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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호. 교사에게 서운한 아이, 마음도 풀어주고 할 말은 하는 상담

홍석연(봄) 2021. 5. 12. 11:13

류지현 (잔디라)

우리 반 회장 성희가 요새 기분이 무척 안좋아보였다. 그래서 물어봤더니 그냥 ‘기분이 안좋아서’라는 말만 한다. 오후에 교실에 혼자 앉아있는데 기분이 가라앉고 뭔가 걸리는 듯이 답답하다. 최근에 내가 아이에게 했던 행동과 말들이 마음에 걸린다. 아이 어머니와 통화를 하였다.

어머님께서는 아이가 최근에 ‘선생님에게 혼나는 것 같고, 내 편을 안들어 주고 친구편만 들어 준다.’는 이야기를 하였다고 말씀하시며, 아이에게 칭찬과 인정을 조금만 더 해달라고 하였다.

전화를 끊고 나니 마음이 무겁다. 기분도 나쁘고, 스스로에게 아쉽다.

뭔가 못마땅하다. 나도 짐작하던 거였는데, 막상 확인하니 왜 이렇게 기분이 가라앉을까...

이유를 생각해보니 과거의 일들이 떠오른다.

예전 6학년 공부 잘하고 똑똑한 여자아이들과 등을 지게 되어 교직을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기억. 그 기억이 떠오르며 그때의 마음들이 살짝 일렁이는 것이 느껴졌다. 슬프고, 허전하였다. 아이의 마음이 힘들어질 때까지 내가 살펴주지 못한 것이 아쉽고 미안하다.

다음날 아이를 불렀다.

아이가 안좋은 소리 들을까봐 쭈뼛거리며 주저하는 모습이 미안하고 마음 아프기도 하였다.

사건은 크게 2가지였다.

1. 회장인 성희가 체육 시간 가만히 서 있는 아이들에게 활동을 하라고 채근하다가 심한 말을 해서 내가 안좋은 말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 것.

2. 캠페인 활동 때 부회장인 아이가 지각을 하자 ‘그렇게 할거면 부회장 하지마라’고 하여 부회장 아이가 울고 나는 성희에게 말이 심했다고 이야기했던 사건.

1) 사실, 의미 듣기

나 : 성희야, 네가 요새 속상한 일이 많고, 선생님에게 서운한 일도 여러 번 있었던 것 같아. 어제 친구들하고 싸웠을 때 혼나는 것처럼 느껴졌을 것 같아. 그리고 선생님이 친구편만 들어준다고 생각했을 것 같고.

성희: (계속 다른 곳을 쳐다보며 눈을 마주치지 않음. 민망한 듯 배시시 웃으며)네. 그럴 때가 좀 있었어요. 어제 일이랑 예전에 캠페인 활동 때 친구 편 들어주신거요.

2) 기분듣기

나 : 그렇다면 네가 많이 서운했겠다. 억울하기도 하고. 속상하고 화도 나고, 선생님이 밉기도 했겠어.

성희: 네. 속상하고, 많이 답답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밉지는 않았어요.

나 : 그랬구나. 그렇게 생각해줬다니 고맙고 안심되네.

3)본심듣기

나 : 성희야, 네가 그렇게 행동한 것은 학급의 회장으로 친구들을 잘 이끌어주고 싶은 마음이었던 거지? 팀을 잘 하도록 이끌어주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아.

부회장에게 그런 말을 했던 것은 네가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그런 거고.

성희: 네, 저는 친구들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답답했어요. 또 저는 새벽 2시에 잤는데도 아침에 캠페인 활동하러 잠을 참으며 왔는데 부회장이 지각을 하는 것을 보니까 좀 화도 나고 어이없기도 했어요.

나 : 그렇구나. 그럼 정말 많이 답답하고 어이 없었겠어. 그런 네 마음도 몰라주고, 나는 열심히 회장으로 노력하는데 친구들 말만 들어주는 것 같은 선생님 보며 많이 서운했겠고.

성희 : (표정이 풀리며) 네. 맞아요.

4)특성, 성품 알아주기

나 : 성희는 정말 책임감이 강한 것 같아. 잠을 늦게 자서 일어나기 힘들었을 텐데 참으며 학교에 일찍 온 것을 봐도 정말 성실한 학생이고. 네가 그렇게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이 참 멋지고 기특해. 남다른 열정과 노력하는 점은 제자이지만 존경스럽기까지 하구나.

성희: (좋아서 어쩔줄을 모르는 표정)

나 : 선생님 말 받아줄 수 있겠니? 너는 책임감이 강한 멋진 리더란다. 그리고 너의 책임감과 노력하는 모습은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러워.

성희: 선생님은 제가 멋진 리더라는 거죠? 책임감 있고 노력하는 모습이 대단하고...(머뭇거리며)존경스럽기 까지 하다는 거죠? (부끄러워하며 웃음)

나 : 응. 너는 정말 멋있는 사람이야. 네가 회장이어서 참 다행스럽고 든든해.

<피드백>

1)사실, 의미전하기

나 : 성희야. 지금 기분 어떠니?(지금 마음 확인하기)

성희: 좋아요. 시원해요.

나 : 지금부터 선생님도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들어줄 수 있겠어?

성희: (얼굴을 바라보며)네.

나 : 선생님도 조금은 이해받고 싶은 일이 있어. 요즘 들어서 친구들이 성희에게 불편한 마음이 있으면 성희에게 말하지 못하고 선생님에게 와서 말하는 일이 종종 있었어. 친구들은 아마도 성희가 공부 잘하고, 예체능도 다 잘하고, 인기도 많아서 성희에게 대놓고 말하는 것이 주저되나봐. 성희는 좋고 싫음이 분명하니까 만약에 성희가 ‘싫어’라고 해 버리면 어떡하나, 그런 걱정도 하는 것 같아.

성희: (조금 생각에 잠긴 얼굴로) 어? 그런가요?

나 : 선생님도 성희가 여러 가지를 다 잘하고 인기도 있다는 걸 인정하거든.

성희: (살짝 미소 띄며 좋아하는 표정) 어, 아닌 것 같은데.

나 : 그러다보니 친구들이 너에게 직접 말하지 못해서 선생님이 대신 이야기해주다 보니까 선생님 의도는 그게 아닌데 너는 혼나는 것처럼 느껴지나봐.

성희: (고개를 끄덕이며) 네.

2)기분말하기

나 : 선생님은 성희가 기특하고 대견스러우면서도 이런 일이 최근에 자주 있어서 걱정이 되는구나.

3)이유와 생각

나 :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이들이 네 책임감이나 마음은 모른 상태로 너에게서 마음이 멀어지거나 싫은 마음을 갖게 될까봐 걱정이 돼.

4) 본심말하기

나 : 선생님은 네가 친구들이 진심으로 따르는, 사랑받는 리더가 되었으면 좋겠어. 말 받아줄래?

성희: 선생님은 제가 친구들이 좋아하고 따르는 리더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나 : 응, 그럼 선생님은 무척 흐뭇하고 기쁠 것 같아.

그리고, 네가 커서 훌륭한 리더가 되어 좋은 일들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

성희: 선생님은 제가 훌륭한 리더가 되어 좋은 일을 할 수 있게 돕고 싶다는 거죠?

나 : 응. 그러면 정말 기쁘고 자랑스러울 것 같아.

선생님은 네가 마음을 알아줘서 참 고맙고 든든하고, 시원하다. 너는 어때?

성희: 저도 좋아요.

5) 요청하기

나 : 성희야, 그래서 선생님은 앞으로 친구들과 너를 중재할 때 혼나는 느낌이 들지 않게 방법을 바꾸려고 해. 성희도 노력을 하나 해줬으면 좋겠어.

친구들에게 답답함을 느낄 때, 조금 더 기다려주었다가 부드럽게 이야기 할 수 있겠니? 그리고 속이 상하면 선생님에게 와서 이야기를 해 주면 좋겠어.

성희: 선생님은 제가 친구들을 기다렸다가 부드럽게 이야기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그리고 선생님에게 이야기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나 : 응. 그럼 너도 친구들과 속상한 일이 덜 생기고 선생님도 널 도울 수 있을 것 같아.

성희 : 네, 제가 노력해볼게요.

나 : 그럼 성희가 자기를 불편해할까봐 걱정하는 친구 ○○에게 가서 오늘 먼저 말도 걸어주고 친하게 대해줄 수 있겠니?

성희 : 네. 제가 오늘 먼저 말 걸고 이야기할게요.

이 대화를 하고 나서 아이는 표정이 밝아졌고 집에 가서도 많이 편해졌다고 이야기했다. 친구 ○○는 오늘 성희가 자신에게 말도 걸고 이야기도 했다며 안심하는 표정이다.

집으로 오는 길에 대화를 떠올리며 맘고생한 아이를 생각하니 안쓰럽기도 하고, 아이 마음을 미처 살피지 못한 나 스스로에게는 참 아쉽다. 그리고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다 알아주지 못한다고 생각되자 살짝 슬퍼졌다.

그러나 이야기를 해서 서로 풀고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다행스럽고, 안심도 된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편안해진다. 아이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고, 나도 아이를 가볍게 해 줄 수 있어 다행스럽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