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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호. 내 삶을 함수로 나타내보자!

홍석연(봄) 2021. 5. 12. 10:41

김후남 (나무)

함수의 연속 개념을 어떻게 가르칠까?

단순히 정의만 전달하기에는 너무 재미가 없다. 현실과 또 각자 자신의 삶과 동떨어진 것으로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왔는데 함수의 연속을 또 그렇게 가르치기엔 너무 허전하고 삭막한 느낌이 들었다. 각자의 삶과 연관 지을 수는 없을까? 그러다가 떠오른 것이 인생 곡선. (흔히 있는 것이지만, 불연속의 개념이 들어갈 수 있도록 내 삶을 예시로 드러내어 보기로 했다.)

이건 나에게 하나의 도전이다.

고등학교 아이들이 이걸 할까? 자신이 없고 실패가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바닥을 치는 수업은 무모함을 낳는 것인지... 그냥 밀어붙여서 해보기로 했다.

수업의 구상은 이렇다.

1. 도입멘트 : 감정, 관계는 계속 변한다. 함수는 변화를 다루는 것이다. 여러분 각자의 삶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18년 인생에서 의미 있었던 변화를 중심으로 함수의 그래프로 표현해보자.

2. 나의 이야기 개방 (예를 보여주기, 시범) : 나이를 가로축, 같이 사는 사람의 수를 세로축으로 해서 동생이 하나 둘 태어나면서 점프되는 그래프, 대학 오면서 홀로 지내는 것을 이야기하고, 그때 감정들이 어땠을 것 같은지 물어보면서 좀 더 생생하게 해본다.

3. 개인활동 : 각자의 삶의 그래프 그리기

4. 모둠활동 : 서로 이야기 나누기

5. 전체공유

6. 공유된 내용을 함수의 연속 개념과 연결 지어 개념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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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멘트를 할 때 아이들은 무엇을 할 것인지 호기심을 갖는 듯 했고 약간 미소를 짓기도 하고, 갸우뚱 하기도 한 것 같다. 내 이야기를 개방할 때는 이러했다.

나 : 샘 이름이 '후남'이잖아. 남이 무슨 뜻이게? 후는?

아이들 : 남자! 뒤!

나 : 맞아. 뒤에 아들 낳으라는 뜻이야~

아이들 : (집중된다. 에너지가 쭉 앞쪽으로 쏠리는 것 같다. 나는 기분이 좋다.)

나 : 내 삶을 ‘나이에 따라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의 수’의 그래프로 나타내 볼게.

칠판 세로축에 범주로 사람 수를 적으니 한 아이가 묻는다. ‘저게 뭐야?’ 그러니 한 아이가 ‘같이 사는 사람 수’라고 한다.

나 : 샘 형제자매가 딸만 다섯 명이야.

아이들 : (놀란다)

나 : 샘이 몇 째게?

아이들 : 첫째요! 둘째? 셋째?

나 : 헤~ 샘은 둘째야.

칠판에 나이에 따라서 사람 수를 그래프로 그린다.

나 : 첨에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 언니만 있었으니까 5명, 나랑 동생이랑 네 살 차이니까 내가 4살 때까지 6명, 다음 터울이 3살 차이니까 7명, 그 다음 또 8명

아이들 : 헐~~ 10 년 동안~~~

나 : 근데 대학 오면서 홀로 살았거든. 그러니까 1명. 근데 혼자 사니까 내 기분이 어땠을 거 같아?

찬혁 : 외로웠을 것 같아요.

연우 : (잠시 생각해 보는 듯) 자유롭기도 할 거 같은데.

회근 : 편안하기도

나 : 찬혁이는 혼자 있을 때 외롭구나!

찬혁 : (약간 움찔 하는 듯)

나 : 나는 완전 자유로웠어. 편하기도 했고. 가끔 외롭기도 했구. 어렸을 때는 동생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짜증나고 답답하고 서럽기도 하고.... 그랬어.

아이들은 이야기에 조금 각자의 느낌들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 지루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랬다.

나 : 자, 이제 여러분들의 인생 곡선도 그려볼까? 각자의 삶에서 의미 있었던 순간을 떠올려보고 그 것을 축으로 해서 그래프를 그려보자. 샘이 종이 한 장씩 줄께~

종이를 배부하기도 전에 아이들은 ‘뭘 하지? 뭘 하지?’ 한다.

나 : 종이 위에 '회근이의 OOOO 스토리' 와 같이 제목을 정하자. ^^

아이들 : (웃는다, 그리고 진지하게 고민 한다. 물론 전부터 이미 자는 친구들도 있다.)

준철 : 난 행복지수로 할까? 태어나지 않았을 때 행복지수는 무한대

나 : 엥? (안타깝다, 끄덕 하고 지나가려다가 돌아서서) 준철아! 근데 누구의 행복이 무한대야?

준철 : (잠시 생각하는 듯) 저가 태어나기 전에 저 어디 세포들이겠죠. ^^

용빈 : 샘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나 : 어~ 네 이야기를 하는 거야. 용빈이 네 삶에서 의미 있는 순간을 떠올려보고 그래프로 나타내는 거야. 네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래프 그리는 건 샘이 도와줄게. (수학 기초실력이 매우 부족하다.) 예를 들면 용빈이가 15살 때 처음 여자 친구가 생겼어. 이게 의미가 있어. 그러면 15살 전은 여자친구 0명 ㅋㅋㅋ

용빈, 찬혁 : (웃는다)

나 : 모태솔로면 쭉~~~ 일직선~~

연우 : 난 몸무게로 해야지.

나 : 몸무게가 너한테 의미 있나봐. 그런데 어떤 의미야?

연우 : 요즘에 살이 많이 쪄서요. 반성의 의미요.

나 : ㅋㅋ

재밌는 것은,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대해서 생각할 때 교실의 공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공기라는 단어보다 기운이라는 단어가 더 적합할 것 같다. 쑥 각자의 생각에 빠져드는 느낌. 몰입하는 느낌. 따뜻하면서도 진지한 기운!

아쉽게 종이 쳤다. 주말에 어떤 이야기들을 표현할지 고민해 오라고 하고 마쳤다. 하면서 나는 흥미로웠고, 생생했고, 신났다. 즐거웠다. 아이들도 진지해지는 분위기로 보였다. 특히 내 개방을 할 때 아이들 표정은 여느 수학시간의 이해하려 애쓰는 표정과 다르게 밝았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함수의 연속과 연결 지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들 삶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또 서로의 삶을 드러내고 마음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