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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호. 수업시간에 마음으로 만나기

홍석연(봄) 2021. 5. 12. 11:10

김정석 (소망)

2학기에는 수업에 조금 변화를 주었다. 수업 끝나기 전 5~10분 정도 아이들이 말 할 기회를 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것을 하게 된 이유는 첫째, 수업 중에 아이들이 어떻게 존재했는지 내가 확인하고 싶었고 둘째, 아이들에게도 자기 존재를 드러낼 기회를 주고 싶었다. 셋째는 아이들끼리도 서로 존재를 확인할 기회를 주고 싶었고 넷째 이유도 있다. 그건 ‘내가 남들보다 더 가진 자원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을 때, ‘상대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대해 내 마음을 전하는 것’이니 그걸 수업 시간에 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방법은 이렇다. 수업 시간에 활용하는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한 장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제시하였다.

"오늘 ~~을 배우고 나니(하고 나니) 나는 이렇습니다. 왜냐하면 삐리리삐리리한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 문구는 그 날 그 날 배운 내용이나 아이들끼리의 이슈에 따라 조금씩만 바꾸어 제시했다. 그리고 거기다가 아이들이 느낄만한 감정을 나타내는 말까지 곁들였다. 이름하여 '전원이 발표하는 10초 말하기' 시간이 되었다. 내가 수업 들어가는 반 전원이 발표하도록 시켰다. 매번 뭔가 활동을 구안해야 한다는 부담이 적어서 참 편했다.

나 : (수업 말미에) 자, 오늘도 10초 말하기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박수!!

학생 : 에이, 또 해요~

나 : 에이, 하자~~ 자, 화면을 보고서 말할 준비를 하는 거야~ 1분 정도 시간 줄게.

기억에 남는 발표들만 몇 가지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 6반 성찬

성찬 : 저는 오늘 조마조마했습니다. (나 : 조마조마했구나.) 왜냐하면 문제에 대한 답을 잘 할 수 있을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나 : 문제에 대한 답을 잘 할 수 있을까 조마조마했구나. 국어책에 나온 질문들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할까봐 조마조마했다는데, 샘은 좀 놀랍네~ 왠지 그 조마조마함이 여러 과목 시간에, 어렸을 때부터 계속되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성찬 : 대단하십니다.

나 : 어? 대단하다는 말은 내 말이 맞다는 말이야?

성찬 ; 네.

나 : 오랫동안 조마조마 하면서 수업 시간을 보내왔단 말이네. 힘들었겠네.

성찬 : 네. 그렇게 이해주시는 게 대단하게 여겨졌어요.

나 : 그래 그랬겠다. 조마조마했다는 건 그만큼 답을 잘 하고 싶으니까 그랬겠지. 편하게 조금씩 조금씩 답을 해 가면 좋겠다.

성찬 : 네.

공부에는 별 생각 없는, 한량인 줄만 알았던 성찬이가 이런 이야기를 하다니 놀라웠다.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기도 했다.

# 5반 성욱

성욱 : 저는 지금 불안합니다. 시험이 2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나 : 불안하구나. 샘은 니가 이렇게 불안해하는지 잘 몰랐는데, 많이 불안한가 보구나.

성욱 : 네.

다음날, 다시 5반, 1교시 수업에 들어갔더니 성욱이가 초반에는 참여하더니 엎드려 잠을 잔다. 그날은 왠지 성욱이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성욱 : 저는 오늘 피곤했습니다.

나 : 피곤했구나. 어제 잠을 잘 못 잔 거 아니야? 시험 때문에 부담이 많이 된 거야?

성욱 : 네. (눈을 껌뻑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 : 그래. 피곤하겠다. (안쓰러운데, 안쓰럽다는 말이 안 나왔다.)

#4반(담임반) 윤형이

방과후 교실에서

윤형 : 선생님, 저는 있잖아요, 감정 말하는 거 아주 좋아요.

나 : 어? 그래? 왜?

윤형 : 글쎄, 편해지는 것 같아요.

나 ; 그래,, 그렇구나. 좋은데~ 기뻐. ㅎㅎ

사실 교실에서 한 아이와 개인적으로 주고받을 때 다른 아이들은 집중하기도 하지만 딴 짓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 아쉽기도 하다. ‘어쩔 수 없지.’ 하는 체념과 이해되는 마음이 동시에 일어난다. 또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하는 말에 대해서 안 듣는 것 같으면서도 서로 의식하고 있을 거’라는 나만의 인식을 믿고 계속해 보기도 한다. 이렇게 아이들과 주고 받은 후 교실을 나오면 왠지 마음이 편하고 후련하다.

(물론 진도 때문에나, 아이들이 쉬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일 때는 이 활동을 안 하는 날도 있다.^^ )

표현 형식은 다음과 같이 다양하게 할 수 있다.

오늘 국어 수업을 보내면서(양반전을 읽어보니) 나는 이러이렇습니다.

왜냐하면 ~~~ (삐리리삐리리)한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