지에 쉬했어요. 그런데 엄마한테 혼날까봐 겁나요. 혼내지마세요. 그렇게 이야기했지? 응 그리고 엄마가 화 안내고 잘 했다고 했지? 그래서 어땠어?
윤: 좋아.
나: 그래. 다음에도 쉬 하면 그렇게 이야기 할 거지?
윤: 응.
중간중간 내 기분을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다. 윤이가 기특하고, 나도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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