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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호. 기억 수업

홍석연(봄) 2021. 5. 11. 16:23

추주연 (단풍나무)

이틀에 걸쳐 ‘기억’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했다.

13년 동안 살면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나 사건을 이야기하게 했다.

한 아이가 기억을 말한다. 뒤이어 너도 나도 자신의 기억들을 말한다.

자동차 바퀴에 다리가 끼었던 기억, 너무 더운데 엄마가 자꾸 두꺼운 이불을 덮어주어 답답하고 숨 막혔던 기억, 다리미가 손으로 떨어졌던 기억, 언니와 바닷가에서 놀던 기억, 눈싸움 하던 기억, 죽음이 뭔지 몰랐던 어린 시절 강아지가 죽어서 찾으러 다니던 기억...

아이들이 말하는 기억에 따라 나도 떠오르는 기억을 이야기하였다. 더 깊은 바다를 보여주려고 아버지가 어린 나를 안고 바다 속으로 들어가던 기억, 아버지가 외출할 때면 동네 슈퍼까지 따라 나가 아이스크림을 얻어먹던 기억. 희한하게 그렇게 밉고 싫은 아버지와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뭉클하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기억들 속의 기분을 물어본다. ‘그 때 어땠어? 놀랐겠다. 무서웠겠다. 행복했겠다. 기뻤겠다. 슬펐겠다...’

그리고 묻는다. ‘그래서 그 일 이후에 달라진 건 없어?’

감자칼로 사과를 깎다가 손을 벤 아이는 그 뒤로 감자칼로 사과를 절대 깎지 않는다고 한다. 자동차 사고가 났던 아이는 그 뒤로 길에서 더 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기억을 말한다.

기억 속의 감정을 말한다.

기억하고 있다는 건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기억하는 장면 속에서 무언가를 배우기도 한다.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는 그것을 역사라고 부른다.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세월호 영상 2개를 보았다.

1. ‘다녀오겠습니다’

2. ‘가만히 있으라는 말’ 지식채널e

수업을 준비하며, 6개반 수업을 하며 같은 영상을 여러 번 반복해서 봤지만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

영상을 보고 포스트잇에 자유롭게 글을 쓰게 하였다.

영상을 보고 생각나는 사람에게 편지 쓰기

영상을 보고 느낀 감정, 생각, 본심, 본심행동 중에 쓰고 싶은 것 쓰기

영상을 보며 우는 아이들, 포스트잇을 더 달라며 진지하게 쓰는 아이들.

억지로 기억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것을 기억한다.

기억 속에 배움이 있고 배움 속에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

<수업 소감>

수업을 준비하며 염려되고 긴장되기도 했다. 아픔을 직면하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나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자기 삶속의 기억을 말하는 아이들의 눈빛이 참 생생해 보인다. 친구의 삶을 들을 때면 몸을 앞으로 내밀고 친구 이야기에 웃고, 이마를 찡그리고, 탄성을 낸다.

기억 속의 감정은 잊혀지지 않고 녹아있어 아이들의 삶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놀랍고 신기하다.

아이들이 쓴 글을 읽으면 세월호 이야기를 자신의 삶으로 가져가는 것으로 보인다.

단원고 선배들에게 편지를 쓰는 아이, 부모님께 편지 쓰는 아이,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이 난 아이, 안전에 대해 더 배우고 싶다는 아이, 어른이 되면 사회를 잘 이끌어가겠다는 아이...

아이들이 역사를 자신의 삶으로 가져가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