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공감교실

따뜻한 협력, 성장의 다살림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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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로 가꾸는 공감교실이야기 177

제128호. 감정과 본심으로 함께 풀어가는 학급문제

홍석연 (봄) 초등학교 5학년인 우리반. 아침에 교실에 들어오면서 꽤 많은 아이들이 카톡방 이야기를 하느라 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어젯밤 카톡방에서 태하가 준민이에게 ㅅㅂ이라고 했다고 한다. 어찌된 일인지 묻자 태하는 준민이가 기분 나쁘게 해서 그랬다는 것이다. 작년에 왕따였던 태하는 자기 이야기를 잘 안한다. 억울할 때 친구한테 화를 내고 나서 엎드려 한 시간 넘게 있었던 아이다. 그 때도 입을 여는데 힘들었다. 1교시, 반 아이들과 이 문제를 함께 다루기로 마음먹었다. 교사 : 감정노트에 어제 있었던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에 대해서 써보세요. “나는 ~~을 보고(듣고) 어땠다. 왜냐하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바라는 것은~~~이다. 그러기 위해 나는~~~하겠다.” 카톡방에 대해 ..

제127호. 꾸중 대신 불편했던 마음 알아주기로 생활지도하기

김미영 (우리) 준영: 선생님~ 성훈이가 화장실에서 물 뿌려서 이도 못 닦았어요. 성훈: 저는 화장실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성훈이 때문에 못 들어갔어요. 교사: 또? 알았어. 선생님이 이야기 해 볼게. (성훈이가 교실에 들어오는데 윗옷 소매랑 배 부분이 젖어 있다) 성훈아, 아까 또 화장실에서 물장난 쳤다며? 맞아? 성훈: (고개 끄덕인다.) 교사: 그렇다면 선생님도 이제 화가 많이 난다. 지난 번에도 준영이 옷 다 젖게 해서 준영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또 그랬단 말이지? 실망인데... 선생님 생각에는 성훈이가 친구들이 얼마나 힘든 줄 알아야 다음에는 안 할 것 같아. 앞으로 다른 친구들도 이렇게 할 거니까 잘 봐두면 좋겠어. 성훈이는 선생님이 하는 것처럼 너 때문에 불편했던 친구들을 공감해 주면 좋겠어...

제126호. 전교짱이 공개사과를 하기까지

김인수 (담쟁이) 강전(강제전학)을 두 번 당한 전교 짱이 우리 반(중3)에 있다. 살짝 겁이 났고,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도 올라왔고, 마음 리더십 배운다는 걸 다 아는데 잘못해서 비웃음을 사거나 마리의 공신력을 떨어뜨릴까 부담도 됐다. 센 듯 안 센 듯 종잡을 수 없는 모습의 아이와 비교적 평화롭고 친밀하게 2주를 보냈다. 마리를 적용해 순간 거칠어진 아이의 마음을 다독이고 새로 시작하기 좋을 때임을 계속 반복해서 얘기했다. 아슬아슬했지만 다행스러웠고 쌤들은 '벌써 잡았다'는 관전평을 내놓았다. 셋째 주 금요일 종례직전, 아이가 사물함 앞의 의자 다섯 개를 하나씩 하나씩 험악하게 발로 차며 욕설 비슷한 말들을 내뱉었다. 아이들은 얼어붙었고 막 종례하러 들어왔던 나도 영문도 모른 채..

제125호. 기다림과 학급규칙

이선희 (평화) 지난 해에 첫 날 만들었던 학급규칙을 올해는 7일 동안 학교생활을 해 보고 만들었다. 거의 5일씩 걸려 외웠던 아이들 이름을 3일 만에 외우고, 웬만큼 특성도 파악한 후 학급임원 선거를 마치면서 우리 반이 어떤 반이 되면 좋을지 생각해보자고 해놓고 이틀을 더 지냈다. 나 : 선생님이 임원선출 후에 하자고 한 게 있었는데 기억나니? 현석 : 아! 학급규칙을 정하기로 했어요. 아이들 : 맞다. 나 : 생각났구나. 장하다. 근데 학급규칙을 무엇 때문에 정해야 돼? 그냥 지내면 안 되나? 선우 : 행복한 반이 되려구요. 나 : 행복한 반이 되는데 규칙이 필요하단 말이구나. 그래, 그렇다면 요 며칠 우리 반은 별 규칙 없이 지냈는데 선우는 어땠어? 선우 : 솔직히 선생님 안 계실 때 시끄럽고 자꾸..

제124호. 살짝 온 따뜻한 선물

김학선 (별) 요즘 수업시간에 손가락을 활용한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방법은 이렇다. 손바닥을 A4용지에다 대고 따라 그리고 그 손가락마다 기억에 남는 일을 쓴다. 소소한 사건들도 써도 된다. 예를 들어 돈을 잃어버린 것, 졸업한 것, 맛있는 음식 먹었던 것 등등 손바닥에는 자기를 상징하는 사물이나 동물을 그리고 올해의 다짐이나 목표를 1가지 이상 쓴다. 발표할 때에는 자기가 쓴 내용을 말한다. 특히 올해의 다짐과 목표를 말할 때에는 듣고 있는 학생들이 "꼭 그렇게 되길 바라." 하고 지지하는 말을 하도록 안내했다. 올해의 다짐과 목표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으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손가락 소개지를 만드는 수업시간에는 싸인펜을 들고 다니면서 아이들에게 쓰라고 했다. 싸인펜표지 위에 있는 나비모양의..

제123호. 전입 선생님과 함께한 따뜻한 시간

추주연 (단풍나무) 교사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3월은 설렘과 걱정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달이다. 설렘은 키우고 걱정을 나누는 행복씨앗학교(충북 혁신학교) 전입 교직원 워크숍이 있었다. 먼저 일구어 가는 분들과 새로이 함께 하고자 마음 낸 분들이 서로를 따뜻하게 환대하는 푸근한 시간이었다. 선생님들께 질문을 했다. ‘내가 3월 가게 될 행복씨앗학교를 떠올리면?’ 새로운 학교를 떠올리면 드는 기분을 모두 찾아 표시해보면서 내 안에 있는지도 몰랐던 감정들이 찾아진다. 작년 학교를 떠나 있다가 행복씨앗학교로 가게 되어 많이 기대된다는 선생님,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선생님. 기대되는 기분을 체크한 선생님들께 양손으로 반짝반짝 별을 만들어달라고 요청드렸다. 걱정스런 기분을 체크한 선생님들께도 요청드렸다. 강의실..

제122호. 타인의 성품 찾기 (학년말 총정리판 마음리더십 수업)

추주연 (단풍나무) 1탄: 감정-생각 찾기 2탄: 나의 본심 찾기와 타인의 본심 찾기 3탄: 타인의 성품 찾기 그동안은 반마다 아이들에게 영상을 선택하게 해서 보았고, 아이들의 집중도가 높아 보였다. 자기들이 선택한 영상이라 더 흥미 있게 보는 듯하다. 3탄에서는 내가 영상을 선택해서 준비했다. 핀란드의 첫 여성 대통령인 할로넨에 관한 영상이다. 타인의 성품 찾기 활동 흐름 1. 나는 ~을 보고 ~기분(감정)입니다. 2. 왜냐하면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3. 영상 속의 인물인 할로넨은 ~성품의 사람입니다. 4.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입니다. 일 년 동안 꾸준히 해온 활동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잘 찾는다. 다른 점은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사실-생각-감정-본심에 대해 강의를 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사회정서적 ..

제121호. 제 마음을 읽어주니 시원해요

신정훈 (참바람) 학예회 전날, 6학년 4명의 여자애들이 댄스공연을 준비하는데, 사회 보랴, 연극공연 하랴 여러 가지를 연습하다보니 정작 자신들 댄스 연습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었다. 진이는 댄스학원을 다녀서 댄스 순서와 동작을 모두 외우고 하는데, 다른 3명의 친구는 아직도 동작을 덜 외워서 어려워하는 중이다. 마침 진이와 승이를 운동장에서 만나게 되어 잠시 얘기를 나누었다. 나: 댄스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니? 진: 걱정이에요. 샘. 승이랑 서랑 은이가 아직 다 못외워서. 에휴 나: 걱정되겠다. 속상하기도 하고 난감하겠어. 진: 예(걱정가득 얼굴 찌푸리며). 휴~ 어떻게 해야 될지.. 나: 그지. 당장 내일인데 어찌해야 될지 막막하겠다야. 진: 예. 승: 외울라하는데 자꾸 틀려서 어려워요. 나: 그래, ..

제120호. 아이들 감정이 살아있는 역사수업

박상민 (인디언) 평소 역사 수업에서 같은 논쟁적인 주제를 다룰 때마다 아쉬움이 있었다.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교사의 평가나 감정을 전달하는 걸 넘어설 순 없을까? 교사가 아니라 아이들이 판단하고, 아이들이 감정을 느끼는 수업을 하고 싶었다. 대표적인 친일 반민족행위 피의자 한 사람에 대한 자료를 주고 아이들이 직접 판결해보게 하였다. 자료의 왼쪽에는 반민법 조항을, 오른쪽에는 반민특위에 체포되어 조사받은 한 인물에 대한 조사 자료를 실어두었다. 아이들에게 반민 법정의 판사가 되어 이 사람이 일제 강점기에 한 행동이 유죄인지 무죄인지, 그리고 유죄라면 어떤 벌을 받아야 하는지 판결해보라고 안내했다. 모둠 활동 뒤 아이들에게 물었다. 교사 : 자, 이제 같이 얘기해볼까요? 이 사람은 일제 강점기에 어떤 일..

제119호. 본심을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풀린다.

김미영 (우리) 연지: 선생님! 명진이가 저한테 글씨 이상하게 쓴다고 했어요. 나: 속상했겠다. 이상하게 쓴다고 하는 게 어떻게 들렸어? 연지: 놀리는 것 같았어요. 나: 놀리는 거 같았구나. 연지는 어떻게 하면 좋겠어? 연지: 명진이가 “미안해~” 했으면 좋겠어요. 나: 그래? 그럼 선생님이 명진이 부를 테니까 네가 한 번 말해봐. 명진아~ 명진: 왜요? 나: 연지가 할 말 있대. 연지야 말해봐. 연지: 명진아, 네가 아까 글씨 이상하다고 해서 속상했어. 명진: 나 안그랬는데. (명진이는 늘 ‘안 그랬는데~’로 시작한다.) 글자가 틀려서 그렇게 말한 거예요. 나: 글자가 틀려서 이상하다고 했단 말이지? 명진: 네. 나: 그럼 연지가 글자 틀린 거 보고 연지가 어떻게 하길 바랬어? 혹시 놀리고 싶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