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공감교실

따뜻한 협력, 성장의 다살림 공동체

교실 속 관계가 자라는 연수, 배움회원 모집 자세히보기

마리로 가꾸는 공감교실이야기 177

제138호. 일제강점기의 시를 배운다는 것은

김정석 (소망) 10일간의 연휴를 끝낸 10월 10일(화) 2교시 나 : 얘들아, 오늘은 이육사의 광야라는 시를 배워보려고 해. 26명 중 6~7명은 나를 주시하고 있는 것 같고, 나머지 15명 정도는 자기 세계와 수업을 왔다갔다 하는 것 같고, 6~7명은 엎드려있다. 나도 수업하기 싫다. 나 : 일제강점은 언제부터 시작된 거야? 학생 몇몇 : 1910년~ 나 : 올해가 2017년이니까 약 100년 전을 배경으로 쓴 시네. 궁금한데, 일제강점기에 쓴 시를 배우는 것은 너네들에게 어떤 의미야? 학생들 : ... 나: 시를 읽으면 이해가 되긴 해? 학생들 : ... 칠판에 적는다. “주제 : 일제강점기 시를 배우는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나 : 이 주제에 대해서 국어 노트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적어..

제137호. 충분히 공감하면 잘못을 지적해도 잘 받아들입니다.

강은주 (트리앤트리) 우리 반 성빈이가 몸살로 점심을 먹기 어려우니 죽을 사러 가겠다고 해서 외출증을 써 주었다. 점심시간이 끝날 때쯤 위조가 의심된다며 사진을 찍어서 보내왔는데 외출증 이름 부분에, '박효진'을 더 써넣어 효진이도 같이 외출하였다. 위조된 외출증을 본 순간 매우 놀라고 배신감이 느껴졌다. 수빈이와 효진이 둘 다 내가 매우 신뢰하던 학생들이었기 때문이다. 5교시 우리 반 수업 때 당장이라도 이 일에 대해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여유있게 대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서 일단 모르는 척 수업을 했다. 종례 후 수빈이와 효진이를 불렀다. 나: 효진이와 수빈이 선생님한테 할 얘기 없니? 아이들:(당황하며) 아! 점심시간에 무단외출 했어요. 나: 그래... 샘이 외출증에 효진이 이름 써넣은 것을 보고..

제136호. 영어교사와 반 아이들과의 갈등 중재

연명옥 (쏘울) 영어 교사와 저희반 몆명의 남학생들이 1학기때 부터 갈등이 시작되어 서로 팽팽한 긴장속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문제 삼고 탓을 합니다. 교사는 학생들의 수업중 잡담, 장난, 대들기, 무질서등을 문제 삼아 학생들을 남기고 깜지 쓰게하고, 학생들은 영어교사의 막말, 재미없고 일관되지 않은 수업방식, 감정적으로 어른으로서 자재력 없음을 문제 삼으며 서로 대립했습니다. 급기야 문제 학생중 가장 팽팽하게 대립한 한 학생을 선도해 달라고 학생부에 요청하였고, 저는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선도위를 미루어 놓은 상태입니다. 교과목 선생님들 중 몇 분과 학년부장님 학년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문제가 담임교사의 생활지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어지며 저와..

제135호. 꼬맹이들의 변화를 볼 수 있어 기쁘다.

김아영 (산) 아침에 출근하니 반장이 조용히 와서 ‘태우와 상진이가 싸웠다’고 알려준다. 알았다 해놓고 생각하니 반장은 참 든든하고 또 안쓰럽다. 태우와 상진이를 불러 나: 아침에 싸웠다며~ 지금은 어때? 태우, 상진: 화나요. 나: 어. 그렇구나~ 얘기를 했으면 하는데 어때? 태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상진이는 절레절레 젓는다. 나 : 상진이는 얘기하기 싫어? 그럼 선생님이랑 각자 얘기하는 건 어때? 상진: (고개를 끄덕한다.) 나: 그럼 이따 쉬는 시간에 얘기하자~ 쉬는시간 나: 태우야, 상진아. 누가 먼저 얘기할래? 태우: 저요. 나: 상진이 괜찮겠어? 상진: (끄덕하고는 애들하고 논다며 정신 팔려서 갔다.) 나: 태우야, 들려줄래? 태우는 우선 사실적 얘기를 한다. 갑자기 상진이가 때려서 왜 때리냐고..

제134호. 쭈쭈바는 무슨 맛을 사올까?^^

오지현 (천문시계) 모처럼 남편이 칼퇴를 한단다. 회사에서 엘리베이터를 탈 때 부터 집에 올 때 까지 서로 메세지를 주고 받으며 저녁은 뭘 먹고 그 후에 무엇을 할 지 소소하게 정하면서 설레고 좋았다. 남편은 그간 미뤘던 이발을 하러 가고 그동안 나는 강아지와 산책한 후 같이 집에 돌아와 불고기를 해 먹으며 축구를 보기로 했다. 산책을 하다가 남편이 배고프다고 한 말이 생각나 먼저 집에 와서 불고기 준비를 하려는 순간 메세지가 왔다. "찡찡이 부장님이 처장님이랑 족발 먹는다고 얼른 오래. ㅠㅠ" 헐. 8시가 다되어가는 시각에 퇴근한 부하직원을 불러내다니. 남편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연결이 되지 않는다.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남편은 가고 싶은걸까?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가고 싶은 것 ..

제133호. 학교에서 행사 진행하기

신지원 (온돌) >> 나의 성향 나는 학교에서 보통 학년단위, 전교생 단위 행사를 많이 하는데 성격상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A성향이 강해, 계획한 대로 차질 없이 행사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다 여겨질 때 짜증과 화와 못마땅함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거기에 AC 성향이 붙어 행사 전엔 불안하고 긴장되고 돌발 상황에 순발력 있는 유연한 대처가 잘 안 되고, 행사를 망쳤다 인식되면 자책이 몰려오고 선생님들에게 눈치가 많이 보인다. 신규 때는 이게 참 힘들었는데 그나마 경력이 쌓이면서 마음의 여유도 조금 생기고 노하우도 생겼지만... 그 노하우라는 게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또 해서 실수를 줄이는’ 쪽으로 발달해 왔다. 그러나 행사란 항상 돌발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고, 나는 늘 ‘그에 대한 준비를..

제132호. 선물 같은 산책

추주연 (단풍나무) 예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선생님의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고등학교 아이들에게 공감교실 특강을 하게 되었다. 출근길이 평소보다 붐비는 월요일 아침, 2시간 가까이 운전을 하고 달려가 충주의 한 고등학교에 도착했다. 입시제도에 따른 교육과정을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 많은 학교라고 하니 지켜보는 선생님들도 힘이 들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수업을 힘들어하는 아이들과 무엇을 할지 여러 날 고민한 끝에 ‘관계 속에서 자기의 모습을 성찰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에고그램 활동과 내면의 성품을 찾아보는 활동’을 준비했다. 50분 수업 중에 20분 집중하는 것을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라고 들었는데 어색한 첫 만남에도 불구하고 2시간 동안의 활동을 잘 따라와 주는 아이들이 기특하고 고마웠다. ..

제131호. 관념에서 사실로 데려오기

김정석 (소망) 찬영이가 병원에 가고 싶다면서 찾아왔고, 어머니께 전화로 허락을 받겠다고 한다. 어머니와 통화 후, 허락을 안 해 주셨다면서 운다. - 선생님 : 엄마가 허락을 안 해 줘서 서러운 거냐? - 찬영 : 뭐.. 그래요. - 선생님 : 서럽기도 하고, 다른 것도 있나 보구나. - 찬영 : 지난 번 일 이후로 슬럼프가 오는 것 같아요. 지난 번 일이라 함은 왕따를 당한다고 호소했던 일이다. 찬영이가 겪는 슬럼프가 얼마나 깊고 오래 지속될지 지난 번 상담을 통해 아는지라 아득해졌다. 또, 지난 번 일이 다시 재론되는 것 같아 머리가 아팠다. 슬럼프가 오는 것 같다는 말에 기분이 어떠냐고 물을까 하다가 새롭게 시도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슬럼프가 오는 것 같다는 인식을 가지게 한 사실이나 사건을 규..

제130호. 친구 문제로 교실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아이

김학선 (별) 문학시간, 민정이는 반 친구랑 싸워서 교실에 들어가기 힘들다며 도서실에 있으면 안되냐고 묻는다. 나 : 계속 교실에 안 들어갔니? 민정 : 네, 1~4교시에 안 들어갔어요. 반 친구랑 싸워서 교실에 들어가기 싫어요. 나 : 이번 시간만 도서실에 있고 싶다는 말이냐? 민정 : 네, 그러고 싶어요. 민정이를 데리고 담임선생님께 가서 사정을 말씀드리라고 했다. 민정 : 샘. 저 연우와 싸워서 교실에 있기 싫어요. 이번 시간만 도서실에 있을래요. 담임샘 : 네가 계속 교실에 안 들어가니 샘은 염려가 된다. 싸웠다고 계속 교실에 안 들어가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교실에 있어야지. 민정이 표정이 안 좋다. 민정이에게 잠시 밖으로 나가 있으라고 했다. 나 : 샘, 민정이가 연우랑 싸워서 관계..

제129호. 내 인식의 틀을 넘어 아이를 만나다

주혜란 (복숭아) 5학년 국화반 영어시간 평소 5학년 국화반 아이들 중 몇이 복도에서 나를 볼 때 인사도 않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교실에서는 발랄하게 다가와서 조금 가까워진 것도 같은데, 밖에서는 나 몰라라 하고 지나가버리니 민망하고 무안했다. 어쩌다 말을 건네도 '선생님 지금 몇시에요?' 같이 자기들 필요한 질문만 쏙 하고 가버리니 약간 서운하고 못마땅한 마음이 함께 있던 참이다. 그러나 「교사의 마음리더십」 책에서도 그랬듯 이 또한 나만의 생각이 아닐까? 이 불편한 마음을 수업 시작할 때 잠깐 언급해보기로 하였다. 살짝 용기가 필요했다. 이게 뭐라고... 속내를 보이는 건 언제나 용기가 필요하다. 나 : 5학년 국화반, 선생님이 잠깐 할 얘기가 있는데 너희들 전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몇몇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