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림 (마음)
어제 너무 답답하고 갑갑해서 동료 선생님과 이야기하며 마음비우기를 했다. 많이 무겁고 힘겨워서인지 잘 비워지지 않아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학부모님이 상담 오셔서 오늘 4교시로 미루었다. 오늘 그 선생님께서 내려오셔서 얘기하시는데 ‘너무 불편하고 속상한 일이 있어서 수업 중에 애들한테 마음비우기를 요청했다’고 하신다.
“얘들아 오늘 샘이 많이 속상했거든. 너희들한테 샘이 부탁하고 싶은데 따라해 줄래? ‘선생님 많이 속상하시겠어요~’ 한 번 해 봐.”
그랬더니 애들이 다는 안 따라하고 반 정도가 “많이 속상하시겠어요.” 했다고 한다. 그래서 샘은 “얘들아 샘이 조금 가벼워졌어. 고마워. 또 해 볼래? ‘선생님 고마우신가봐요.' 아이들이 “선생님 고마우신가봐요.” 그러면서 재미있다고 키득키득 웃고, 한 시간 동안 수업 분위기가 좋았다고 한다.
아이들은 그냥 하는 거였지만 그래도 그 순간 속상했던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하신다. 나는 너무 신기하고 놀랍고, 빨리 적용하시는 샘이 대단해보였다.
그리고 불편했던 학생과의 일을 나누며 마음을 비워내시는데 옆에서 감정 추임새를 해드렸다. 선생님은 ‘샘! 신기하다. 속상하고 답답했는데 좀 가벼워진다.’ 하시며 올라가시는 모습이 나도 기분 좋고 든든하고 편안했다.
나도 거기에 자극을 받았나보다. ㅋㅋ 그래서 5교시에 수업동영상 촬영이 있었는데
“ 얘들아 샘이 너희한테 요청하고 싶은 게 있어. 샘 따라해 줄래? 샘이 지금 동영상 촬영이라 너희한테 높임말을 써야할지 고민되거든. ‘선생님 고민되시겠어요.’ 해 봐.”
“선생님 고민되시겠어요~~~” 다들 크게 외쳐준다. 아이구 이쁜이들이다. 이렇게 얘기하면서 애들 얼굴이 굉장히 밝아진다.
“하나 더 해 볼래? ‘선생님 긴장되시겠어요.’”
“선생님 긴장되시겠어요”
“응 샘 긴장된다. 근데 너희가 이렇게 얘기해주니까 가벼워진다. 너희는 기분이 어때?”
“재미있어요. 웃겨요. 괜찮아요.” 뭐 여러 가지가 나온다. 서로 웃기다고 키득키득거린다. 나는 하면서 너무 재미있었다. 오늘 학교에서 내 얼굴이 가장 환해졌던 순간인 것 같다. 이렇게 얘기하며 그 순간 굉장히 밝아지는 아이들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얼굴이 환해지며 눈빛이 초롱거린다. 너무 예쁘다. 반갑다. 기쁘다. 재미있다. 즐거웠다.
'마리로 가꾸는 공감교실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52호. 감정 편지 쓰기 (0) | 2021.05.12 |
---|---|
제51호. 우유갑 정리하기 (0) | 2021.05.12 |
제49호. 도난사건, 어쩌지? (0) | 2021.05.12 |
제48호. 살아서 너를 만나고 싶었어 (0) | 2021.05.12 |
제47호. 내 삶을 함수로 나타내보자! (0) | 2021.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