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썬)
‘마음리더십 연수’ 끝나고 집에 와보니 분위기가 무겁다. 당뇨병을 오래 앓고 있는 엄마가 실명 위기라고 언제 실명될지 모르니 관리를 잘하라는 말을 듣고 오셨다. 엄마는 식이요법을 견딜 자신이 없으니 이대로 살겠다고 하셨다. 조근조근 설명했지만 생각해보겠다고만 하셨다. 입맛이 없어 늦은 저녁 식사 중에 엄마가 입을 여셨다.
엄마: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요즘 심란하고 불안해.
나: 심란하고 불안했어?
엄마: 응. ㅠ.ㅠ
우시는데 엄마만 보고 있으니 울컥한 것이 참아진다.
나: 불안하고 심란해서 많이 애썼겠네?
엄마: 응. 그래서 아빠 옆에 있고 싶은데 자꾸 나쁜 소리하니까 더 불안하고 밀어내는 기분이 들어 무서워. 그래서 곁에 있을 수도 없고 혼자 있으니 불안하고 아빠가 나쁜 말 안했으면 좋겠다. ㅠ.ㅠ
나: 엄마는 아빠가 의지되고 꼭 필요한데, 곁에 있고 싶어서 나쁜 소리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 하니까 심란하고 외롭고 무서웠겠어.
엄마: 응. 나는 아빠에게 의지를 많이 해.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빠의 태도가 달라졌다.
아빠: 나를 의지했던 거야? 몰랐는데...
엄마: 나쁜 소리하면 나를 밀쳐내는 것 같아서 불안하고 무서워. 내 옆에 있어주면 좋겠어.
아빠: 앞으로 안 그럴게.
놀랍다. 아빠는 엄마를 위해 노력하기로 하셨다. 더 놀라운 것은 엄마가 식이요법을 하기로 그 순간 마음 먹으셨다는 거다. 병원도 꾸준히 가시고 몸에 안좋은 건 절대 안먹고 잘해보겠다고 하셨다.
오늘 아침 엄마가 나에게 말하셨다.
엄마: 배운 게 티가 나는구나. 너 말 쓰는 것이 많이 성장하고 어른스럽다.
가족에 인정받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엄마의 말이 더 값지게 느껴졌다.
이렇게 매일 성장하고 성숙하는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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