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공감교실

따뜻한 협력, 성장의 다살림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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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로 가꾸는 공감교실이야기 177

제47호. 내 삶을 함수로 나타내보자!

김후남 (나무) 함수의 연속 개념을 어떻게 가르칠까? 단순히 정의만 전달하기에는 너무 재미가 없다. 현실과 또 각자 자신의 삶과 동떨어진 것으로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왔는데 함수의 연속을 또 그렇게 가르치기엔 너무 허전하고 삭막한 느낌이 들었다. 각자의 삶과 연관 지을 수는 없을까? 그러다가 떠오른 것이 인생 곡선. (흔히 있는 것이지만, 불연속의 개념이 들어갈 수 있도록 내 삶을 예시로 드러내어 보기로 했다.) 이건 나에게 하나의 도전이다. 고등학교 아이들이 이걸 할까? 자신이 없고 실패가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바닥을 치는 수업은 무모함을 낳는 것인지... 그냥 밀어붙여서 해보기로 했다. 수업의 구상은 이렇다. 1. 도입멘트 : 감정, 관계는 계속 변한다. 함수는 변화를 다루는 ..

제46호. 너, 화났구나!

이선희 (평화) 어제 친구들과 함께했던 활동을 그림으로 그려 모자이크로 꾸미는 모둠 활동을 했다. 색종이 오려붙이기는 너무 버거워할 것 같아 면봉으로 점묘화를 하기로 했다. 어제 사진 찍을 때 교실로 들어와서 친구한테 퍽큐를 날려 나를 몹시 화나게 했던 희준이. 나를 자꾸 시험에 들게 한다. 나의 수용의 한계를 느끼게 하고 매를 들고 싶은 충동을 올라오게 한다. 네 번 정도 감정 알아주고 훈계를 했다가 “희준이가요” 하는 소리를 듣자마자 아무 이야기도 듣고 싶지 않았다. 매를 들어서라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었다. 화내며 언성을 높이는 내가 못나 보이고 아이들한테 부끄럽고 자괴감이 들었다. 잠시 호흡을 하고 놀랐을 아이들 마음도 풀어주고 희준이의 이야기도 충분히 들어주었다. 희준이가 감정적으로..

제45호. 갈등중재 후 아이와 담임교사를 연결하기

정현주 (테야) ※ 정현주 선생님은 부산에서 전문상담교사로 재직 중입니다. 인호와 우주 두 친구가 싸워서 머리가 찢어지는 사고가 났다. 담임선생님과 함께 두 친구의 갈등중재를 하였다. 중재를 마치고 나서 아이가 담임선생님께 죄송하거나 걱정되는 것이 있을까 하여 물었다. 나: 담임선생님께 혹시 드릴 말씀은 없나? 인호: 음...... 간섭하지 마세요. 나: 그게 무슨 뜻이지? 어떤 게 간섭하는 것이지? 인호: 저한테만 자꾸 말거시고 다른 애들한테는 안 그러시면서. 나: 담임선생님이 너에게 자꾸 말거는 게 어떻게 느껴지니? 인호: 제가, 문제가 있으니까 그러는 것 같아요. 나: 네가 문제가 있어서 너를 못마땅하게 여겨서 그렇게 대하는 걸로 보였다는 얘기야? 인호: 네 나: 그러면 진짜 간섭하는 것 같고 짜증..

제44호. 친구들과 함께 풀어가는 갈등중재

김정석 (소망) 난 학생부 일을 맡고 있는데 동료 샘이 ‘지한이’와 ‘성현이’ 간의 갈등을 중재해 달라고 의뢰를 했다. 두 녀석의 갈등이 1 년 이상 지속되어 왔고, 어제 또 싸웠다며 이번에 중재가 안 되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회부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해 오셨다. 두 학생을 불러다가 갈등 중재를 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지한이’랑 ‘성현이’가 안타깝기도 했고, 두 녀석 다 3학년 내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 아이들이라 잘 하면 3학년 전체 아이들과의 관계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또, 왠지 잘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있었다. 두 녀석에게 각각 믿을 만한 친구 2명을 데리고 교무실로 모이라 했다. 당사자 2명, 각각 친구 4명, 나까지 총 7명..

제43호. 분노를 넘어 아름다운 우정으로

안숙희 (요정) 쉬는 시간이 끝날 무렵 6반 복도를 지나가는데 진영이와 현우만 남은 교실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교실에 들어갔더니 진영이가 주먹을 쥐고 현우를 때리려는 찰나. 깜짝 놀라서 교실로 뛰어 들어갔다. 아슬아슬하고 긴장되고 걱정됐다. 나 : 잠깐!! 얘들아~ 무슨 일이야? 진영이가 목발을 짚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분을 참고 있는 표정으로 오른쪽 주먹을 힘껏 쥐고 부르르 떨고 있었다. 걱정되고 불안했다. 눈물을 보니 안쓰럽고 맘이 아팠다. 현우는 놀라고 어이없는 표정을 하고 때리면 공격할 듯한 방어적인 자세로 진영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화가 난 듯 보였다. 둘 사이가 감정이 꽉 차있고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져서 걱정스러우면서도 '서로 하나하나 이해하고 풀어 가면 되겠지' 하는 믿음과 안심되는 마..

제42호. 엄마, 나 정말 너무 힘들어요

김진우 (황토집) 우리학교는 매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다요인 인성검사를 실시하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진영이가 정서불안에 충동장애(자해, 자살)가 높게 나와서 너무 놀랍고 의아했다. 아침에 늘 웃으며 인사하고 지금 기분을 잘 말해주던 아이인데,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방과 후에 불러서 이야기를 나눴다. 나 : 진영아, 선생님이 방과 후에 보자고 해서 궁금할 거 같은데... 어때? 진영 : 예 궁금해요. 나 : 학교 끝나고 빨리 가고 싶을 텐데 시간은 괜찮아? 약속이 있거나 학원에 가야하는 시간은 아닌가 살펴지네. 진영 : 괜찮아요. 나 : 선생님은 진영이가 늘 웃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책도 열심히 읽는걸 보고 굉장히 안심되고 든든하고 좋았거든.(진영이가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나 : 그런데 이번..

제41호. 효빈이의 받아쓰기 100점 탄생기

김수진 (열음) 둘째 효빈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걱정이 좀 된다. 효빈이(초등1학년)는 큰 아이(초등6학년)와는 기질이 많이 다르다. 더 살갑고 애교가 많긴 한데 책임감이라든지, 성실함, 꼼꼼함은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나는 아이가 기질대로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버겁고 힘든 학교생활이 아니라 스스로를 사랑하고 자신감을 얻어가는 생활이었으면 좋겠다. 지난 9일. 둘째가 학교에서 목요일에 받아쓰기 시험을 본다고 했다. 아이는 받아쓰기 공부하는 프린트를 잊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자신 있게 큰소리를 친다. 큰 아이가 둘째에게 초등학교에서 처음 보는 받아쓰기 시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니 둘째도 결연하게(?) 시험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공부하는 듯하다. 나 : 효빈아~ 내일 받아쓰기 시험 보는데..

제40호. 기억 수업

추주연 (단풍나무) 이틀에 걸쳐 ‘기억’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했다. 13년 동안 살면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나 사건을 이야기하게 했다. 한 아이가 기억을 말한다. 뒤이어 너도 나도 자신의 기억들을 말한다. 자동차 바퀴에 다리가 끼었던 기억, 너무 더운데 엄마가 자꾸 두꺼운 이불을 덮어주어 답답하고 숨 막혔던 기억, 다리미가 손으로 떨어졌던 기억, 언니와 바닷가에서 놀던 기억, 눈싸움 하던 기억, 죽음이 뭔지 몰랐던 어린 시절 강아지가 죽어서 찾으러 다니던 기억... 아이들이 말하는 기억에 따라 나도 떠오르는 기억을 이야기하였다. 더 깊은 바다를 보여주려고 아버지가 어린 나를 안고 바다 속으로 들어가던 기억, 아버지가 외출할 때면 동네 슈퍼까지 따라 나가 아이스크림을 얻어먹던 기억. 희한하게 그렇게 밉고..

제39호. 불편한 학부모에게 할 말 하면서 관계 개선 시도하기

정유진 (낄낄) (매일 학교로 전화해서 아이에 대해 묻고 애가 조금만 뭐라 그러면 시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학부모님. 벌써 5번 교무실로 직접 전화를 해서 온 학교가 다 알게 되었고, 선물을 안 받는다고 화를 내어 마음이 몹시 불편했던 학부모님과의 전화통화.) 학부모 : 선생님, 저 사랑(가명)이 엄만데요. 나 : 네 안녕하세요. 학부모 : 제가 정말 고민을 많이 하고 연락드리는 건데요. 우리 사랑이가 요즘 밥을 못 먹겠대요. 나 : 급식을 잘 못 먹나요? 학부모 : 사랑이가요. 사랑이 앞의 아이가 뚱뚱해서 그런지 냄새가 많이 난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러는 거 아니야’라고 계속 이야기를 했는데도 어제랑 그 전날은 저녁까지 못 먹었어요. 나 : 저녁까지요? 학부모 : 네에, 사실 우리 사랑이는 ..

제38호. 선생님은 인문계잖아요.

박상민 (인디언) 농고로 수업 지원(순회)을 나가는 3일 째 아침, 알람보다 조금 일찍 눈을 떴다. 아이들과 관계 맺기 위한 활동을 준비해서 첫째 날과 둘째 날 수업에서 시도했는데, 아이들 반응이 생각보다 신통치 않았다. 힘 빠지고, 걱정이 되었다. 잠에서 깨어 누운 채로 '오늘은 어떻게 수업하지?' 생각해 보았다. '준비한 대로 선사 시대 수업을 해야 하나, 아니면 관계 맺기 활동을 한 번 더 해봐야 하나?' 마음이 잡히지 않고 혼란스러웠다. '관계 맺기 활동이 별로였으니 차라리 본격적인 수업을 위한 전 단계로 강백수밴드의 '타임머신' 뮤직비디오를 보여줄까? 그걸 보고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할까? 여기에다 가을하늘님이 밴드에 올린 성균관스캔들의 정약용 장면을 보여주고, 질문의 중요성에..