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호. 부모님

조연식 (조레이)

오늘은 아내랑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을 뵙기로 한 날... 어제 전화로 오늘 간다고 말씀드렸더니... 아버지가 식사를 못 드신다는 얘길 듣고, 마음이 아리고 안쓰럽고, 걱정되는 마음에 고기와 간단한 시장을 봐서 찾아뵈었다. 항상 시골은 바쁜 일상이 있어 기력이 없으신 부모님을 위해 오늘은 맘 먹고 일손을 도와 드리고 맛있는 식사도 같이 하려고 했는데... 초췌한 아버지를 보니 안쓰럽고, 죄송하고, 맘이 아팠다. 아버지는 만성 폐질환이 있으셔서 언제라도 병원에 가야하는 성치 않으신 몸으로 일년에 두세번은 입원치료를 해야 하고 지금도 정기적인 검진과 약을 드시고 있으시다. 그 옆에서 병 수발과 평생 농사일을 같이 하신 어머니는 이제 허리가 휘고 관절염이 있으셔서 당신 몸도 거동하기 불편해 하신다. 어머니는 괄괄한 성격이시고, 아버지는 다정다감한 성격이시다. 어머니는 목소리도 크고, 일 욕심이 많으셔서 그만 한다 그만한다 하시면서도 농사일을 놓지 못하신다.

매실 나무에 약을 치고, 나무를 옮기는 일을 하고 점심을 먹으면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대화를 하신다.

(어머니) : 아이고 .. 식사를 그렇게 하고 있으니 어디 음식을 해 주고 싶겠냐 (이것 보다 표현이 직설적)

(아버지) : 좀 천천히 먹을게 , 많이 먹고 있네 .. 거 참

(어머니) : 한 술 더 떠요. 그 것도 다 못 잡술까 ? 여태 고것 잡수고.

(아버지) : 많이 먹었다니까. 먹고 싶을 때 먹을라네

입맛이 없으신 아버지를 어머니는 보다 못해 옆에서 계속 역정을 내신다. 그걸 보는 나는 한마디 한다.

(나) : 엄마 ! 아버지가 식사를 못 드시니 안쓰럽고, 걱정되는 가봐. 뭐라도 잘 드셔서 기력을 찾고 빨리 회복 했으면 하는 맘이 있는거지 ?

(어머니) : 그러게..

난 어머니의 본심을 알려 드리고 싶었고, 불편해 하시는 아버지를 위로 하고 싶었다. 예전보다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작아지셨다. 아버지와 평생 반려자로 함께 하시면서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여생이 보인다. 반가우면서도... 더 일찍 알고 배려하며 살으셨다면.

집에 오는 차안에서...

(아내) : 당신도 어머니를 닮은 점이 있어.

(나) : 응 그래 어머니를 닮았다니. 의아스럽고 반가운데.

지금껏 난 5형제 중 넷째로 아버지를 누구보다 빼 닮았다. 특히 생김새... “당신은 아버님을 진짜 많이 닮았어.” 그 얘길 아내에게 들을 때는 기분이 언짢다. 근데 오늘은 왠일인지 궁금하다.

(아내) : 글쎄 , 오늘 보니 어머니를 닮은 부분도 있더라고. ㅋㅋ

(나) : 처음으로 당신이 내가 엄마를 닮았다고 하니 기분 좋은데.. 반갑고. 오늘 시골집에 가서 일도 도와 드리고 음식도 차리느라 수고했어, 고마워 ^^

(아내) : 여보 ! 아버님 우리집에 며칠 모실까 ?

(나) : 응, 당신이 힘들지 않겠어..

(아내) : 잠자리도 걱정이고.. 아버님도 은근히 까다로운 분인데 .. 너무 못 드시니까? 걱정돼서 ~

(나) : 은근히 까다로운 성격에다 애들이 있어 잠자리도 불편해 하실 아버님을 생각하면서도 기력이 없으신 아버지를 위해 집으로 모시겠다는 당신 마음이 참 고마워 ~ (아내의 제안이 참 고맙고 사랑스럽다)

새해를 맞이하며 계속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진다. 지금은 아내와 대화할 때 있는 그대로 본심을 얘기하려고 한다. 나에 일상에 맞추며 살아온 당신께 이젠 당신의 소소한 일상과의 만남을 함께 하고 하고 싶다. 사랑스럽다. 고맙고 고맙다.

또,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