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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로 가꾸는 공감교실이야기

제32호. 선생님이 제 남편이었으면 좋겠어요

홍석연(봄) 2021. 5. 11. 16:00

김수진(열음)

옆자리에 앉은 6년차 선생님. 우리반 부담임 선생님이기도 하다. 올해 내가 외부로 출장 나가는 일도 있고, 교육청 연수 듣는다고 2주간 종례를 못하기도 하고, 2학기에는 큰 딸아이가 어린이회 임원을 맡아 직접 학교로 가서 챙겨야할 일이 많다.

그때마다 우리반 종례를 가볍게 해준다. 고맙고 든든하다. 올해 학교를 새로 옮기면서 고사계 업무를 맡게 되었는데, 작년에 두 사람 이상이 한일을 혼자서도 너끈하게 해낸다. 기특하다.

지난 11월 편안쌤의 부탁으로 <마음리더십> 서문 원고 검토하는 것을 부탁하고, 에고그램 검사도 부탁해서 결과를 받았는데, 에고그램 검사 결과를 보고 몇 마디 했었다.

나 : 내가 보기에 자기는 자유롭기는 하겠는데, 행복하지는 않을 것 같아.

동료쌤 : (깜짝 놀라며) 네,, 쌤.. 맞아요. (그러면서 표정이 슬퍼보인다.)

나 : 속상하고 슬프지..

동료쌤 : (눈가에 눈물이 살짝 고인다.) 네.. 속상하고 슬퍼요.

나 : 그래.. 속상하고 슬플거야.

동료쌤 : 근데 쌤.. 어떻게 그걸 알아요.

나 : 어떻게 그걸 아는지 신기하고, 놀라운 거야.

동료쌤 : 예.. 신기해요.

나 : 그럼 알려줄까.. 들어볼래.

동료쌤 : (고개를 가까이 다가서며) 네.

나 : 음.. 내가 보기에 말이야.. 자기는 대부분의 문항에 ‘보통이다.’에 많이 체크가 되어 있잖아.

동료쌤 : 네.. 그렇지요.

나 : 그런데 그 경우는 ‘그럴수도 있다.’라고 자주 생각하기 때문이야. 균형감각이 발달되어 있는 경우에 그렇지, 그래서 일에서는 별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 것 같아.

동료쌤 : (손뼉까지 쳐가며) 맞아요.. 그래요..

나 : 그치,, 그런데 그건 어떤 감정이든 잘 안느낀다는 거야. 그러니 자기 삶에서 생생함은 느끼기가 쉽지 않은 거지.

동료쌤 : 맞아요. 제가 자유롭기는 하지만 행복하지는 않아요..

나 : 그래.. 그런 경우 행복하기 힘들지..

동료쌤 : 그럼.. 쌤.. 저도 행복할 수 있을까요?

나 : 행복하고 싶은거야.. 방법을 알고 싶어..

동료쌤 : 네,, 알고 싶어요..

나 : 그래.. 알겠어.. 그럼 무엇보다 자기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감정을 주로 보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해.. 그래서 내가 1년 전에, 그리고 최근에 한 ‘내 마음 보고서’를 2권을 가져다 보여줄게. 그거 읽어보고 어떤 마음이 드는지 알려줘,, 내가 내일 수능감독할 때 가져다 줄게..

동료쌤 : 진짜요.. 정말 고마워요. 쌤..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 모습이 겹쳐 보인다. 안쓰럽고, 안쓰럽다. 다음날이 수능일이었다. 수능 감독을 하며 내가 건네준 ‘내 마음 보고서’를 꼼꼼하게 읽어보았나 보다. 수능 감독을 마치며 집에 돌아가는 길에 쌤이 전한다.

동료쌤 : 선생님.. 진짜 잘 읽었어요. 그런데 저라면 보여주기 힘들텐데. 어떻게 선생님은 저에게 이 내용을 보여주실 수 있으세요?

나 : 고맙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한거야?

동료쌤 : 네.. 맞아요.. 고마움이 제일 크고, 저라면 못하는 걸 선생님이 하시니 의아하기도 해요.

나 : 의아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가보네. 안심해도 돼.. 왜냐하면 그건 과거의 나의 모습이지,, 지금의 나는 아니잖아.. 그러니 편안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자기가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을 내어보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어.

동료쌤 : 쌤.. 감사해요..그리고 정말 잘 보았어요.

나 : 그래.. 잘 보았다니 나도 정말 안심되네.. .

며칠 후 그녀가 주저하며 묻는다.

동료쌤 : 쌤.. 있잖아요. 그거 마인드 프리즘에서 하는 <내마음 보고서> 하려면 돈이 많이 드나요?

나 : 왜.. 비쌀까봐 걱정되는거야.. 하고 싶은 마음이 큰가 보다. 그런데 자기 생각에 얼마 일 것 같아.

동료쌤 : 음.. 몇 십만원이요.

나 : 그래.. 몇 십만원일 것 같았구나. 나 한테 물으면서 주저되어겠네.. 걱정하지 않아도 돼.. 8만원이면 돼.. 나도 며칠 전에 아는 동네 친구들에게 생일 선물로 쿠폰을 선물하기도 했어.

동료쌤 : 와! 그래요. 다행이예요. 생각보다 정말 저렴한 것 같아요. 그렇게 싸다면 저도 해볼래요.

나 : 그래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나 보네.. 더 적극적으로,, 그럼 한번 해 봐,, 자기에게 도움이 많이 될거야.

그렇게 동료쌤이 사이트에 들어가 신청을 했고, 며칠 후가 지난 어제 오후 내마음 보고서가 완성되어 그녀에게 왔다.

동료쌤 : (눈이 동그래지며) 쌤.. 왔어요.

나 : 와~ 긴장되고,, 긴장되겠네.

동료쌤 : 네.. 근데 지금 안볼래요.

나 : 많이 긴장되고, 겁도 나는가보다.

동료쌤 : 집에 가서 혼자 조용히 볼래요.

나 : 집에 가서 혼자 조용히 본다는 말이지.. 혼자서 조용히 집중하여 보고 싶구나. 그것도 좋지..

오늘 아침.. 그녀가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반기며 종알종알거린다.

동료쌤 : 쌤.. (눈물이 글썽글썽한다.) 정말 좋았어요.

나 : 아이구야.. 진짜 든든하고 좋았나 보다.

동료쌤 : 읽으면서 정말 위로가 되는거예요.. 저는 제가 겁쟁이라 싫었는데, 그리고 사람들이 떠날까봐 눈치보고 그랬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제가 그것을 견딜만한 힘이 있대요. 그래서 그 부분에 별표까지 했어요..

나 : 와~ 안심되고, 기뻤겠다.

동료쌤 : 맞아요.. 안심되고 기뻤어요. 그러면서 신기했어요. 나는 다만 몇 줄의 문장만 적었는데, 어떻게 나란 사람을 이렇게 잘 이해하는지..

나 : 그래.. 많이 신기하고, 안심되고, 기뻤겠다. 나도 기쁘네.. 같이 안심되고,

동료쌤 : 네,, 제가 어제 집에 가면서 버스에서 뜯어 보았거든요. 궁금해서요.

나 : 그랬구나. 아주 많이 궁금했겠어.

동료쌤 : 그런데.. 읽으면서 너무 좋은거예요.

나 : 그래 위로가 되었구나..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에 대해 이해도 되고 정말 안심되었겠다.

동료쌤 : 맞아요.. 집에 가서도 읽고 읽고 또 읽었어요.. 그런데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 : 반복해서 읽을 만큼 정말 좋았고, 안심되었구나. 그래 무슨 생각이 들었는데?

동료쌤 : (웃으며) 쌤이 내 남편이었으면 좋겠다구요.

나 : (웃으며) 그랬구나... 왜 그런 생각을 했어.

동료쌤 : 왜냐하면 쌤은 내 이야기를 이렇게 잘 들어주고, 또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끝없이 수용해 주시잖아요. 게다가 저한테 어떻게 하라고 친절하게 길도 알려주시는 것처럼 보이구요. 그런 사람과 함께 있으면 편안할 것 같고, 또 든든할 것 같고, 나도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나 : 와~ 엄청난 칭찬인데.. 나는 고마워.. 자기가 워낙 내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고, 거기다 행동으로까지 옮기니 나는 참 든든하고 좋았지.. 근데 어쩌냐? 나는 이미 결혼을 했고, 그래서 남편도 있고, 아이도 둘이란다.

동료쌤 : 그쵸.. 저도 그래서 안타까워요.. (환하게 웃으며) 올해 가장 좋은 일은 쌤 곁에 앉게 된 거예요..

나 : 그래,, 참 기쁘다. 자기도 기쁘면서 행복하고, 많이 든든했나 보네.. 자기 이야기 들으니 나도 같이 뭉클해진다. 그러면서 내가 자기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들어 보겠어?

동료쌤 : 네..

나 : 내가 예전에 이야기 했던 것처럼,, 자기 집에서 가장 힘이 있는건 자기잖아. 아빠와 오빠의 관계도 풀어주고 싶어 하고,, 그럴러면 자기가 자기 중심이 서 있고, 자기를 많이 사랑하고 있어야 해.. 그런 의미에서 항상 자기를 들여다 보고, 자기 마음을 살펴보고,, 자기를 칭찬하고 수용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해.. 그리고 기회가 닿으면 아버지와 오빠에게도 이 프로그램을 전해보고,, 그걸 계기로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 나눌 기회도 생기고,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될거야.. 자기가 진심으로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 낼 수 있을거라고 나는 믿어지는데, 내 이야기 듣고 어때.

동료쌤 : 네.. 저도 그래보고 싶어요.

나 : 그래.. 참 듣기 좋다.. 나도 내 밴드를 만들어서 계속 들여다 보고 있어. 자기도 그런 기회들이 만들어질 바래..

동료쌤 : 네.. 좋아요.. 저도 선생님처럼 그렇게 해볼래요..

그녀가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된 것 같다. 자신을 더 안심하는 것 같다. 자신에게 선물처럼 온 책의 문장에 밑줄을 몇 번씩이나 긋고 긋고 또 긋고 그으면서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거다. 자신을 사랑하는 또 한걸음의 걸음을 그녀가 내딛은 것이 나는 반갑고, 축하한다. 그녀도 그녀 삶의 꽃봉우리다. 이제 맘껏 피워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