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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로 가꾸는 공감교실이야기

제63호. 사과와 감사를 표현한다는 것

홍석연(봄) 2021. 5. 12. 11:11

정유진 (낄낄)

발음이 잘 안 되는 땡땡이는 목소리가 아주 크다. 언어치료가 필요해 보이지만 어머니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고 일단은 그냥 두고 계신다. 녀석이 마음이 급해서 말을 빨리 할 때는 진짜 알아듣기가 힘들다.

땡땡 : 선생니임!! 아까 국어 시간에 끄아이어 했잖아욧!

나 : 응? 뭐라고?

땡땡 : 아까 국어 시간에 끄!아!이!이!

나 : 국어 시간에 뭐?

땡땡 : 아니이!!!! (소리소리를 지르며) 끄아이이요!!!!!!!!

나 : (아까 국어 시간에 한 거라면...) 아~ 끝말잇기!!

이런 일이 반복되니까 나도 좀 귀찮기도 하고 바쁠 때는 알아들은 척 하게도 된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건 땡땡이가 기가 죽거나 위축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늘 할 말을 다른 친구들보다도 더 하고 알아들을 때까지 말한다. 대신 소리소리를 지른다.

친구들이 귀를 막을 때도 많다.

또 쉬는 시간에 나한테 와서 말하는데 3번 4번을 말해도 못 알아들으니까

얼굴을 나한테 바짝 대고 소리소리를 지른다.

귀찮고 답답하기도 한데 순간. 녀석이 화를 내는 모습이 짠했다.

두 손을 잡았다.

나 : 땡땡아.

땡땡 : 네.

나 : 미안해. 선생님이.

땡땡 : ......

나 : 한 번 만에 못 알아들어서 진짜 미안해.

땡땡 : ......

나 : 그리고 늘 3번씩 4번씩 말해줘서 고마워. 너도 정말 귀찮고 답답했을텐데.

땡땡이는 한참을 내 눈을 쳐다보았다.

그때 아... 이 녀석,

그렇게 여러 번 말하는 노력에 대해 사과와 감사를 처음 받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드니 마음이 아팠다.

땡땡이는 하려던 말을 그만 두고 들어갔다.

이 일이 있고 난 뒤부터

-땡땡이는 활발하고 친구들을 때리기도 하고 소리도 지르고 해서 혼날 일이 많았는데- 이 한 번으로 내가 혼을 낼 때도 나를 봐주는 것 같다.

나도 땡땡이에게 내가 알아들을 때까지 말해주는 것에 대한 사과와 감사를 늘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우리 반 친구들과 나는 땡땡이 이야기를 알아듣기 위해 서로 돕는다. (먼저 알아들은 친구가 도와준다.)

땡땡이와의 관계가 쉽지만은 않지만 암묵적으로 이 부분만큼은 약속이라도 한 듯 다 함께이다.

그래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