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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호. 갈등중재 후 아이와 담임교사를 연결하기

홍석연(봄) 2021. 5. 11. 16:31


정현주 (테야)

※ 정현주 선생님은 부산에서 전문상담교사로 재직 중입니다.




인호와 우주 두 친구가 싸워서 머리가 찢어지는 사고가 났다. 담임선생님과 함께 두 친구의 갈등중재를 하였다. 중재를 마치고 나서 아이가 담임선생님께 죄송하거나 걱정되는 것이 있을까 하여 물었다.

나: 담임선생님께 혹시 드릴 말씀은 없나?

인호: 음...... 간섭하지 마세요.

나: 그게 무슨 뜻이지? 어떤 게 간섭하는 것이지?

인호: 저한테만 자꾸 말거시고 다른 애들한테는 안 그러시면서.

나: 담임선생님이 너에게 자꾸 말거는 게 어떻게 느껴지니?

인호: 제가, 문제가 있으니까 그러는 것 같아요.

나: 네가 문제가 있어서 너를 못마땅하게 여겨서 그렇게 대하는 걸로 보였다는 얘기야?

인호: 네

나: 그러면 진짜 간섭하는 것 같고 짜증나고 선생님이 말 걸 때마다 긴장되고 싫겠다.

근데, 담임 선생님마음이 진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한번 여쭤보는 건 어때? “선생님 제가 문제아로 보여서 그러세요?” 라고.

인호: 선생님, 제가 문제아같이 보이세요?

담임: 아냐, 아냐. 내가 니한테 말을 자꾸 걸기는 하지? ‘이거 했나? 내일 뭐 가져와야된다.’ 이렇게. 그건 니가~~~ 좀 잘 잊어버리고 오고, 그래서 자꾸 혼나는 일이 생기고 그러니까 미리 말해주려고...

나: 그러니까 선생님은 인호가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자주 잊어버리니까 혼나는 일이 많아지고 다른 선생님들한테도 혼날까봐 미리 미리 알려서 잊어버리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었단 말씀이시죠?

담임 : 네. 그렇죠!!!

나: 듣고 어때?

고개를 숙이며 씨익 웃는다.

나: 그리고 또 드릴 말씀이 있나? 선생님이 이번 일로 맘고생 많이 하셨거든.

(나는 내심 아이가 선생님께 죄송하다는 말을 하기를 바랐다.)

인호: 없어요.

나: 그렇구나. 그럼 혹시 나중에라도 떠오르면 말해줘. 늦는 건 없거든.

느껴지면 그 때 그 때 말하면 되는 거야. (내 욕심이 이런 말을 하게 한다. ‘아이가 담임선생님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느낀다면 충분히 죄송하다고 나올만한데...’ 하는 나의 기준이 있다. 이런 내가 아쉽다.)

또 다른 친구에게 물었다.

나: 넌 선생님께 드릴 말씀 있나?

우주: 간섭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나: 그건 또 무슨 말이고?

우주: 선생님께서 간섭해주셔서, 인호하고 얘기도 하고... 안 그러면 그냥 말도 안하고 그랬을 텐데 오해도 풀고 그랬습니다.(이 아이는 항상 끝이 ‘-습니다’이다.)

나: 담임선생님 덕분에 친구랑 얘기도 하고 오해도 풀었다는 말이네? 그런데 이럴 땐 간섭이라기보다 ‘마음 써 주셨다거나 신경써주셔서’ 라고 말하는 게 네가 말하려고 하는 것과 가장 잘 맞을 거 같아.

우주: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 인호는 듣고 어때? (망설이는 느낌이다. 내 느낌인가? 내 욕심인가?)

늦은 건 없다 했제? (으, 푸쉬인가? 아니야 가르칠 것은 가르쳐야해. )

인호: 저도 감사합니다.

담임선생님 눈에 눈물이 맺힌다.

담임: 나도 너희랑 이렇게 얘기하면서 너무 놀랐다. 느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있었고 새롭게 보였다. 정말 대견하고 너무 사랑스럽다. 막 안아주고 싶다. 그래도 되나?

인호는 고개를 숙이고 아주 곤란해 한다. 가만히 지켜보았다. 선생님은 아이 눈치를 본다.

나: 쑥스럽고 어색하나?

고개를 끄덕인다.

담임: 그럼 악수만이라도... 될까?

손을 내민다. 선생님은 인호와 악수를 한다. 그리고 우주와도 악수를 하며 아이를 새롭게 보게 되었다며 감사해하신다. 대부분 아이들이 사고(?)를 치고 나면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담임선생님이 자기를 문제아(?)로 낙인찍을 거라는 점이다. 그건 거의 확신에 가깝다. 그래서 스스로 위축되고, 그 이후로 담임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을 전부 자신을 '문제아'로 보기 때문에 하는 말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중재과정에서 그러한 마음의 불편함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선생님의 본심도 전하게 하여, 아이를 안심시키고 담임선생님과의 관계도 개선할 수 있도록 도운 것에 대해 스스로 잘했다고 칭찬하고 싶다.

다음날 인호가 너무 밝아졌다고 담임선생님이 즐겁게 전해주신다. 나도 안심되고, 그 아이를 편안하게 바라보시는 담임 선생님을 보는 것이 더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