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공감교실

따뜻한 협력, 성장의 다살림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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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호. 사범님이 놀지 말랬어요

정유진 (낄낄) 일주일 전, 급체 때문에 병가를 하루 냈었다. 그날 우리 반에 들어가셨던 연구부장님은 엄청난 우리 반 아이들에게 질려서 정말 불쌍하다는 듯이 나를 보며 힘들겠다고 하셨다. 그래도 나는 별 생각 없이 넘어갔었는데 알고 보니 그날 사건이 있었던 것이다! 그걸 난 일주일이 지난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민이가 현이한테 말을 거는 것을 보고) 홍 : 어, 니 사범님한테 현이랑 놀았다고 다 캐. 민 : (깜짝 놀라며) 아 맞다. 안 놀게 안 놀게. 이게 무슨 소리지 싶어서 홍이, 민이를 불러 물었다. 홍 : 현이가요 선생님 안 오신 날 저한테 엄청 큰 욕을 썼거든요. 그래서 태권도 갔을 때 사범님한테 카니까 사범님이 현이랑 놀지 말래요. 우리 반에 그 태권도에 다니는 아이가 5명. 1학년답게 사..

제33호. 원형으로 둘러 앉아 영환이 얘기를 해볼까?

김인수 (담쟁이) - 뒤늦게 전학 온, 유난스런 개별반 아이! -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고 주목을 끌만한 행동을 요란하게 하는, 사회성 작렬하는 그러나 지능은 좀 떨어지는 남자아이 영환이가 11월 초에 부산에서 전학을 왔다. 첫 전학생이라 반 아이들(중3)은 초미의 관심을 보였고 장난기까지 얹혀져 영환이는 특별한 환대를 일단 받았다. 며칠 지나면서 엄청난 피로감이 나를 비롯 모든 아이들에게 몰려왔다. 쉼 없이 말을 걸고 오버액션을 하며 셀카를 찍거나 아무나 찍어댄다. 나는 하루에 시간 불문하고 열 통 정도의 전화를 받아야 했고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도 꽤 됐다. 남자아이들의 감정이 격해질 대로 격해져서 장난을 빙자하여 영환이의 뺨을 때린 아이가 있었고 진심으로 성질나서 발로 걷어찬 아이도 있었다. 영환..

제32호. 선생님이 제 남편이었으면 좋겠어요

김수진(열음) 옆자리에 앉은 6년차 선생님. 우리반 부담임 선생님이기도 하다. 올해 내가 외부로 출장 나가는 일도 있고, 교육청 연수 듣는다고 2주간 종례를 못하기도 하고, 2학기에는 큰 딸아이가 어린이회 임원을 맡아 직접 학교로 가서 챙겨야할 일이 많다. 그때마다 우리반 종례를 가볍게 해준다. 고맙고 든든하다. 올해 학교를 새로 옮기면서 고사계 업무를 맡게 되었는데, 작년에 두 사람 이상이 한일을 혼자서도 너끈하게 해낸다. 기특하다. 지난 11월 편안쌤의 부탁으로 서문 원고 검토하는 것을 부탁하고, 에고그램 검사도 부탁해서 결과를 받았는데, 에고그램 검사 결과를 보고 몇 마디 했었다. 나 : 내가 보기에 자기는 자유롭기는 하겠는데, 행복하지는 않을 것 같아. 동료쌤 : (깜짝 놀라며) 네,, 쌤.. 맞..

제31호. 1반 민지와의 만남

김정석(소망) 학년말, 1년을 되돌아보게 된다. 국어교사로서 아이들 수행평가한답시고 수필을 받아낸 적이 있는데, 읽다보니 아이들 삶이 보인다. 아이들은 열심히 써냈는데, 그것에 대해 나누지 않고 사장시키는 것 같아 아쉽고 미안했다. 특히 1반 '민지'의 글이 나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민지'가 초등학교 때 오빠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하면서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진솔하게 적어냈다. 사실 '민지'는 수업 태도도 좋지 않고, 불만덩어리(?)처럼 보여서 수업을 하는데 걸림돌이 되기도 하는 아이였다. '민지'의 사정을 알기 전에는 '민지'가 짜증스러웠는데, 사정을 알고 나니 그럴 만하겠다 싶어졌었다. 물론 한편에는 불만스러운 마음이 여전하기도 했다. 어제는 1반 아이들이 합창 대회를 한다고 연습할 시..

제30호. 교과 선생님과 메신저 주고 받기

김수진(열음) 우리 반 과학 수업을 들어오시는 쌤에게서 지난 금요일 5교시 이후 쿨메신저로 메시지가 왔다. 샘, 자리 다시 바꿔주면 안될까요? 여자애들이 가운데 몰려 있어서 수업태도가 안 좋아요. 남여 한 줄씩 번갈아 있는 게 좋을 듯해요. 쌤의 문자를 확인하고 바로 6교시에 문자를 보냈다. 그래요.. 답답하셨겠네요. 오죽 답답하시고 속상하셨으면 저에게 이리 말씀 하시겠나 싶어요. 그러면서도 고마워요. 힘든 아이들인데 잘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크시죠. 아이들이 쌤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차리면 좋으련만,, 저도 아이들이 아쉽고 답답하네요. 저는 일단 상황을 아이들에게 전하도록 하고, 지도가 필요한 부분은 지도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제 상황을 전하면 이래요. 1. 자리를 뽑기해서 뽑은 건데,, 아이들에게 수업쌤..

제29호. 학급 아이들과의 비정상회담

추주연(단풍나무) 어제 중학생 아들이 몰래 스마트폰 공기계를 사용하다 나에게 들켰다. 작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겠다며 자발적으로 폴더폰으로 바꿨는데 공기계를 사용하다 들킨 것이 이번으로 세 번째다. 이상하게 덤덤했다. 실망스럽고 화나고 배신감 느끼고 걱정되고 불안했다. 그런데 큰 소리로 화를 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스스로 이상하고 의아했다. 아들 녀석이 울면서 죄송하다 하고 자기 스스로가 너무 실망스럽다고 한다. 그런데도 마음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냥 덤덤해서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 오늘 아침 4반과 첫 수업 나 : 음, 얘들아 선생님이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말야. 엄마, 아빠 몰래 뭘 한다거나 거짓말 해 본적 있어? 아이들 : 있어요. 당연하죠. 거짓말 안해본 사람이 어디 있어..

제28호. 앙금이 남은 아이 지도하기

이선희(평화) 우리 반에서 키가 크고 좀 뚱뚱한 편이며 아이들한테 예쁘다는 소리를 듣기를 원하는 여자아이가 있다. 그 아이가 집에 가다말고 교실로 들어왔다. 은서 : 선생님, 제가 운동장에서 남자 얘들이 축구하는 걸 그냥 보고 있는데, 태현이와 호준이가 저보고 아줌마라고 놀렸어요. 나 : 많이 속상하고 기분 나쁘고 어이없었겠네! 은서 : 네.(눈물이 핑그르르 돈다.) 나: : 얼마나 속상하고 기분 나쁘면 선생님한테 와서 이르겠어. 맘 상하는 일이 있을 때 나전달법으로 네 감정과 생각을 잘 전달하는 네가. 은서 : 너무 기분 나빠요. 걔네들이 밉고. 나 : 그랬겠다. 기분 나쁘고 얄미워서 한달음에 선생님한테 도움을 청하려고 왔구나. 걔네들은 지금도 축구하고 있어? 은서 : 네. 나 :지금 집에 갈 거야? ..

제27호. 부장선생님께 내 표현하기

김학선 (별) 교육문화예술제가 11월 28일 2시에서 5시까지 열린다고 한다. 그래서 관리자, 인솔교사, 학생들의 인원을 조사해서 보내라는 공문이 왔다. 11월 28일날 오후에 출장을 가려고 하니, 수업도 걸리고 교지작업도 막바지라서 가고 싶지 않았다. 출장이라도 수업을 교체해서 가야하기 때문이었다. 부장선생님도 작년에 그 곳에 가기 싫어하셨지만 내가 담임이라서 부담스럽다고 해서 가셨다. 올해도 부장선생님이 별로 내키지 않았다. 부장선생님께 부탁을 드리려고 하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도 하기 싫어하는 일을 남에게 시킨다고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먼저 교육청에 장학사님께 전화해서 인솔교사가 꼭 같이 가야 하는지 여쭤보았다. 그랬더니 안전이 문제라고 인솔교사가 꼭 와야 된다고 하셨다. 부..

제26호. 선생님을 위로해줘.

정유진 (낄낄) 초등학교. 1학년과의 본능표출의 삶을 살고 있는 요즘. 드디어 10월 예술제의 날이 돌아왔다. 예술제를 위해 공연할 때 앞에 붙일 현수막을 예쁘게 만들었다. 하나는 내가 한지에 단풍, 은행, 산 등을 꾸며 붙이고 만든 것이고 하나는 학년에서 공통으로 쓰자며 플로터로 뽑아준 현수막이다. 1학년이지만 아이들의 날이니까 물어봐야 할 것 같아서 두 개를 보여주고 고르라고 했다. 내가 들어서 보여줬는데도 또 우르르 달려나왔다. “얘들아 이거 밟으면 안돼- 예쁘고 깨끗하게 그날 붙이자.” “네~ ”하고 들어가는데 평소 내 눈에 배려 없는 행동을 제일 많이 하는 녀석이 (그래서 나한테 제일 많이 혼나는 녀석이) 어김없이 현수막을 밟는다. 그것도 뻔히 보고 네 발자국이나 걸었다. 일부러 저러나 싶을 만..

제25호. 바지에 오줌 싼 딸과의 대화

홍석연 (봄) 며칠 전 밤에 딸아이 윤이가 쉬한 채로 있다가 내가 일어나니 그제야 쉬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나를 너무 겁내는 것 같아 걱정되고 안쓰럽고 미안했다. 조금 전에 윤이가 바지에 오줌을 싼 채 앉아서 tv를 보고 있다. 나: 윤이야, 오줌 쌌어? 윤: (끄덕) 나: 근데 왜 말 안했어? 엄마 무서웠어? 신랑: 창피하니까 그랬겠지~~ 나: 윤이야, 창피해서 그랬어, 아니면 엄마한테 혼날까봐 무서웠어? 윤: (작게)엄마한테 혼날까봐 무서웠어. 나: 무서웠구나. 근데 엄마가 윤이 쉬 했다고 혼낸 적 있었나? (혼은 안냈지만 내 행동이나 태도는 아이를 겁나게 했을 것 같다) 윤: 아니.. 나: 그래도 무서웠구나. 그러면 다음에 바지에 쉬하면 또 무섭겠네..엄마가 어떻게 하면 좋은지 알려줄까? 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