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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호. 효빈이의 받아쓰기 100점 탄생기

홍석연(봄) 2021. 5. 11. 16:24

김수진 (열음)

둘째 효빈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걱정이 좀 된다. 효빈이(초등1학년)는 큰 아이(초등6학년)와는 기질이 많이 다르다. 더 살갑고 애교가 많긴 한데 책임감이라든지, 성실함, 꼼꼼함은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나는 아이가 기질대로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버겁고 힘든 학교생활이 아니라 스스로를 사랑하고 자신감을 얻어가는 생활이었으면 좋겠다.

<장면1>

지난 9일. 둘째가 학교에서 목요일에 받아쓰기 시험을 본다고 했다. 아이는 받아쓰기 공부하는 프린트를 잊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자신 있게 큰소리를 친다. 큰 아이가 둘째에게 초등학교에서 처음 보는 받아쓰기 시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니 둘째도 결연하게(?) 시험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공부하는 듯하다.

나 : 효빈아~ 내일 받아쓰기 시험 보는데 너는 기분이 어때?

효빈 : 엄마는 걱정되나봐. 나는 여러 번 연습했으니까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 : 진짜? (반갑다.) 엄마는 효빈이가 다 못 맞춰도 되니까, 맘은 가볍게 하고 봐도 돼.

(둘째라서 그런가? 큰 아이라면 더 다그쳤을 것 같다.)

효빈 : 응. 알았어. 엄마, 잘하라고 ‘파이팅’ 해줘.

나 : 그래. 자, ‘파이팅!’

<장면2>

이렇게 하고 나는 저녁 9시 넘어 요가를 갔다.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저녁 11시 15분이 넘었다. 현관문을 열었더니 환하게 불을 켜두고 두 아이가 식탁에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다.

아이들은 10시가 되면 잠들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순간 걱정되고 염려되었다.

효빈이는 손가락에 연필을 꼭 쥐고, 받아쓰기 노트에 번호를 써가며 답을 쓰고 있고, 연우는 효빈이에게 1번 나, 2번 너. 이렇게 받아쓰기 문제를 불러주고 있다.

나 : 어~ 우리 딸들 아직까지 안자고 있었어? 엄마는 걱정되고, 염려되는데, 지금 뭘 하고 있어?

효빈 : (웃으며) 엄마, 저는요. 언니가 받아쓰기 시험 준비 도와준다고 해서 다시 한번 연습해 보고 있는 거예요.

연우 : (씨익 웃으며) 엄마, 저는요. 효빈이가 시험 본다고 하는데, 첫 시험이 진짜 중요하거든요. 저도 그렇게 해서 초등학교 생활이 즐겁고 편안했다고 생각해서 효빈이도 그랬으면 좋겠거든요. 그래서 연습하고 있는 거예요.

나 : 그래. 엄마는 너희가 공부하는 모습 보는 건 든든하고 좋은데, 잘 시간이 넘어서 걱정되는데, 내일 학교도 가야하는데...

연우 : 아~ 알죠. 이제 마지막으로 연습해 볼 거예요.

나 : 그래, 그럼 조금 있으면 끝나겠네. 근데 연우야 효빈이 연습하는 거 보니 어떤 기분이 드니?

연우 : 응, 엄마 있잖아요. 얘. 내가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잘해요. 글자도 또박또박 잘 쓰고, 학교 생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잘하고 있어서 좋아요.

효빈 : 엄마~ 나도 언니가 도와주니까 좋아. (다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 들여 쓴다. )

연우 : 어~ 효빈아 그거 8번. ‘우리 가족’ 이잖아. 근데 그건 틀리기 쉬운 단어야. 왜냐면 우리가 자주 ‘우리가족’이라고 붙여서 많이 이야기해서 분명하게 잘 모르면 잘못 쓰기 쉬워. 그래서 이렇게 생각해봐.

효빈 : 응? 어떻게?

연우 : 우리 가족은 모두 몇 명이지?

효빈 : 응 4명

연우 : 그럼 우리 가족은 각자 떨어져 있어, 아니면 모두다 하루 종일 붙어 있어?

효빈 : 우리 가족은 각자 떨어져 있으면서 열심히 생활해.

연우 : 그치. 그러니까 ‘우리 가족’을 쓸 때 아~ 우리는 한명씩 독립되어 있지만... 아니, 네가 독립이라는 단어를 모르겠구나. 우리가 한 명씩 떨어져 있지만 가족이지. 그러니까 띄어쓰기를 하는 거야. 어때 언니 말 들으니까 이해가 되지?

효빈 : 응. 그래. 언니 말 들으니까 이해가 잘 돼.

나 : 와~ 들으면서 보니 연우가 놀라운데, 어떻게 그렇게 효빈이에게 알려줄 생각을 했어? 엄마는 그렇게 설명 못할 것 같은데.

연우 : 아~ (머리를 긁적거리며) 그거는 내가 그렇게 외웠거든요. 그런데 요즘에는 그 의미가 더 와 닿아요.

나 : 그래. 이제 삶에서 그 개념들이 더 이해가 된다는 말이구나. 엄마는 네가 알아차리는 모습 보니 기쁘네.

효빈 : 자~ 다했다. 언니 채점해줘.

연우 : 그래. 번호는 띄어쓰기하면 더 좋고, (하나씩 채점 해준다.) 효빈아~ 잘했어. 이제 이렇게 했으니까 내일 받아쓰기 시험을 봐도 되겠다. 우리 잘까?

효빈 : 응.

나 : 자~ 우리 두 딸들 모두 고맙고, 든든해. 이제 잠을 자자. 연우는 동생을 아끼고, 챙기는 모습, 그리고 세세하게 알려주는 모습은 정말 든든하고 멋지다. 또 효빈이는 언니가 하자는 것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면 진짜 자기를 아끼고 사랑하면서도 언니를 존중하는 동생인 것 같네.

두 아이가 노트를 덮고 이를 닦고, 잠자리에 들어간다. 고맙고, 뿌듯하다. 든든하다.

<장면3>

다음날, 아이가 우렁찬 소리를 내며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리곤 아무 말이 없다.

나 : 우리 효빈이 왔구나. 잘 다녀왔어? 그래 엄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걸로 보이는데...

효빈 : (살금살금 걸어와서 귓 속에 대고 이야기 한다.) 엄마~ 나 100점 받았어요.

나 : 와~ 진짜 진짜로 우리 효빈이가 100점 받았구나. 정말 좋겠다. 엄마도 기쁘다. 그리고 언니도 무척 기뻐하겠는데, 우리 효빈이 힘나겠네.

효빈 : 응. 엄마 진짜 좋아요.

나 : 그래. 좋아할만 하지. 좋겠다.

효빈 : 응, 엄마, 진짜 좋은 건 언니가 100점 받으면 ‘떡꼬치’ 사준다고 했거든. 아싸~ 흐흐흐 그래서 더 좋아.

효빈이는 결국 언니에게 떡꼬치를 두 개 얻어먹었다. 입가에 발갛게 고추장을 묻히고, 배 두드리며 행복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